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에게 민주주의 위기 찾는 것 피상적”
“MB에게 민주주의 위기 찾는 것 피상적”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9.07.10 2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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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고 노무현전 대통령 추모 토론회

광주연구소(이사장 나간채 교수)는 지난 8일 광천동 고속터미널 유스퀘어 2층 대회의실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토론회’를 개최했다.
제1세션은 ‘노무현, 그 가치의 재조명’을 주제로 최영태 전남대 교수와 이민원 광주대 교수가 각각 발제자로 나서 ‘지역주의 극복의 노무현, 그리고 광주’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으로 설계한 혁신한국’을 발표했다.  제2세션에서는 고원 상지대학교 민주사회정책연구원과 김형기 경북대 교수가 ‘노무현 이후, 한국사회의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극복방안’, ‘경제위기 탈출의 민주주의적 대안’을 각각 주제 발표했다. <편집자 주>

▲ “연합정치 정치선진화 수단…지방선거에서 모델 만들어야”
고원 연구원, 노무현 이후, 한국사회의 과제와 전망 주제발표

“다시 민주주의다.”
고원 상지대 연구원은 “87년 민주화 이후 새로운 시대담론을 찾기 위해 20여 년 동안 씨름했지만 결국 다시 마주한 것은 민주주의”라며 “지금 시대정신은 민주주의를 재성찰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위기의 요인을 이명박에서 찾는 것은 “피상적 인식”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원인을 ‘사회상황의 조건변화’와 ‘내생적 요인’, ‘진보개혁세력의 리더십과 전략 부재’에서 찾았다. 

그는 민주주의 위기론의 첫 번째 요인으로 사회상황의 조건변화를 들었다. “한국사회가 민주화와 세계화의 시간대를 경과하면서 국가와 사회의 관계양식이 현격하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수적 시민사회와 보수언론, 대자본이 보수적 협치를 통해 권위주의적 보수-수구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자생력 생겨났다”고 진단했다.

두 번째 요인은 내생적 위기론이다. 이에 따르면 87년 이후 민주세력의 무능과 헌정체제의 내적 모순이 위기론의 핵심이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세계화의 물결이 시민의 자유에 대한 열정과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 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같은 시민적 덕성의 위기를 가속화했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17대 대통령 선거의 시대정신은 개발, 돈, 부자”가 됐고 “18대 총선도 지역구 특혜와 같은 욕망의 흐름에 좌우됐다”고 평가했다.

세 번째 요인으로는 진보개혁세력의 리더십과 전략부재를 꼽았다.  그는 “지난 시기 진보개혁세력들이 거의 모든 주요의제에서 사사건건 분열했다”며 급기야는 “지지기반이 와해되는 불행한 사태에까지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개혁세력들이 사회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과거의 낡은 패러다임에 안주하다 정치무대에서 사라진 반면 좌파 진보세력들은 내부의 지독한 정파갈등과 당내 민주주의 결핍에 시달리다 분당되는 비극을 맛봤다”고 비판했다.

시민운동과 인권운동, 통일운동진영에 대해서도 “대중에 기반 하지 못한 ‘과잉이념화’와 ‘과잉 정치화’로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데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고 연구원은 민주주의 위기 극복을 위한 핵심 방안으로 운동 전략의 변화를 제안했다. 이를 위해 “관념 속에 존재하는 현실을 소거하고 현실 속에 존재하는 현실에서부터 출발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정치지형의 핵심은 신자유주의 대 반신자유주의 혹은 국가관여 대 시장자율”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실천영역”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고 연구원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과제는 87년 체제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새로운 체제의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87년 체제의 민주주의가 독재정권의 출현을 막기 위한 절차적 장치, 주로는 선거민주주의”에 국한되면서 “민주주의를 폭넓게 작동시키기 위한 정치적, 사회경제적 기반을 만드는 조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반성에서다. 이 때문에 고 연구원은  “87년 민주주의는 시민들을 훈련시켜 공적 덕성을 발전시켜 나가기보다는 오히려 탈정치로 나가도록 방치한 측면이 강하다”고 비판했다.

