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를 마을숲으로 디자인하자!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를 마을숲으로 디자인하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9.08.25 11: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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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마을숲을 복원하자 ⑮에필로그

광주천에 아파트에 녹색 연결망 ‘그린웨이’ 만들자
마을숲, 현재적 활용 가능한 대안의 생태 문화자원
  

▲ 전남 담양군 담양읍을 관통하는 하천을 따라 조성된 관방제림은 한국의 마을숲을 대표하는 문화자원이다.
멀고도 먼 여정이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마을숲을 두루 살펴보기 위해 방방곡곡을 헤집고 다녔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광주로 돌아왔다. 담양 관방제림, 나주 고마숲, 화순 둔동숲과 같은 하천숲을 찾아갔을 때는 가장 먼저 광주천이 떠올랐다.

광주 북부 지역을 관통하고 흐르는 극락강에도 마을숲을 그려보았고 금남로와 충장로 위에도 마을숲을 그려보았다. 새로운 도심지가 된 상무지구를 비롯해 아파트단지, 공장, 학교, 병원, 공원 등 다양한 도시공간에 마을숲을 그려보기도 했다. 그렇게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광주의 생태적 비전을 디자인해보았다.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잘 몰라도 광주시민들은 누구나 광주에 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선다는 것을 알고 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구 도청을 지나칠 때마다 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서는 그곳에 마을숲을 덧씌워보곤 했다. 우리가 찾아다닌 마을숲은 모두 그 마을의 문화적 상징이었다.

마을숲은 마을을 수호하는 신이 되기도 하고 신과의 소통로가 되기도 했다. 풍수적으로는 비보와 압승의 장치가 되기도 했다. 일상적으로는 홍수, 태풍, 파도와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마을을 지켜주는 보호막이 되기도 했고 휴식, 모임, 놀이의 공간이 되어주기도 했다. 마을숲이 그렇게 질서와 조화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혹은 일상적으로 완성시켜준 것처럼, 아시아문화전당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광주에 도시숲을 조성하자

▲ 철도 폐선 부지를 따라 조성된 남구의 가로숲.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면서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에필로그에서는 그 동안 조심스럽게 갈무리해둔 마을숲의 다양한 기능을 도시공간으로 옮겨보고자 한다. 급속한 공업화와 도시화의 틈바구니에서 대부분의 기능을 상실한 잔존문화이지만, 마을숲의 가치가 사라진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마을숲은 생태적인 도시공간을 조성하는 데 있어서 많은 것들을 시사해주고 있다.

현대의 도시는 에너지와 물질의 자연적 흐름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구조이다. 반면에 마을숲이 있는 전통마을은 지역의 에너지 이용효율을 최대한 높이기 위한 생태적 구조로 되어 있다. 마을숲을 조성한 풍수적 배경만 살펴봐도 금방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 풍수라는 개념에서부터 우주적 요소인 바람과 물을 기본적인 인식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풍수는 결국 인간의 주거 공간과 바람 그리고 물의 생태적 만남이지 않은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의 경쟁력과 광주시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충분한 녹지를 확보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도로와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도시공간에 거대한 숲을 조성하기가 쉽지 않다. 땅값도 문제이다.

이쯤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전통사회의 마을숲은 구체적인 실천 행위였지 않은가? 신앙의 실천이었고, 풍수적 관념의 실천이었고, 자연재해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한 실천이었지 않은가?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우선적인 요구였음에도 금싸라기와 같은 땅을 숲으로 만들고 훼손을 해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을 통해 마을숲을 유지해왔지 않은가? 그렇게 하여 조성된 마을숲은 그 마을의 자랑이었고 경쟁력이었다.

마을숲의 공간적 전환 역시 실천 행위여야 한다. 그것은 도시의 경쟁력과 시민의 삶의 질을 확보해야 한다는 당위에 대한 구체적 실천이다. 광주천에 관방제림과 같은 하천숲이 조성되어 있다고 상상해보자. 11.8km의 광주천을 따라 기다랗게 이어진 띠숲은 건강하고 생태적인 환경을 제공해 줄 것이고, 결국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렇게 광주라는 도시공간으로 이동한 마을숲은 한국형 생태도시의 대안이 되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생태적 비전이 될 것이다.

국내외의 여러 도시들은 도시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면서 도시 내 녹지공간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도시개발의 과정에서 남겨진 숲을 도시숲 네트워크로 엮어 도시의 녹지율을 높이고 생태적으로 안정성을 추구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도시들이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생태도시를 구현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녹색 연결망 ‘그린웨이(greenway)’가 바로 그것이다.

▲ 광주천. 이곳에 하천숲이 조성된다면 광주는 생태문화의 비전을 제시하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발돋움할 것이다.
그린웨이의 개념은 녹음이 우거진 공원, 호수, 하천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의미한다. 그런데 그것을 도시환경에 적용시키기 전까지만 해도 그린웨이는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가 단절되는 것을 막고 이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구조물이나 식생을 의미했다. 도시의 그린웨이 역시 숲과 숲을 연결하는 생태통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용자가 인간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생태통로가 동·식물의 복지를 향상시켜왔던 것처럼 도시의 그린웨이 역시 사람들의 복지를 향상시킨다.

생태적으로 연결된 도시숲은 녹지와 주거지를 연결시켜 주거환경을 향상시키고 시민의 삶을 조금 더 친자연적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마을숲이 마을 앞의 공결을 막고 산과 산, 산과 하천을 연결하여 마을 공간을 생태적으로 완성시키는 것처럼, 도시숲 네트워크는 공원숲, 학교숲, 공장숲, 아파트숲, 하천숲, 가로숲 등을 연결하여 도시의 생활공간을 생태적으로 완성시켜 줄 것이다.

