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허탈할 수가…
이렇게 허탈할 수가…
  • 이돈삼 시민기자
  • 승인 2009.08.21 22: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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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나로호 발사 광경을 보고

 

▲ 나로호 발사 카운트 다운이 들어가자 성공적인 발사를 기원하며 환호하는 사람들.
지난 19일 오후 5시.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나로호’가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모습을 먼발치에서라도 보기 위해 고흥군 영남면에 있는 남열해변을 찾았다.

나로우주센터에서 16㎞가량 떨어진 이 해변은 날씨만 좋을 경우 나로우주센터가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최적의 장소. 이른바 나로호 발사 장면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명당자리’다.

남열해변으로 가는 2차선 도로 가운데 한쪽은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다. 발사  예정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선 해변에서 5㎞가량 떨어진 곳에서 차량 진입을 통제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남열해변은 북적거렸다. 전날부터 아예 텐트를 쳐놓고 휴가를 즐기며 발사 예정시간을 기다리는 피서객도 많았다. 인파는 해변에도, 소나무 숲에도 빽빽했다. 어림잡아 2만여 명에 육박할 정도다.

발사 예정시간이 가까워오면서 느긋하게 앉아 기다리던 사람들이 해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나로호 발사 광경을 한 뼘이라도 더 가까이서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해변에 모인 사람들은 함성을 질러댔다. 저만치 보이는 나로우주센터에까지 보내는 응원의 목소리다. 금방 떠오를 나로호의 모습을 떠올리며 팔짝팔짝 뛰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어린이들도 보였다. 감격의 순간을 좀 더 생생하게 보려고 망원경을 챙겨든 이들도 여럿 보였다.

발사 15분 전. 대형 스크린을 통해 자동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는 소식이 전달되자 관람객들이 술렁였다. 불과 몇 분 뒤 하늘로 치솟을 나로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으로. 발사시간 10분 전, 9분, 8….

 

▲ 발사 7분 56초를 남겨두고 갑자기 발사가 중단됐다는 소식을 접한 이들은 허탈해 했다.
그 순간, 잠시 카운트다운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달되면서 정적이 감돌았다. 모두들 숨을 죽인 채 현장 상황이 중계되던 대형 스크린에 눈과 귀가 쏠린다. 추진체의 연료배출이 시작됐으며, 오늘(19일) 발사가 어렵겠다는 말이 전해지자 모두들 힘이 쭈-욱 빠지는 모습이다.

 

한동안 그 자리에 굳어버린 듯이 가만히 서있던 사람들이 한숨과 탄식을 쏟아냈다. 그리고 삼삼오오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에이! 이게 뭔 일이야? 쏘아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허무하고, 허망할 때가 있나?” “발사를 여러 번 연기할 때부터 알아봤다.”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를 어떻게 볼까 걱정이다.” 그렇게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들의 표정은 허탈, 그 자체였다.

“그렇지 않아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나라가 초상집인데, 차라리 발사가 연기된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충격이 컸는지 한동안 멍-하니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하며 장탄식을 뱉어내면서도 “발사 전에 문제점을 발견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을 철저히 확인해서 다음번엔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내비치는 이들도 있었다.

고흥사람들은 나로호 발사 연기가 자신들의 잘못이라도 되는 양 죄스러워했다. “발사 장면을 못 보고 돌아가는 분들한테 정말 미안하다.” “오늘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다음에도 이렇게 많이 찾아올지 모르겠다”며 우려했다.

기대했던 만큼 실망이 크지만 금세 희망을 다시 품는 이들도 보였다. “이제 걸음마를 뗀 우리나라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더 철저히 준비해서 다음에는 우주로 날아가는 나로호를 꼭 봤으면 좋겠다.”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말고 더 분발했으면 좋겠다”면서.

허탈한 마음을 안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 나로호의 발사 중단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실망하거나 낙심할 이유는 없다. 우주관련 기술이 약한 나라가 한번은 겪어야 할 과정이라 생각한다면…. 

 

▲ 나로호 발사가 중단된 사실을 확인한 이들이 아쉬워하며 자리를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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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a 2009-08-25 17:20:09
나로호 발사 성공 기원합니다~
(성공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