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수호신, 물이 마르지 않는 시암”
“마을 수호신, 물이 마르지 않는 시암”
  • 오윤미 기자
  • 승인 2009.07.29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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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효동 성안마을 공동우물 복원 한창

▲ 최근 공동우물 복원사업이 한창인 북구 충효동 성안마을.
수백년 동안 마을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던 공동우물은 이제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물 한 방울이라도 흐를 새라 조심조심 물동이를 이고 가는 아낙네들의 뒷모습에선 가족을 위해 한평생 헌신해 온 엄니의 그림자가 비친다. 우물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빨래를 하던 아낙네들의 모습도 이제 모두 옛 것이 됐다.

물이 귀했던 그 시절, 촌락 형성을 위한 필수조건이었던 공동우물은 마을의 재산목록 1호였다. 부정을 타면 안 되는 귀한 존재로 여겨졌던 공동우물은 제를 지내며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기도 했다. 마을마다 놓여있던 그 많은 우물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최근 충효동 성안마을에서는 공동우물 복원 공사가 한창이다.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와 희망근로사업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

공동우물 복원사업은 마을의 유산을 보존하고. 향토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자 사업비 2억원을 들여 기존 공동우물 주변에 빨래터와 쉼터를 조성하고 순환유수시설과 낙수 집수실 등을 설치한다. 지난 23일 공사를 시작한 복원사업은 10월께 공사가 마무리된다.

성안마을 중심에 자리한 공동우물은 요새도 종종 빨래터로 이용되곤 한다. 마을 주민 김종희(51)씨는 “예전처럼 먹지는 못해도 꾸준히 관리를 한 덕에 단수일 때 요긴하게 우물을 사용한다”며 “워낙 우물터가 넓어서 빨래를 하거나 마을 잔치가 있을 때 사용한다”고 말했다.

넓디넓은 우물터는 성안마을의 사랑방이었다. 우물가에 앉아 노닥거리는 아낙네들의 입을 통해 마을 곳곳에 소식이 전해졌다. 뉘 집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하루도 채 안 돼 소문이 났던 것도 다 우물가 사랑방을 통해서였다. 마을 추억이 그대로 서려있는 우물가를 유복순씨는 “시암의 행복”이라고 추억했다.

유복순(80)씨는 “지금이야 집집마다 물이 콸콸 쏟아지니 우물을 사용할 일이 적어서 그렇지 예전만 해도 시암은 우리 마을의 자랑이었다”며 “워낙 시암 물이 깨끗해 우리마을에 유독 장수하는 노인네들도 많다”고 기억했다. 귀하디귀했던 물이 천대받는 것 같아 마음이 쓰리다는 유씨는 시암 자랑을 그칠 줄 몰랐다. 

마을 길 보다 낮게 자리한 우물터는 종종 동네꼬마들의 다이빙 장소가 되기도 했다.  마을 이장 김종원(45)씨는 ‘우리 동네 꼬마치고 우물에 안 빠져 본 놈이 없다“며 ”보기엔 저래도 우물이 꽤 깊어 한 번 빠지면 정신이 번쩍 난다“고 일화를 들려준다.

마을 사람들은 우물 복원을 꽤나 반겼다. 채복수(68)씨는 “내가 시집온 지 한 50년 됐는데 그때부터 우물이 있었으니까 우물이 마을에서 제일가는 터줏대감이다”며 “지금껏 우물을 안 막은 것도 우물이 마을에 복을 가져다준다는 믿음 때문이다”고 말했다.

우물이 복원된다 한들 물을 길러다 밥을 하는 모습은 더 이상 볼 순 없겠지만 성안마을의 수호신 우물을 통한 마을 공동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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