고 연구원은 또 한국 정치가 공론기능에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힘의 정치”라는 전통에서 그 원인을 파악했다. 그는 “한국 민주주의가 집권자의 국가권력 사유화시도에 대응하는 것이 취약하다”며 “행정 우위의 구조와 의회 자율성 상실이라는 기형적 정치권력 구조가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검찰, 경찰, 국정원, 감사원, 국세청 등 주요 핵심권력기관이 여전히 개혁되지 못한” 것도 “집권세력에게 힘의 정치를 수행하도록 유혹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고 연구원은 새로운 민주주의의 핵심으로 빵이나 계급이 아닌 가치를 꼽았다. “한국사회 대중이 가치가 출현할 때 진보에 열렬히 화답했고 가치가 소멸할 때 침묵”하는 경향을 보여 왔던 역사적 사례 때문이다.
그는 “노무현이 한국사회에서 가치를 통해 대중의 열정을 동원한 최초의 정치인”이라며 “앞으로 시민들의 구체적 삶에 근거한 가치창출과 이를 민주주의적 실천영역에서 녹여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진보개혁세력이 연합정치라는 주제와 본격적으로 씨름해야 할 단계에 와있다”며 “연합정치를 단순히 선거에서 표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정치공학적 차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연합정치가 고립분산 된 채 개별적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현재의 경직된 구조를 깨트리기 위한 주요방편”이자 “현재 민주개혁세력이 직면하고 있는 최대의 과제인 리더십 복원이라는 과제와 긴밀하게 결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연합정치가 정치개혁의 여정에서 정치선진화로 가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지방선거에서 멋진 연합정치모델을 만들어 내자”고 제안했다. 

   
▲ 광주연구소(이사장 나간채 교수)는 지난 8일 광천동 고속터미널 유스퀘어 2층 대회의실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토론회’를 개최했다.

▲ “지역주의와 맞서 싸운 개혁적 지도자”

최영태 전남대 교수, ‘지역주의 극복의 노무현, 그리고 광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역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지역주의와의 싸움으로 등식화할 수 있다. 최영태 전남대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의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노력을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분석했다. 

그 첫째는 “영호남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노력”이다. 비록 영남유권자들에게는 배척을 받았지만 호남유권자들은 이를 높이 평가했고 열렬하게 지지했다. 그 결과 노 전 대통령은 광주를 ‘노풍’의 진원지로 삼을 수 있었고 호남유권자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집권당 내의 지역편중 해소를 위한 노력”이다. 전국정당론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민주당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외화 됐다. 하지만 민주개혁진영 내에서 많은 논쟁을 일으켰고 특히 호남지역에서 극심한 반발에 부딪쳤다.

최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전당화에 나선 이유를 “집권당과 민주개혁세력의 정치적 기반 확대”, “민주당 내 영남 개혁세력에 대한 애정과 연민” 그리고 “고향에서 인정받고 싶은 심리”라고 파악했다.

최 교수는 하지만 “새로운 대통령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것은 후진적인 정치문화의 반복”이며 “전국정당론을 호남극복론으로 돌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잘못된 방법론”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열린우리당의 해체로 전국정당화를 위한 노력은 일단 실패로 돌아갔다.

세 번째는 “수도권 집중주의와 지방소외에 대한 도전”이다. 수도권 주민들과 한나라당, 보수언론의 심한 견제를 받았지만 “지역문제를 국가적 아젠다로 설정한 유일한 대통령”이라는 후한 점수를 받았다.

최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진력했지만 항상 소수자 신분이었고 힘겨운 싸움을 해야만 했다”며 “그러나 어느 하나도 도중에 포기하지 않는 우리 역사상 보기 드믄 개혁적 지도자였다”고 긍정 평가했다.

향후 영호남의 상생협력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호남의 입장에서 영남편중과 호남소외 현상이 결코 가볍게 다룰 성질의 것은 아니지만 더 긴급하고 구조적인 모순 즉 수도권 집중과 지방 피폐현상을 타개하는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 것.

최 교수는 또 “지금 민주주의, 균형발전, 남북관계 등이 모두 위기를 맞고 있다”며 “비록 노무현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정신과 유산을 우리의 과제로 계승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교수는 이어 “대중들은 노무현 서거이후 바로 그의 참모습을 발견하기 시작했다”며 “노무현은 국민의 머릿속에 서민대통령으로, 탈권위주의 시대의 지도자상을 개척한 인물로 오랫동안 기록될 것”이라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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