또한 마을숲이 산이나 하천과 연결되어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가 되어왔던 것처럼, 도시숲 네트워크 역시 다양한 생물에게 서식공간과 이동통로를 제공해줄 것이다. 이를 통해 도시에서도 쉽게 곤충이나 야생 동물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사회의 마을숲 조성의지와 도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현대사회의 도시숲 조성의지는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마을숲의 기능은 도시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에 숲을 만드는 것은 전통사회의 마을숲이 그랬던 것처럼 공간에 조화와 질서를 부여하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아파트에도 마을숲을 적용하자

▲ 광주 북구 일곡동 아파트 단지를 따라 조성된 도시숲. 메타세쿼이아 가로수와 어우러져 울타리숲 역할을 하면서 도로의 자동차 소음을 막아주고 있다.
최근 들어 아파트 단지의 녹지율에 따라 집값에 차이를 보이는 ‘그린 프리미엄’이 갈수록 위세를 떨치고 있다. 주변에 녹지가 풍부하거나 단지 내 조경이 공원 같은 아파트를 ‘웰빙아파트’라고 하는데, 이런 아파트는 집값도 높을 뿐만 아니라 지역의 랜드 마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파트단지 안팎으로 녹지가 많으면 그만큼 산소와 음이온 등 각종 건강 성분이 더 많이 뿜어져 나와 입주자들의 건강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 숲은 피톤치드(phytoncide)라는 특유의 방향성 산림향을 배출함으로써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숲을 바라보기만 해도 건강이 좋아지거나 병이 빨리 낫는다고 한다.

미국 델라웨어 대학 연구팀은 심장수술을 받은 환자 23명에게는 나무가 심어진 정원을 볼 수 있게 하고, 23명에게는 건물 벽을 보게 했다. 그 결과 정원을 바라본 환자들이 퇴원이 빠르고 진통제의 주사량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아파트숲은 이렇게 입주민의 건강과 정서적 안정에 기여하면서 미세먼지나 탄산가스와 같은 공기 속의 오염물질을 정화시켜주고 온도를 조절해주기도 한다. 특히 한여름에는 열대야를 불러일으키는 열섬(heat island)현상을 누그러뜨리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 강남 지역의 36개의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아파트숲이 온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녹지면적이 1%씩 증가할 때마다 아파트 단지 내 온도가 6월 기준 0.36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사회에서는 자신들이 살고 있거나 앞으로 살아갈 주거공간을 생태적으로 완성시켜 조화롭고 안정적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마을숲을 조성했다. 이러한 사고는 현대사회의 아파트 단지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아파트 단지를 하나의 마을로 보고 마을숲을 조성했던 원리를 대입시키면, 아파트 단지가 안고 있는 물리적·생태적·정서적 단절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는 남원의 옥전마을처럼 수구막이숲을 조성하고 심리적으로 중심이 되는 공간에는 단양의 뒷들마을처럼 당산숲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담장도 무안의 목동리나 나주의 고마마을처럼 마을의 울타리 기능을 하는 숲으로 바꿀 수 있다.

자동차 통행량이 많은 도로와 접하고 있으면 무안의 청천리처럼 방음림을 조성하고, 동과 동 사이의 허한 공간에는 함평의 사산마을처럼 비보림을 조성하고, 유흥가나 산업시설을 마주하고 있으면 안영마을처럼 압승림을 조성할 수 있다. 단지 내 공원이나 놀이터에는 함양의 상림을 적용하고, 하천이 흐르거나 연못이 있으면 호안림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을숲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기대하며

마을숲은 가장 오래된 우리 민족문화의 발원지라고 할 수 있다. 가지가 삼천세계를 덮고 향기가 9만 리에 이르렀다는 태백산 꼭대기의 우주목 신단수, 그 아래에 무리 3천을 거느린 천신이 내려와 도읍을 정하고 신시를 건설했다는 고조선의 건국신화는 마을숲 문화의 서막에 지나지 않았다.

신앙의 대상으로 조성되었든, 방풍림이나 호안림으로 조성되었든, 마을숲은 수백 년 넘게 인간사의 희로애락과 흥망성쇠를 지켜보면서 우람한 자태로 제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마을 어귀에 수호신처럼 서 있는 당산나무는 마을 전체의 평온과 행복을 지켜주는 땅의 진정한 주인, 즉 터줏대감이었다. 땅의 기운과 천기가 통하여 하늘과 지하세계를 잇는 그 나무에 둥지를 틀고서 우리의 삶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마을 공동체의 보호를 받으면서 수백 년 동안 마을의 운명과 함께해온 마을숲을 더 이상 잔존문화로만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을숲은 민족문화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며, 현재적 활용을 요청받고 있는 대안의 문화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서 현재로의 시간적 전환과 농촌에서 도시로의 공간적 전환을 통해 마을숲은 잔존문화에서 문화자원으로 거듭날 것이다.

유동과 임동이란 지명만을 남긴 채 사라진 유림숲과 경양방죽에 심어진 숲이 남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를 생태적으로 가꾸는 것, 마을숲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이를 가능케 하지 않겠는가. <끝>

/김경대 기자·정명철 전남대 문화재학 박사과정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후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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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se 2009-08-25 16:13:29
마을숲하면 중앙공원 사직공원 도심의 허파같은 공간은 이야기할 줄 알있난드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