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결혼주선 문화…가정불화 직접 원인
잘못된 결혼주선 문화…가정불화 직접 원인
  • 시민의소리
  • 승인 2009.09.0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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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소통과 상생을 위한 다문화가족 ③경제적 취약성과 가정폭력

 이주여성 K씨는 국제결혼대행업체를 통해 전남 영산포로 시집을 왔다. 남편이 잘산다는 말만 믿고 결혼한 K씨는 “결혼 전이랑 조건이 많이 달라 실망이 컸다. 집도 있고 수입도 매달 200만원이 넘으며 결혼 후에는 분가한다더니 실제는 월 100만원이 안되고 그나마 지금은 실업상태에 있다”며 “시부모님은 잔소리가 심하고 남편은 술만 마시고 도망갈까 봐 외출을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족은 처음부터 경제적 취약성을 안고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남편이 저소득층이거나 농촌지역의 노총각이 많아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인 남성  중에는 신체적 결함이 있거나 정신지체 장애를 앓고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있다. 남편들의 직업도 전문직보다는 일용직이나 단순노무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가 많고 농업으로 생계를 꾸리는 경우가 상당수에 달한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의하면 다문화 가정 52.9%가 최저생계비 소득수준 이하며 광주 전남 국제결혼조사 결과 역시 월평균 가구 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경우가 48.9%로 150만원 가구까지를 합치면 전체 다문화 가족의 80%가 차상위계층에 속한다.

▲ ▶장성 다문화가족센터에서 이주여성들이 한국어 및 취·창업 교육을 받고 있다.

▶ 심각한 경제난, 취업도 어려워

 이주여성들은 자국 내 빈곤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삶을 위해 한국인과 결혼하는 경우가 절반 가까이에 이른다. 전남도의 통계에 의하면 이주여성들이 한국인과 결혼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으로 더 발전한 한국에 살기 위해 결혼했다는 응답이 28%로 가장 높고 본국 가족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기 위해 결혼한 경우도 17.2%로, 경제적 이유 때문에 결혼한 비율이 45.2%에 달했다. 그러나 이주여성들이 한국에서 직업을 구하는 것은 만만찮은 일이다. 우선 안정된 일자리가 없다. 도시지역은 식당, 단순가공공장, 병원 청소부 등 일용직이 대부분이며 농촌은 비닐하우스, 김치공장, 과수원 등 수입이 적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한두 달 만에 그만 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박은자 장성다문화가족센터팀장은 “이주여성들은 가족생계와 본국에 송금하기 위해 한국문화에 적응하기도 전에 무작정 취업을 원하지만 취업·창업 교육프로그램이 미비하여 이주여성들이 취업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기업과 연결 네트워크를 구축, 체계적인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돈을 주고 사온 상품?

 가정폭력은 한국인 가정 내에서 자주 일어나는 사회적 문제지만 다문화가족의 가정폭력은 특이성이 있다

▲ 한국인과 결혼하게 된 동기
. 가장 큰 문제점은 시부모나 남편들이 이주여성을 ‘돈을 주고 사온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결혼 비용은 약 1300만원 정도 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한국인 남성들은 빚을 지거나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한국 남편들은 이주여성을 부부공동체 안에서 인격적인 반려자로 여기기보다는 비싼 돈을 주고 사온 ‘일꾼 또는 씨받이’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홍기술 나주다문화센터장은 “한국인 남편들은 저개발국가에서 온 이주여성들과 결혼하게 되면 이 여성들을 마음대로 통제하며 편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주여성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면 이를 통제하기 위해 폭력과 억압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성적폭력도 심각한 실정이다. 이주여성 L씨는 남편의 성폭력을 피해 전남 모 이주여성쉼터에서 보호 받고 있다. 남편과 나이차가 16살이 나는 L씨는 “남편이 지나치게 잠자리를 요구하고 이상한 행위를 요구하기에 내가 동물이냐며 항의하자 남편이 폭력을 휘둘러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이혼절차가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국제결혼중계업체의 문제점

