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도 살려낸다는 전(鱣) 잡았어"
"죽은 자도 살려낸다는 전(鱣) 잡았어"
  • 시민의소리
  • 승인 2009.09.0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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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용, 꼬리는 숭어 모양
죽어가던 사람 먹고나서 '벌떡'

해남 송지면 내장리 김영만씨 포획 당시 회고담

▲ 1962년 전을 잡아 송지면을 떠들썩하게 만든 김영만씨. ⓒ해남신문
1962년 가을 송지면에 떠들썩한 일이 일어났다. 전설 속에서나 등장하는 전(전)이란 물고기를 내장리 사람이 잡았다는 것이다. 이 소문은 하루 사이에 온 마을로 퍼져나갔다. 죽을 날만 기다리던 사람이 그 전을 먹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는 이야기가 삽시간에 온 동네에 퍼져 나갔다. 만나는 사람마다 전 이야기요, 전을 먹고 기사회생했다는 사람 이야기이다.

본래 소문이란 퍼져나가면서 숱한 혹이 붙어지는 법. 본인이 직접 본 것처럼 침 튀겨가며 회자됐던 전 이야기. 한 때 송지면을 강타했던 소문의 주인공이자 전을 직접 잡았다는 내장리 김영만(82)씨를 찾아 나섰다.

1962년 가을. 그날은 서리가 내려 새벽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그날 밤 김씨는 용을 잡는 꿈을 꾸었다. 용꿈을 꾸면 운수대통 한다는 말이 있어 새벽녘에 투망을 챙겨들고 기분 좋게 바다로 나갔다. 김씨는 순백의 바다에 있는 힘껏 투망을 던졌다.

순간 뭔가 묵직한 게 걸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투망을 헤집어 보니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한 물고기가 웅크리고 있었다. 모양은 뱀처럼 기다랗게 생겼는데 꼬리부분은 붕어처럼 납작하고 몸통 위쪽은 뱀처럼 둥글다. 더욱 우스운 건  몸에 비해 머리통은 너무 작아 구렁이를 닮았고 눈은 푹 튀어나온 짱뚱이 눈, 이빨은 무수히 작은 것들이 안쪽을 향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신기하게도 납작하게 생긴 꼬리 부분에 아라비아 숫자 같은 것이 새겨져 있다. 기이하게 여긴 김씨는 그 이상하게 생긴 물고기를 동네로 가지고 와 나이 드신 어르신들에게 보여줬다. 그때 어르신 중에 혹 전설로 전해오는 전일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어르신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주변 사람들도 전이 틀림없을 것이라며 워낙 용한 것이라 하늘로 날지 모르니 꽁꽁 묶어 놓아야 한다고 했다.

머리는 용의 형상이요 꼬리는 숭어모양처럼 생겼다는 전설 속의 전. 백년에 한번 나온다는 전을 먹으면 어떤 병이든 완치되고 불로장생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 김씨는 그 귀한 것이 정말로 하늘 로 날아가 버릴까 봐 새끼줄로 꽁꽁 묶어 집 담장에 걸어두었다.

김씨가 전을 잡았다는 소문을 듣고 폐병을 앓고 있던 같은 동네 사는 사람이 찾아왔다. 나락 두 섬을 주겠다며 팔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사람과 인연이 되지 않으려고 했던지 한약에 상식이 있던 사람이 알 수 없는 물고기라며 말려 전으로 불리던 그 물고기는 다음날 김씨의 동생과 조카사위의 손에 들려 송지 산정으로 나가게 됐다.

산정에 도착한 이들은 마침 상을 당한 집이 있어 상가에 모인 사람들에게 물고기를 보여줬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뱀이 둔갑했느니 웃기게 생겼느니 하며 우습다는 반응만 보였다고 한다.

별거 아닌 것 가지고 난리를 쳤다고 생각한 두 사람은 마침 해원리 사는 강씨가 치소에 살고 있는 자신의 처남이 폐병을 앓고 있다며 물고기를 달라고 해 술 두 잔 받고 넘겨줘 버렸다. 고등학생이었던 그 사람은 솥에 그 물고기를 푹 삶아 먹은 다음날 아침 몸이 덥다며 문밖을 나왔다고 한다. 한걸음도 떼기 어려웠던 사람이 그것도 하루아침에 일어나 산에 까지 갔다 오는 놀라운 일이 일어난 후 이 물고기는 진짜 전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일확천금을 벌 수 있었는데 술 두 잔에 팔아버려 아쉽다는 등 별의별 재미있는 말들이 나돌았다.

송지면에서 전을 잡았다는 소문을 듣고 뒤늦게 이를 구하겠다는 사람들도 찾아왔다. 그러나 인연은 다 정해져 있는 법인지, 전의 주인공 김씨는 치소 사람을 살리라고 자신에게 전이 잡혔을 것이라며 사람 생명을 살린 것 이상 더 중요한 일이 어디에 있겠느냐며 웃었다.  /박영자 해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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