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속의 지구촌 앙감마을을 가다
영암 속의 지구촌 앙감마을을 가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9.09.03 13: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고의 번화가...환경, 범죄 몸살
외국인 밀집, 선도적 대책 '절실'

몇명이 사는지 아무도 모르는 곳

▲ 25일 저녁 8시 무렵의 앙감마을 중심가. 마치 도시의 유흥가와 같은 풍경이다.
지난 25일 저녁 8시께, 대불산단에서 삼호읍 소재지로 통하는 길목, 금호아파트와 마주하고 있는 삼호읍 용앙리 1680~1700번지 일대의 앙감마을. 공단배후 시설인 이곳의 밤거리는 유흥가가 밀집해 있는 여느 도시의 밤거리를 연상시킬 만큼 휘황찬란했다.

최근 대불산단의 불황여파 때문인지 음식점 등 업소에는 작업복차림의 손님들이 띄엄띄엄 앉아있을 뿐 그렇게 북적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골목 입구에서 만난 한 상점 주인은 “시간이 좀 이르기도 하고 요즘은 주말에나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지 평일에는 비교적 한산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 시간에도 길가를 따라 무질서하게 주차된 차들로 이곳을 지나는 차량들은 통행이 쉽지는 않았다.

번화한 거리를 지나면 보이는 것은 온통 원룸 건물들이다. 주민들도 그 숫자를 잘 모르고 있다. 대략 60~70채 정도 되지 않을까 하고 말한다. 삼호읍사무소에 따르면 앙감마을과 인근의 상촌마을을 합해 이곳에 있는 원룸시설은 모두 113곳. 한 건물에 작게는 12개에서 많게는 24개까지 룸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많은 원룸이 들어섰어도 지난해 초 한 때 일반 단층 주택들도 집을 개조해 3~4개의 방을 만들어 임차인을 입주시킬 정도로 원룸 구하기가 어려웠던 때도 있었다.

2천여명 거주에 이장이 단 1명

원룸은 실면적이 20㎡ 안팎 면적의 방들로 이뤄진 다가구주택으로, 시설에 따라 보증금을 받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임차인이 무보증 3~6개월 계약으로 25만원~30만원 사이의 월세로 살고 있다.

원룸은 조선산업이 호황을 구가하던 3년전 무렵부터 처음으로 들어서기 시작해 공단이 발달을 거듭하던 재작년부터 우후죽순처럼 들어서 지금은 거대한 베드타운을 형성했다.

▲ 마을 곳곳에는 불법으로 투기한 쓰레기와 폐자재 등을 볼 수 있다. 치안과 더불어 환경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곳에 몇 명이 살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주민들의 의견도 1천명에서 3천명까지 제 각각이지만 대략 2천여명이 넘게 주거하고 있다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원룸시설 한곳에 평균 15실로 잡고 모두 혼자 사용했을 때의 계산이니, 돈을 아끼려 2~3명이 함께 사용하는 원룸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도 매우 적게 잡은 수치다.

그런데 대충 계산해도 서호면 인구보다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이곳에 이장은 단 한명이다. 이 마을 임영주(70) 이장에게 마을에 관한 사항을 묻자 손사래를 먼저 친다. 생각만 해도 골치 아프다는 얘기다. 임 이장에 따르면 원룸이 들어서기 전 앙감마을은 65호 가량의 주민들이 주로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었다. 일부 이주를 한 원주민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지금도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고 있다. 임 이장에게 있어 원룸에 사는 사람들과 일부 상가 사람들은 생활에 불편만 주는 남의 얘기일 뿐이다.

경기불황 여파 도시 저소득가정 유입

삼호읍사무소에 따르면 등록된 앙감마을 주민은 287세대에 588명. 이곳 거주주민 4명에 한명만 주민등록을 한 셈이다. 외국인들이야 그렇다 해도 많은 한국인 입주자들도 주소 이전을 하지 않았다. 인근 부동산업자에 따르면 이곳 원룸에는 그 동안 주로 외국인 중심의 대불산단 노동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일부 유흥업소 종사자, 대학생 등 독신자들이 들어와 살았지만 지난해 중반 이후 조선산업의 불황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많이 떠나 빈 방이 많아졌다.