 다문화가정에서 발생하는 가정폭력은 결혼중계업체의 잘못이 상당부분 차지한다. 결혼중계과정을 살펴보면 인신매매 성 폭력적 행태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결혼중계업체들은 한국 남성을 모집, 현지에 가기 전 사진자료를 보고 1차 선택을 하게 된다. 현지에 도착 후 비디오나 여성들을 집단으로 세워놓고 선을 보게 한 후 마음에 드는 후보 몇 명을 선택, 2차 선을 본 뒤 1명을 골라 개인적 맞선을 보고 결혼 상대가 정해지면 한국영사관에 서류를 제출하고 결혼식을 올린다. 귀국 후 초청장을 보내 이주여성을 입국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가정폭력의 문제점이 노출된다. 결혼대행업체가 한국남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이주여성에게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월수입을 부풀리거나 신체나 정신적 장애를 속여 무조건 결혼을 성사시켜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것이다. 막상 한국에 도착한 이주여성들은 남편의 현실에 절망하고 결혼 전의 조건을 따지게 되면 남편의 폭력이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권현희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팀장은 “결혼대행업체의 부실한 정보나 허위 거짓정보가 다문화가정의 불화를 조장하고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결혼대행업체에 대한 업무감독을 철저히 하고 법적 제도적 규제조치가 시급히 마련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가정폭력의 다양성

 가정폭력은 신체적구타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협박이나 경제적 학대 등 그 양상이 다양하다. 국적취득과 합법적인 체류를 위해서는 남편의 신원보증이 반드시 필요한데, 남편들은 신원보장을 미끼로 협박하기도 하고 가출에 대한 불안감으로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을 빼앗는 등 이주여성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생활비나 용돈을 주지 않거나 친정에 보내기로 약속한 돈을 송금하지 않은 경우도  많으며 심지어 직장에 나가 돈을 벌어올 경우 월급 채 돈을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다문화가정이 격는 고통은 이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송윤선 다문화가족센터장은 “다문화가족이 고통을 당하고 가족해체로까지 이어질 때 그 결과로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는 우리사회에 큰 피해를 입히게 된다”며”이주여성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고 직업훈련과 취업을 통해 사회적 공헌을 할 수 있게 정부와 지자체는 민간단체와 유기적 협조 속에서 대책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질적인 복지정책이 이루어져야”
[인터뷰]권현희 광주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 팀장

   
▲ 권현희 광주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 팀장


 여성부는 지난 2006년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센터에서는 이주여성들의 가정폭력, 성폭력, 경제적 빈곤, 국적취득문제에 대해 상담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현재 서울, 부산, 대전, 수원, 광주 등 5개소가 있다. 광주는 2009년 2월 문을 열고 활발히 활동 중에 있다. 광주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는 직원이 총 7명이며 이주여성들을 훈련시켜 중국, 베트남, 몽골, 따갈로그어 등으로 이주여성들의 고충을 상담 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권현희 팀장이 있다.

▶한 달 상담건수와 내용은

 300여건이 넘으며 지난주에는 105건으로 앞으로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담내용은 가정폭력, 체류 및 국적취득에 관한 법률서비스, 부부갈등문제, 일상생활에 대한 서비스와 통역·번역 서비스 등 다양하지만 가정폭력이 상당부분 차지한다.

▶다문화가정의 폭력 특징은

 일단 의사소통이 되지 않고 문화와 관습이 달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이것이 남편과 시부모와 갈등관계를 야기시켜 결국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남편의 의식의 밑바닥에는 아주여성들이 후진국에서 왔다는 무시감과 돈 때문에 결혼했고 언제 도망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조그마한 일에도 트집 잡고 폭력을 휘두르는 경향이 있다. 이와 함께 돈벌이에 급급한 결혼대행업체의 잘못도 크다.

▶구체적으로 결혼대행업체의 문제점은

 이주여성에게 구체적인 남편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다. 신체적 결함이나 정신지체장애, 경제적 여건 등을 속이거나 부풀려 단점을 감추고 장점만 부각시키거나 심지어 거짓말로 이주여성을 부추겨 결혼을 시켜 막대한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한국에 와서 시댁의 실생활을 접한 이주여성들은 절망에 사로잡히고 결국 가정불화에 이어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한마디로 국제 결혼대행업체는 ‘성매매업소’라 할 수 있다.

▶부부간 성폭력 실상은

 남편과 아내사이의 나이차가 많은 것이 문제점이다. 이주여성들은 20대 초·중반이 많은 반면 한국남성은 40대 중·후반 심지어 50대도 있다. 성적욕구가 강한 남편과 경험이 거의 없는 아내와의 성적 마찰은 성폭력이라는 문제점을 야기한다.

▶정부와 지자체에 바라고 싶은 사항은

 다문화 관련부서가 일원화 되면 좋겠다. 보건복지부, 여성부, 법무부 등에서 다문화 관련 사업을 펼치는 것은 이해되지만 다른 부서까지 나와 '실속 없는 떠벌리기 행사'를하는 것은 예산 낭비라 생각한다. 이주여성에게 김치를 담가 갖다 주는 것도 좋지만 의료보험적용확대나 기초 생활수급 대상자 폭을 늘리는 등 실질적인 복지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

/문상기 <시민의소리> 대표이사, 김무진 다문화소식지 편집위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취재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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