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병원장들의 병원 생존 모색
지역 병원장들의 병원 생존 모색
  • 노해경 기자
  • 승인 2009.07.09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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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병원의 브랜드 힘으로 돌파”

▲ 김진만 아이안과 송정점 원장.
김진만 아이안과 송정점 원장(1차 의료기관)

지역 1차 의료기관에서 바라보는 지역병원의 위기 인식과 대처는 어떤 모습일까. 사실 위기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일종의 프랜차이즈 병원이라 볼 수 있는 네트워크 병원이 얼마 전부터 떠오르고 있다. 광주·전남에 본점 1곳, 지점 3곳이 있는 아이안과 송정점(광산구 송정동 소재)을 통해 네트워크 병원을 통한 대처방안에 대해 물었다.

▲환자의 수도권 쏠림현상 원인은
KTX 등 교통편이 좋아져 접근성이 편리해지고, 인터넷 등 의료에 대한 정보가 넘치다보니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을 많이 찾는 것으로 보인다. 의료전달체계도 붕괴돼 환자들이 지역병원 보다는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실질적·심리적으로 이익이라고 생각하고 공공연하게 실력도 낫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사실이다. 

▲대형병원의 사회적 문제점은
시설·실력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우리나라 의료 질을 한 단계 높였다고 평가받는 수도권 대형병원들은 성과 못지않게 많은 문제점도 남기고 있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병상을 늘리며 환자·의료 인력의 수도권 쏠림현상을 가중시켰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대형병원들이 ‘수술공장화’의 길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아산병원의 한 의사의 경우 아침에 수술실에 들어가 저녁이 돼야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사회적으로는 ‘기러기 환자 가족’ 문제도 대두된다.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환자의 뒷바라지를 위해 떠나는 가족들 이야기다. 결국 국민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의료의 사회적 비용도 급증시키는 것이다.

▲아이안과의 대처는
안과는 실제 위기의식이 덜하다. 전문의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고, 시술에 있어서도 수도권과 지방이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피부과·성형외과·치과 등도 비슷하다. 다른 진료과목들의 위기의식은 심각하다. 결국 수도권을 지향하기보다 지역병원들끼리 서로 뭉쳐야 산다.

우리 송정점을 비롯한 아이안과의 네트워크화 노력도 위기에 대한 대처라 볼 수 있다. 최근 네트워크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병원들이 늘고 있다. 척추 전문병원인 ‘우리들병원’도 비슷한 케이스다. 브랜드 네임을 통해 결집하고, 센터를 두고, 각 지점들이 그 센터를 중심으로 의료를 펼쳐나간다면 전문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앞으로 숙제가 많이 남은 것도 사실이다. 더 발전해 협진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다.


“환자들이 선택하도록 경쟁력 갖춰야”

▲ 정재훈 광주 동아병원 원장.
정재훈 동아병원 원장(2차 진료기관)

의원급의 홀로서기와 대형병원의 규모의 경제에 맞선 2차 진료기관들. 실력과 함께 일정 규모도 실현해야 하는 중소병원들은 아마 수도권 대형병원들의 진출에 가장 큰 피해자일지 모른다. 하지만 동아병원(남구 백운동 소재) 정재훈 원장은 환자들이 먼저 찾는 경쟁력이 우선임을 밝히며 지역의료계의 역할도 강조한다.

▲2차 진료기관의 어려움은
의료체계도 문제지만 인구의 도시편중이 더 큰 문제다. 인구의 80~90%가 도시에 집중돼 도·농간 의료의 질 차이도 많고, 의료전달체계도 붕괴된 실정이다.

사실 지역중소병원들은 수지 맞추기도 힘들다. 그래서 일부 병원은 무리수를 두는 경우도 있다. 건강보험의 저보험료·저수가·저급여 정책이 총체적인 문제점을 야기한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까지 적정보험료, 적정수가, 적정급여를 주장해왔다. 단적인 예로 의료수가의 경우 대만·일본은 우리의 8배 정도다.

