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개개인이 축제의 주인공”
“주민 개개인이 축제의 주인공”
  • 오윤미 기자
  • 승인 2009.07.08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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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불붙은 캐릭터 전쟁 ⑤전문가 대담

▲ 나경수 한국민속학회장(전남대 국문과 교수).
▲ “OSMU 개념은 잘못된 접근”
나경수 한국민속학회장 (전남대 국문과 교수)

되풀이 되는 고증 논란은 원형 개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유형문화가 공간에 대한 기록이라면 무형문화는 시간의 기록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유형문화와 달리 무형문화가 고증논란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김덕령 장군 전설만 해도 서로 다른 전설이 여럿 존재한다. 그렇다고 그게 잘못됐거나 틀린 것은 아니다. 사람들 입을 통해 전해 내려오다 보니 서로 다르게 기억할 수도, 전해질 수도 있다. 이런 과정 자체가 무형문화의 큰 특징이다.

이런 구분 없이 원형을 하나의 잣대로 개념화 하려는 게 문제다.

문화의 핵심은 ‘서사’다. 완결적 구조를 갖는 ‘서사’야 말로 문화의 원천소스다. 스토리텔링 개념은 문화를 설명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문화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원소스멀티유스(OSMU) 개념이 잘못됐음을 알 수 있다. 하나의 소스만을 가지고 다양한 활용방법을 논하는 것은 원형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이다. 일차적으로 가공된 개념인 판소리를 원형으로 생각한다면 활용 가치는 현저히 낮아진다.

쉽게 말해 영화를 생각해보자. 하나의 완성형 구조로 영화가 만들어지기 위해선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결합해야 한다.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이 하나로 뭉쳤을 때만이 하나의 상품으로 가능한 것이다. 즉, ‘원 소스’가 아닌 ‘멀티소스(이야깃거리)’를 통한 ‘원 유스’가 가능한 것이 문화다.

 

▲ 최솔 명량대첩제 총감독.
▲ “문제는 축제 수가 아니라 ‘이벤트’”
최솔 명량대첩제 총감독

작년 명량대첩제의 핵심은 제의와 놀이였다. 축제 의미를 상기하는 제의와 공유할 수 있는 놀이를 적절히 섞는 거다. 역사적 산물을 기념하는 일에 빼놓을 수 없는 게 ‘가치’다. 이 가치를 통해 주민들에게 자긍심을 불어넣어줄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나 같은 전문가의 몫이다.

무엇이 됐든 역사를 기념하는 건 좋은 일이다. 축제가 많은 것 역시 긍정적이라고 본다. 대부분 축제들이 ‘가치’를 상품화·콘텐츠화 하지 못해 천편일률적이다 보니 축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기는 것 같다.

문제는 축제 수가 아니라 ‘이벤트’ 성 축제라는데 있다. 사람이 많이 모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축제 주최들이 형태의 논리에 빠져 새로운 형식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순신만 하더라도 전국적으로 기념사업을 하고 있다. ‘특화’가 안 되는 이유는 테마가 없기 때문이다. 가령 명량대첩이 단순히 승전을 기념하는 축제라면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

명량대첩은 이순신 개인의 것이 아니다. 수많은 민초들이 있기에 가능했던 명량대첩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풀기 위해 지역민들에게 역할을 부여했다. 주민들이 21세기형 민초로 거듭나는 것이다. 주민 화합이야 말로 축제의 본질적인 의미고, 명량대첩이 주는 의미라고 본다. 축제의 주인은 주민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 이양섭 (사)허균·허난설헌선양사업회 이사장.
▲ “주민 개개인이 문화유산해설사”
이양섭 (사)허균·허난설헌 선양사업회 이사장

어떤 문화원형이든 올바른 보존을 위해선 주민이 주체가 돼야 한다. 관이 주도하면 보존은 물 건너간다. 단체장이나 공무원은 영원하지 않다. 행정은 스텝 역할만 해야 한다.

전국 축제 중 80~90%가 지자체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지자체나 정부가 나서서 교통정리 해야 한다. 똑같은 소재를 가지고 싸움이 붙는 것은 과잉 설비투자이고 에너지 낭비다. 당파싸움도 아니고 예산 중복은 곧 국력 낭비다. ‘네것 내것’ 따지지 말고 함께 보존·계승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문화재는 개인의 것도 문중 것도 아니다. 국가와 지자체가 할 임무가 있고, 주민들이 할 역할이 따로 있다. 매년 열리고 있는 허균·허난설헌 문화제는 허균과 허난설헌 업적과 사상을 발굴·연구하는 순수 민간 영역에서 모든 행사를 주관한다.

그러다 보니 겉치레 행사 보다는 계승 사업에 주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타 지역 행사와 달리 문화유산해설사를 각 관광지마다 배치해 관광객 편의를 돕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주민들의 관광안내원화’를 꾀해 주민 개개인 모두가 문화유산해설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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