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하거나 혹은 대형병원 지점 되거나
몰락하거나 혹은 대형병원 지점 되거나
  • 노해경 기자
  • 승인 2009.07.16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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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지역병원 생존의 길을 모색한다 ④지역병원 상생을 위한 대안

홀로서기는 지역병원 생존방안 될 수 없어

Big5로 불리는 수도권 대형병원이 막대한 자금력을 뒷받침으로 삼고, 공세적인 마케팅 전략을 통해 우리나라 의료계를 재편해 가고 있다. 이런 공세에 위협을 느낀 지역병원들은 한편으로는 자구책을 통해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에서 어떤 정책적 지원이 없을까 내심 바라는 눈치다.

정부는 지난 5월 의료선진화라는 명목으로 경쟁력 있는 지역병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내용은 특성화를 통한 전문병원 육성이다. 의료채권 도입·경영지원사업(MSO) 확대·의료법인간 합병 허용이 그 골자로 경쟁력 있는 병원을 키우고 그렇지 못한 병원은 도태시키겠다는 의도로 파악된다. 여기에 아직 논의 중인 영리의료법인까지 허용된다면 지역병원의 재편은 가속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지역의료계도 사실상 ‘적응’에 초점을 맞춰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형병원의 공세와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에 비판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보건의료노조와 몇몇 진보적인 의사단체들은 이대로 의료산업화가 진행되면 지역병원들은 ‘몰락하거나 혹은 대형병원의 지점이 되거나’라고 미래를 내다본다. 생존 모색에 부심하고 있는 지역병원들도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공존이 아닌 홀로서기에 치중하고 있어 이들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의료 전달체계·공공성 확립이 지역병원 살길

지역병원의 생존과 더불어 우리나라 의료의 나아갈 길에 대한 이들의 해법은 일견 간단하다. 민간부문이 우리나라 의료를 선도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공공의료부문의 확대가 답이라고 제시한다.

민간부문 90%, 공공부문 10% 수준인 현재에서 경쟁력을 잣대로 민간부문을 재단하고, 그나마 남아있는 공공부문까지 수익성을 추구할 것을 요구한다면 결국은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공공부문을 포기하겠다는 의도 아니냐고 반문한다.

아울러 의료의 공공성 확대에도 목소리를 높인다. 붕괴된 의료전달체계를 다시 확립해 1차는 예방중심으로, 2차는 치료중심으로, 3차는 연구중심으로 그 역할을 분담하고 투명성을 바탕으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본궤도를 찾을 것이고 지역병원도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본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정부는 의료정책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 OECD 국가 평균 수준에 맞는 공공의료부문의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주문도 제기했다.

▲ 지역병원과 상생 택한 ‘한길안과병원’
 
수도권 Big5 대형병원의 공세에 생존을 모색하고 있는 지역병원들의 행보는 대부분 제각각이다. 주로 홀로서기로 대변되는 이런 행보와는 달리 지역병원들과 공존을 택한 인천 부평의 한길안과병원(병원장 최규홍)의 노력은 신선함을 넘어 충격이다.
타 병원의 환자를 빼앗아올수록, 과잉진료 할수록 수익을 높일 수 있는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한길안과병원 사람들은 “동업자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진정한 경쟁력”이라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
병상 52개, 의료진 17명, 직원 110여명 등 규모면에서는 여느 2차 의료기관과 다를 바 없는 병원. 대외적으로 내세우는 경쟁력도 ‘정도경영’, ‘사회공헌’, ‘직원행복 중시’ 등으로 특이점이 없지만 그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면 차이는 바로 드러난다.

   
▲ 지역병원들이 모두 다 홀로서기에 부심하고 있는 즈음 한길안과병원의 공존노력은 빛난다. 투명·공존 경영을 통해 “동업자들로부터 인정받는 병원”을 꿈꾸는 한길안과병원은 정부의 의료공공성 확보 촉구 못지않게 지역병원들이 모범으로 삼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공동기획취재단.

“동업자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경쟁력”

먼저 정도경영의 첫 항목으로 꼽는 ‘투명경영’이 주목을 끈다. 병원의 수익을 매월 모든 직원들이 참여하는 정례회에서 공개하고, 인사에 있어서도 병원 관계자 친인척의 개입에 여지를 두지 않았다.

대부분의 지역병원들이 낮은 수가체계에서 부심하다보니 수익 공개를 꺼리고, 병원장 부인을 위시한 친인척 중심의 인사로 일관하는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여기에 한길안과병원은 병원의 성장에 따라 직원들에게 그 공을 돌리는 성과급까지 추진하고 있어 한발 더 나아간 모습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정도경영의 두 번째 항목인 ‘공존공영’이다. 지역 내 다른 안과병원들과 함께 생존을 모색하는 자세다. 인천시내 50여 곳의 병·의원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남다를 바 없는 사항이지만 이들과 함께 하기위해 지역의료봉사를 폐지하고, 지역광고도 제한한 것은 특이할 만한 내용이다.

전국 안과병원 중 2~3위를 다투는 실력임을 감안할 때 지역민들의 의료봉사 요구는 대단히 많다. 하지만 지역의 군소병원들에게는 한길안과병원의 단독 의료봉사행위는 생존의 위협이다.

정도·투명 경영, 직원이 행복한 병원

한길안과병원은 과감하게 결단하고, 지역병원들과 함께하는 길을 택했다. 일정 부분 수익감소를 예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지역병원들과의 공존과 협력강화를 일구는 계기가 됐다. 동업자들에게 인정받는 지역병원은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

경쟁력 있는 의료진과 첨단시설을 갖추고도 지역병원들과 경쟁관계를 양산해 지역에서 신임을 잃어가는 많은 병원들에게는 한길안과병원은 하나의 귀감을 넘어 공존의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규홍 병원장도 “지역의원에서 의뢰하면 한길에서 수술해주고, 다시 그 의원으로 환자를 되돌려 보내준다”는 말로 지역과 함께 생존을 모색하는 병원의 현재를 설명했다. 오히려 지금은 수익 면에서도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외에도 한길안과병원은 환자의 행복보다 직원의 행복을 더 중시하는 병원으로 유명하다. 직원에 대한 양질의 처우·복지 등이 곧바로 병원에 대한 애정과 환자에 대한 헌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병원 운영진의 예상은 적중했다.

병원의 매출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나들자 아웃소싱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는 대부분의 지역병원들과 대비되는 측면이다. 한길안과병원 박덕영 기획실장도 “직원 임금이 매출의 50%에 육박하지만 우리병원은 가급적 번만큼 직원에게 돌려주자는 것이 목표다”며 “마음에 없는 친절보다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로 환자들을 대하는 병원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속도 지상주의가 대세인 시대에 더디지만 내실 있는 병원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구성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지역 내 병원들과 공존을 모색하는 병원은 홀로서기로 그 생존을 모색하고 있는 대부분의 지역병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지기에 충분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공동기획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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