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원 쓰레기통 ‘천덕꾸러기’
40만원 쓰레기통 ‘천덕꾸러기’
  • 김영대 기자
  • 승인 2009.07.03 2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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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비싸다”…“버스 승·하차 환경 고려했어야”

광주시가 설치한 쓰레기통을 두고 예산 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 광주시가 개당 가격이 40여만 원을 들여 시내 247곳에 설치한 쓰레기통이 예산 낭비 논란 등으로 탁상행정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최근 광주시는 1억 원의 예산을 들여 시내 247곳에 쓰레기통을 설치했다. 개당 가격이 40여만 원에 달하는 최고급 쓰레기통. 

지난 2일 금남로 버스 승강장을 찾았을 때 시민들은 쓰레기통 설치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개당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무리한 예산을 들인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오후 7시 퇴근시간 금남로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광주시가 설치한 높이 90cm, 가로, 세로 각각 32cm와 33cm의 쓰레기통은 플라스틱, 종이, 알루미늄 캔 등이 뒤섞인 채 꽉 차 있었다. 꽉 찬 쓰레기통 위와 그 주위에는 플라스틱 생과일 쥬스 용기가 놓여 있었다.

윤봉란 광주YMCA 간사는 “버스 승강장 주변 쓰레기통을 보면 음료수 캔, 병, 종이 등이 뒤섞여 있다”며 “재활용 쓰레기들을 분리수거 할 수 있도록 설치했어야 하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모씨(35)는 “쓰레기통이 있어 길거리에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는 않아 좋겠지만 설치 시 많은 고민이 없었던 것 같다”며 “개당 40만원씩 비싸게 돈을 들여 이왕 설치할 거면 분리수거도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시민 정모씨(26.여)는 “뉴스에서 봤는데 너무 비싼 쓰레기통 아니냐”며 “예산 낭비다”고 말했다.

버스노선 안내판과 가로수 사이에 놓인 쓰레기통은 버스노선을 확인하려는 시민들이 안내판 앞 쓰레기통에 허리를 구부리는 등 불편한 자세를 취하게 하기도 했다. 특히나 버스를 타기 위해 인도를 빠져나가는 시민들과 안내판과 가로수 사이 틈새에 서서 버스노선을 확인하는 시민들과 몸이 부딪히는 모습도 보였다. 시민들은 버스를 타기 위해 장애물들이 많은 비좁은 공간들을 뚫고 버스에 올라타고 있었다.

이 때문인지 버스 운전기사들 사이에서는 “승객들이 버스를 탈 때 불편한 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버스기사 김모씨(45)는 “버스가 승강장에 서게 되면 노선 안내판 앞 50cm 이내에 서게 돼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승강장에 장애물이 많은데 쓰레기통이 노선 안내판 바로 옆에 있어 승객들이 버스에 올라타기도 힘들고 버스가 들어올 때 번호를 확인하기 위해 차도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아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여론에 시는 “새로 설치한 쓰레기통에 대한 시민여론을 고려해 하반기에 추가 설치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으나 시내버스 승강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먼저 반영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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