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첫새벽은 돌아오건만…닭 울음소리는 가뭇없고
매일 첫새벽은 돌아오건만…닭 울음소리는 가뭇없고
  • 노해경 기자
  • 승인 2009.07.24 2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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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라도 토종 먹을거리를 찾아서’②-토종닭

 몸이 가볍고 성질이 활달하며, 날개가 강해 나는 힘이 풍부할 뿐 아니라 알을 품는 성질이 두드러져 부화된 병아리를 잘 기른다. 성질이 조금 급하고 공격적이며 알을 품는 중에 있는 어미닭은 사납다. 전체적으로 장방형으로 날씬 한 체형, 볏은 적색 홑볏, 목 밑엔 긴 고기수염, 단단하고 적당히 굽은 부리, 깃털 많은 목과 대변되는 정강이 등 특징이 일반적이다. 갈색·흑색·백색·회갈색 종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적갈색·황갈색 닭이 많다.’

▲ 토종닭 500여 마리를 기르고 있는 광산구 동산동 전남 축산기술연구소 축산시험장. 육계와 양계에 밀려 농가사육이 사라진 현재 토종닭을 보존·관리하며 재래종품종개량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지역 유일의 장소다. 이제 사업은 걸음마 단계지만 자라나는 어린 토종닭들에게서 토종 번성의 싹을 본다.ⓒ전남 축산시험장.

농촌진흥청 축산연구소에서 2006년 발행한 ‘재래닭 관리 지침서’에서 소개된 우리나라 재래닭의 특징이다. 다부진 몸매에 한껏 맵시를 자랑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거기에 자식을 사랑하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심성까지 빼박은 습성을 보면 절로 애정이 간다.

한발 더 나아가 전라도 토종닭의 특성도 궁금했다. 하지만 가축유전자원시험장(전북 남원시 소재) 연성흠 연구관 등 지속적으로 토종 및 재래종 닭을 연구한 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다부지고, 맵시 있는 재래닭 다시 볼 날 언제 쯤 

현재 닭은 전국적으로 교류가 많은 상태여서 지역적인 특성을 꼬집어 내기가 어렵다는 답이다. 다만 토착화된 토종을 통해서 재래종의 특성을 되살리는 재래종품종개량사업을 진행 중이라고만 밝혔다.

우리나라에 닭이 전래된 경로나 사육기원은 명확하지 않지만 삼국시대를 기술하는 문헌에 지칭하는 표현이 있는 것을 보면 정착 시기는 그 이전임을 알 수 있다.

지난 1900년 이전까지의 모든 닭은 재래닭이었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전국에 걸쳐 광범위하게 사육됐던 것이 일제강점기를 맞아 전환점을 맞았다. 일제에 의해 개량종이 도입되고, 양계업이 시작되면서 재래닭은 산란수가 적고 성장이 더디다는 이유로 차츰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후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으며 거의 소멸되다시피 했다. 전후복구사업의 일환으로 외국 원조기관으로부터 일시에 대량 유입된 개량종, 1960년대 미국·캐나다 등지에서 수입된 상업용 종계는 재래닭이 발 디딜 틈을 더욱 잃게 했다.

나아가 급격한 산업화와 더불어 축산물 수요 증가에 따른 닭고기·계란 소비 급증으로 생산성·수익성이 더욱 중시되면서 재래닭은 멸종위기에까지 이른다. 한마디로 국내 양계산업 발전은 토종 및 재래닭의 수난사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다.

최근 생활수준 향상으로 축산물 소비에서 양보다 질을 찾는 경향이 높아졌고, 고유가축 유지·보존 등 유전자원으로써 가치를 인정받아 재래닭의 순수성 확립과 재래닭을 이용한 실용화 및 산업화를 위한 연구가 추진되고 있지만 걸음마 단계다. 

우리지역에서 기르고 있는 토종닭은 약 500마리. 농가에서의 사육은 없고, 모두 전남 축산기술연구소축산시험장에서 유전자원의 보존·관리 차원에서 기르고 있는 것들이다.

아울러 시험장에서는 가축유전자원시험장에서 분양받은 300마리를 보존하면서 재래닭의 모습을 찾는 재래종자개량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시험장 방문시 토종닭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재래닭의 모습을 차츰 찾아가는 어린 닭들에서 그나마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박상국 축산시험장장도 현 시점 재래닭을 찾는 수준을 “걸음마 단계”로 표현하며, 그 과정도 어렵고 지난한 길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누구보다 유전자원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기에 맡은 바 임무에 사명감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많은 사람들이 그 중요성을 깨닫도록 축산 관련 공무원들부터 교육을 통해 인식을 바꿔나갈 생각이다.

▲ 토종닭 병아리ⓒ전남 축산시험장.

외국산 재래종에 한 해에도 수없이 많은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는 현실을 상기시킨 박 장장은 토종닭을 기반으로 개량에 성공한 ‘우리맛닭’을 소개하며 유전자원 확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토종닭 바탕 개량종 ‘우리맛닭’ 서서히 인기몰이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에서 개발한 ‘우리맛닭’은 지난 15년간 계속돼온 재래종품종복원사업의 실용화 작업의 결과물이다. 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충남 천안 소재) 나승환 연구관은 “고유의 재래종과 국내에 완전 토착화된 육질이 우수한 육용 계통을 원종으로 개발한 것으로 현재 소비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경남 등지에서 제한적 분양·시판하고 있지만 조만간 많은 농가와 국민들에게 보급될 것임도 알렸다. 토종을 바탕으로 우리 입맛을 사로잡으며 외래종을 극복할 수 있는 시도는 그렇게 결실을 맺고 있었다.

이는 토종을 비롯한 유전자원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우리지역 시험장에서도 곧 도입돼 농가분양·시판 등 그 가능성을 타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우리의 토종은 우리의 현실 속에서 되살아나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매일 첫새벽은 밝는다. 하지만 우리의 토종닭이 홰를 치며 새벽을 알리는 소리를 들었던 기억은 가뭇없다. 비단 도시의 삶이어서가 아니라 그 빈자리만큼 고기와 계란만을 위한 소리 없는 닭들이 채워서다. 토종닭들이 ‘꼬끼오’ 반가운 울음으로 아침을 깨워줄 날은 언제쯤일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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