그리스인 조르바
그리스인 조르바
  • 이명숙 광주지방노동청 광주종합고용지원센터기업지원
  • 승인 2009.09.29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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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열린책들

▲ <그리스인 조르바> 표지 사진.
여름 끝자락에 나는 조르바와 사랑에 빠졌다. 자신의 욕망에 걸림돌이 된다면 설령 소중한 손가락이라 할지라도 가차 없이 잘라버리는 사람, 본능에 물린 재갈을 자유롭게 풀어버린 사람. 육체와 정신을 넘어선 세계의 것들을 춤으로 승화해 낼 줄 아는 자유인 조르바. 그는 나에게 말한다.

 “내가 인생과 맺은 계약에 따라 시한 조건이 없다는 걸 확인하려고 나는 가장 위대한 경사길에서 브레이크를 풀어봅니다. 인생이란 가파른 경사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는 법이지요. 잘난 놈들은 모두 자기 브레이크를 씁니다. 그러나 나는 브레이크를 버린 지 오랩니다. 나는 꽈당 부딪치는 것 두려워하지 않거든요. 기계가 선로를 이탈하는 걸 우리 기술자들은 <꽈당>이라고 한답니다. 내가 꽈당하는 걸 조심한다면 천만의 말씀이지요. 밤이고 낮이고 나는 전속력으로 내달으며 신명 꼴리는 대로 합니다. 부딪쳐 작살이 난다면 그 뿐이죠. 그래봐야 손해 갈 게 있을까요? 없어요. 천천히 가면 거기 안 가나요? 물론 가죠. 기왕 갈 바에는 화끈하게 가자 이겁니다. “

 그는 형상이 없는 언어에서 나 자신을 끌어내고 헛된 염려에서 내 마음을 해방시키라 하고 있었다. 삶은 피해가는 것이 아니라 부딪치는 것이라고, 한 순간이 행복하다고 느끼게 하는데 필요한 것은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뿐이라고 일침을 가하고 있었다.

 그가 말을 걸면 걸수록 삶을 행동으로 표현하면 할수록 나는 페르소나를 벗어던지고 있었다. 마지막 책장을 넘긴 순간, 나는 어느새 맨얼굴이 되어 있었다. 매일 매일 어린아이처럼 모든 사물과 생소하게 만나는 자유인 조르바 그가 나에게 다가와 소리치고 있었다.

 “두목, 다 내려놓으시오. 두목이 그런다고 해서 해결될 것이 무엇이란 말이요.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살아요. 바로 지금 두목의 몸이, 마음이 원하는 것을 하란 말이요.”

  나는 어느새 산투리를 켜는 조르바가 된다. 내 속에서 숨죽이고 있던 욕망들이 깨어 덩실덩실 춤을 춘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남자. 조르바. 그는 나에게 풍성한 가을을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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