▲위기에 대한 인식은
수도권 대형병원들이 부각됐지만 전체 통계로 보면 오히려 환자들은 늘어났다. 규모가 신뢰의 요인인 시대다. 수도권 대형병원들은 우리나라 의료를 선진화하고, 전문화 센터 위주로 발전했다는 공이 있다. 이는 환자의 입장에선 싫은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보면 지역에 비해 의료비의 2~3배가 받았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수도권 대형병원들의 공세에 지역 의료계는 전반적으로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시의사회 차원에서 의료박람회를 개최해서 지역의료계를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의료계 내부사정을 몰라서인지 시에서도 지역병원의 위기에 적극 대처하지 않는다. 지역의 우수한 의료진들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좋을 것이다. 

▲동아병원의 노력은-우리병원은 관절·척추 등 방면에 전문성을 가진 병원이다. 현 의료체계상 의사들이 진료에 매달리다 보니 병원경영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지만, 우리병원은 경쟁력을 확보와 차별화 전략을 선택했다.

지속적 경영혁신을 위한 HADA 플랜 정립, 최고의 품질·최대의 성과 추구, 외부·내부고객가치 극대화, 사회책임경영 등을 위해 21개 프로젝트를 세우고 실천하고 있다. ‘GREAT 동아 2010’을 내실 있게 추진 중이다. 적절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수도권 대형병원들을 탓하기 보다는 환자들이 우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다. 환자들이 수도권으로 가지 말라고 할 당위가 없다. 무엇보다 지역병원은 경쟁력을 길러서 환자들이 스스로 찾도록 만들어야 한다.


“특성화·전문화 통해 세계로 도약할 것”

▲ 김영진 전남대병원 원장.
김영진 전남대병원장(3차 의료기관)

우리지역 중추 의료기관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전남대병원. 각종 지표에서 지역 1위·지방 국립대병원 1위이지만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생명존중’을 모토로, 특성화·전문화를 통해 세계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로컬을 포괄하는 글로벌’이란 말이 드러내듯 치료에서 요양까지 토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세계적 병원의 반열에 올라서 지역민들로부터 더욱 각광받겠다는 포부다. 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영진 전남대병원장으로부터 그 지역병원의 활로와 도전에 대해 들었다.

▲수도권 병원이 강세다
최근 약 1만 병상에 달하는 규모로 수도권 병원들이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이로 인해 지방 환자들의 수도권 집중화는 심화될 것이다. 지역 1위 병원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시대에 도래했다. 사실 국립대병원들 경영상으로 힘들다. 현 의료시스템 하에서는 수익성을 보고 쉽게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재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의료수가가 발목을 잡고 있다. 통제된 가격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전남대병원의 활로모색은
지역병원 생존전략은 전문화센터가 관건일 것이다. 처음 화순전남대병원 설립 시 특정 질환만을 위한 병원이라며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일산 국립암센터와 같은 병원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시작해 이제는 수도권 대형병원과도 겨룰 수 있게 됐다.

수도권 대형병원에 비해 실력은 뒤지지 않으면서도 진료·치료비는 1/2 수준이다. 우리병원은 암센터의 경험을 바탕으로 퇴행성질환센터, 심뇌혈관센터 등에서도 성과를 낼 것이다. 지역병원들은 세계적으로 특화될 수 있는 것을 몇 가지는 키워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강에 관한한 2등은 안될 말이다.

국제교류 활성화 연수교환 프로그램, 동아시아홍보사절단 운영, 해외환자유치활동, JCI 인증 등을 통해 해외환자 유치의 호남지역 센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이는 의료관광 또는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 정책을 반 박자 빠르게 대처하며 활로를 모색하는 우리의 방향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수익구조에 한계가 있어 정부의 지원이 아쉽다. 암센터의 경우 최근 첨단의료장비 지원이 전부다. 또 현재 우리병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어린이병원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을 부탁한다. 지역에 어린이들을 치료할 만한 전문시설이 없다. 의료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 꼭 필요한 지원이라 본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공동기획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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