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개선, 대화가 해법이다
남북관계 개선, 대화가 해법이다
  • 윤영덕
  • 승인 2009.09.1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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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덕(전남대 5·18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호기와 악재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남북적십자회담에서 추석 이산가족 상봉이 합의되면서 모처럼 남북대화와 교류의 물꼬가 트이는가 싶더니, 북한의 황강댐 방류로 ‘임진강 수난(水難)’이 발생하면서 남북관계가 다시 악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북관계 둘러싼 일련의 변화들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위기에 처한 남북관계에 따뜻한 햇살이 스며들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남북관계를 둘러싼 대내외적 조건들이 이런 기대를 더욱 부풀게 했다.

우선, 지난 정부의 ‘포용정책’을 ‘실패작’으로 규정하면서 대북 강경정책으로 일관하던 현 정부의 태도에서 미약하지만 변화가 감지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월 15일에 발표한 제64주년 8·15광복절 경축사에서 “어떻게 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는지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또한 “정부는 언제, 어떠한 수준에서든 남북 간의 모든 문제에 대해 대화와 협력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있다고도 했다.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이행에 대한 언급이 빠진 ‘대선공약의 재탕’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대화의 의지까지 의심할 필요는 없었다. 
 
북한의 화해 제스처는 보다 적극적이었다. 북한은 지난 달 13일 137일 동안 억류했던 개성공단 현대아산 직원을 석방했다. 16일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면담했으며, 다음 날에는 금강산과 개성관광 재개 및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포함한 남북교류협력사업 5개항의 합의를 담은 공동보도문이 발표되었다.

또한 21일부터 23일에는 고 김대중 전(前) 대통령의 조문을 위한 북측 ‘특사 조의방문단’이 서울을 방문해 남북대화 재개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하고,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다. 29일에는 한 달 가까이 북한에 억류됐던 연안호 선원 네 명도 송환됐다.

그리고 지난 달 26일부터 3일간 금강산에서 개최된 남북적십자회담에서 추석 이산가족 상봉이 합의됐다. 28일 발표된 합의문에 따르면, 오는 9월 26일부터 10월 1일까지 남북 각각 100명씩의 이산가족이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와 금강산호텔 등에서 상봉행사를 진행하게 된다. 이를 위해 남북적십자사는 이달 1일 남북 각각 200명씩의 상봉후보자 생사확인의뢰서를 교환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7년 10월 이후 중단됐던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2년 만에 재개될 수 있게 됐다.

대외적인 분위기에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긍정적 흐름이 조성되고 있다. 남북관계 정상화의 걸림돌이 되어왔던 북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들이 제시되고 있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 8일 6자회담 관련국들과의 북핵문제 협의를 위한 아시아순방을 마친 후 “미국은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북한이 원하는 미·북 간 양자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며 “앞으로 몇 주안에 북한 방문 여부를 포함한 북핵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9일자 언론에는 “6자회담 이전에라도 북미 양자대화가 열리는 데 대해 한?미?일?중?러 5개국의 양해가 이뤄져 있다”는 정부 핵심 당국자의 발언도 보도되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난해 12월 북한이 비핵화 검증조치 이행을 거부한 뒤 중단됐던 6자회담의 재개 가능성도 높여주고 있다.

남북 대화가 절실한 이유

그런데 지난 6일 새벽 황강댐 방류로 인한 ‘임진강 수난’ 이후 정부 대응이 갈수록 강경해지면서, 남북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실 이번 사건은 근본적으로 분단이라는 구조로부터 연유하는 슬픔이다. 유사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남북 간의 긴밀한 협의와 협력이 필요하다. 어찌 보면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소식이 기쁨보다 서글픔으로 다가오는 것도 분단의 현실이 가슴 아프기 때문일 것이다. 모두다 남북 당국간 대화의 재개가 절실한 이유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 8·15경축사에서 “세계 모든 나라들과 진정한 친구가 되었다”며, “지구 전체를 한 가족으로 여기는 국제질서를 구현해야”한다고 하였다. 다른 나라와 친구가 되고, 지구 전체가 한 가족인데 같은 민족끼리 대화를 통해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있겠는가. 분단구조를 극복하고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 그리고 자주적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남북대화의 장이 다시 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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