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 포머 2]엄청난 비주얼에, 유치찬란한 미국 대중문화
[트랜스 포머 2]엄청난 비주얼에, 유치찬란한 미국 대중문화
  • 김영주
  • 승인 2009.07.15 18: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트랜스 포머 2]

어떻게 저런 비주얼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다.  입이 떡 벌어질 장면이, 한 두 개가 아니라 열 개가 넘는다.  엄청난 스케일 · 더욱 실감나게 그려낸 변신과정 · 복잡한 몸체와 동작의 섬세한 묘사.  이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 상하이 시내를 온통 쑥밭 짓이기듯이 부셔버리고, 숲 속에서 너댓 개 거대로봇이 리얼한 액션동작으로 격렬하게 치고받고, 항공모함 하나를 통째로 양철통 작신 분질러 짓밟아서 불태워버리고, 이집트 룩소스 돌기둥 궁전을 짓뭉개서 박살을 내버리고, 그리고 마침내 여러 로봇이 서로 뭉쳐서 더 웅대한 로봇으로 변신하는 장면과 피라밋까지 왕창 무너뜨려버리는 장면들에선 숨마저 몰아쉬기 힘들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 .  1편의 참신함이 보여준 엄청난 충격으로 ‘뽕 한 방’을 미리 맞았던 경험이 있어 망정이지, 하마터면 숨넘어갈 뻔 했다.  [쥬라기 공원1]에 뒤이을 또 하나의 ‘영상혁명’이라할 만큼 엄청나고 엄청났다.

그에 비해 시나리오나 캐릭터의 분위기는 겨우 중고등학생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비주얼이 너무나 엄청나서 그 유치함이 더욱 더 두드러진다.  안타깝다.  시나리오가 여기 저기 구멍이 뚫려 있고 스토리를 끌고 가는 그 분위기 자체가 쫀쫀하고, 미국의 애국적 영웅주의가 노골적이면서 유치찬란하다.  내겐 60년대 일본 만화영화 [철인 28호]와 [우주소년 아톰]이 이미지 메이킹 되어 있다.  큰 로봇은 장대한 웅장함, 작은 로봇은 아기자기한 정겨움.  그런데 거대로봇들이 쪼잔하게 어쩌구 저쩌구 구시렁대고 콩이야 팥이야 고시랑거리며, 심지어는 범블비가 애완견처럼 간질거리다 못해 눈물까지 펑펑 쏟아낸다는 게 닭살 돋도록 어색하다.  빨강·초록 쌍둥이로봇이 똘마니처럼 깐죽대는 것도 싫다.  [스파이더맨2]의 옥토퍼스처럼 모양과 몸짓 또는 음향으로 얼마든지 스토리를 끌고 갈 수 있을 텐데 ... .  1편에선 실망함에 그쳤는데, 2편을 보고선 거대로봇의 장엄미는 아예 포기하기로 했다.

▲ <트랜스포머 2>의 한 장면.ⓒdaum 영화.

남자 주인공이 똘똘하기는 하지만, ‘지구의 위기’를 구해줄 영웅적 카리스마에서 너무 멀다.  동네 조무래기들의 착한 골목대장쯤에 지나지 않았다.  여자 주인공은 막무가내로 섹시하기만 하다.  1편에선 좀 빈티나면서 천박한 느낌이 있었는데, 요 2-3년 사이에 많이 성숙해졌다.  그 천박한 느낌이 오히려 촉촉하게 요염한 야성적 섹시함으로 농염하게 무르익었다. 그런데 그 농염해진 섹시함이 그저 혼비백산해서 마냥 내달리며 소리만 질러댔다.  그녀의 한계가 아니라 영화의 한계이다.  [바디 히트]나 [원초적 본능] 비슷한 다른 영화를 기다릴 수밖에 ... .  조연들도 그 엄청난 비주얼 틈새에 끼어, 그저 그 틈새들을 메우는 땜빵질에 여념이 없다.  그러니 거대로봇의 비주얼 말고는 기대할 게 아무것도 없다.  그냥 그렇게 알고 눈요기만 즐기시라.  눈요기 하나는 정말이지 끝내준다. 

▲ <트랜스포머 2>의 한 장면.ⓒdaum 영화.
이토록 엄청난 비주얼을 보여주는 능력에도 불구하고, 시나리오나 작품분위기는 어찌 겨우 이 정도밖에 잡아내지 못할까?  [진주만] [아마겟돈] [더 록] [나쁜 녀석들1·2] [아일랜드]같은 그의 작품으로 미루어 보건대, 그가 대중재미를 위한 블록버스터 영화에 큰 재주가 있는 건 분명하지만, 정신연령은 스무 살 시절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놀라운 솜씨를 가지고 있지만, 그 재주에 도취해서 더 깊은 삶의 숙성에 관심도 없고 그걸 만날 기회도 없는 그런 종류의 사람인 것 같다.  미국 대중문화의 전형이다.  대중재미 A+ · 영화기술 A+ · 삶의 숙성 D0.

[트랜스 포머2]의 엄청난 비주얼이 [터미네이터4]의 비장한 장대함으로 숙성된 연출력까지 잘 갖추었다면, [쥬라기 공원1]의 감동과 전율을 넘어설 수도 있지 않았을까?  [트랜스 포머2]와 [터미네이터4]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하나요?  중학생 딸아이는 숙성된 연출력의 [터미네이터4]를 택했다.  난 이래저래 망설이다가, 그 엄청난 비주얼의 [트랜스 포머2]를 택했다.

▲ <트랜스포머2>의 한 장면. ⓒdaum 영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