최근에는 이 자리에 경기불황으로 허덕이는 도시의 저소득가정 유입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급작스런 실패 및 실직 등으로 도시에서 살길이 막막해 진 사람들이 집세를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옮겨와 사는 사람들이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동산 업주는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느닷없이 극빈가정으로 떨어져 야반도주하듯이 살던 집을 떠나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다”며 “보증금 100만원조차 없어 갈 곳 없이 떠도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현재도 원룸 건축은 계속되고 있다. 경기 악화로 최근 임금체불이 늘고 수입이 없어 월세를 내지 못해 이탈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빈 방이 늘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앙감마을 곳곳에는 원룸 건축공사가 한창이다.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범죄

이곳은 또한 중국,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를 넘어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와 일부 아프리카 사람들까지 지구촌의 온갖 나라 사람들이 모여 영암 속의 작은 국제촌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 오면 최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09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에 따른 주민등록인구 대비 외국인 주민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기초단체 가운데 한 곳이라는 점을 실감할 수 있다.

다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살다보니 앙감마을에는 거주인구가 가장 많은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들을 위한 중국식품점과 동남아인들을 위한 전문점 등이 5~6개 들어서 성업 중이다. 이들 상점에는 각각의 본국에서 공수해 온 식품이 가득 들어차 있고 외국인들이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북적거리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들이 많이 모여 살다보니 각종 문제점들도 많다. 각기 다른 법, 제도와 환경 속에서 살다온 외국인들이 문화적, 풍습의 차이로 충돌을 빚는 것은 물론 이들의 갖가지 일탈행위 등으로 주민들은 밤거리를 나서기가 두렵다.

이 때문에 영암경찰서 삼호읍지구대에서 이 지역을 치안강화구역으로 지정해 특별히 치안 및 질서유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주민들의 불만은 그칠 줄 모른다. 삼호읍지구대에 따르면 아직까지 이곳에서 강력사건이 발생한 일은 없었다. 그러나 사소한 시비로 인한 싸움이나 부녀자 희롱 등의 사건이 그치지 않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절도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때문에 경찰이 더욱 집중적인 치안활동을 펼쳐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순찰차 한 대를 고정배치하고 있다는 경찰은 인력부족 등으로 난감해 하고 있다.

주민들, “원룸은 골칫덩어리”

▲ 앙감마을 중심가를 벋어나면 원룸시설들만 보인다. 이곳에는 모두 113채의 원룸 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이 외에도 환경이나 위생적인 면에서도 원룸은 골칫덩어리다. 주민들은 “주로 남자들이 살다 보니, 기본적인 분리수거 등이 제대로 되지 않고 불법쓰레기 투기로 마을이 많이 지저분해지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실제 이 마을 곳곳에서 불법 투기된 쓰레기 더미를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쓰레기로 점령당한 장소 주변에는 악취와 날벌레가 기승을 부려, 미관상·위생상 문제도 심각해 보였다.

주차난도 그렇다. 임 이장은 “농사짓는 주민들이 경운기를 몰고 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마을 바깥 도로로 한참을 돌아가야 한다”며 “좁은 길에 주차된 차 때문에 농사까지 방해받아야 하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한 군 차원의 관리 및 지원정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지난해 말 삼호읍교회 김수일 목사가 사비를 털어 마련한 외국인근로자 전용 문화센터가 일부 역할을 하고 있고 경찰에서 외국인을 위한 교통안전교육과 인권보호 상담실 운영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턱도 없이 미흡한 형편이다.


“늦기 전에 대책마련 서둘러야”

주민들은 군이 적극 나서서 대책을 세워 줄 것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임 이장은 “앙감마을을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나중에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며 “군이 주소이전이 가능한 거주자들을 찾아 주민등록을 유도해 지역민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외국인노동자 지원정책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이처럼 많은 영암지역의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해 타 지역에 앞서 선도적인 지원정책을 편다면 지역 이미지 상승과 더불어 노동자의 효율적 관리를 통해 지역경제의 생산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오주석 영암신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