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고교, 명문대 우수학생 밀어주기 '눈총'
입시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학교는 그 자체로 아이들에게도 곤욕이다. 하루 온종일을 학교에 저당 잡혀 사는 것과 진배없어서다. 그래서 자율형 사립고 열풍은 달갑지만은 않은 불청객이다. 매년 학교 밖으로 뛰쳐나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학교를 떠난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자신을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소개한 이동미(가명·18)양은 지금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녀가 다니던 ‘ㄴ’고등학교는 전교 10등 안에 드는 학생들만 따로 모아 이른바 ‘스카이반’을 운영하고 있다. 토익반도 기본 모집은 스카이반과 똑같지만 희망학생들에게는 열려있다고 한다. 명문대 진학을 염두에 두고 우수학생들만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있는 것이다.
“나머지 애들은 알아서 공부해야 해요. 불만은 없어요. 상위권에 있는 아이들이 어쩔 땐 정말 불쌍해 보이거든요. 1등 하던 애가 만약 등수가 떨어지면 선생님들의 태도가 싸늘해져요. 경쟁을 시켜야 하거든요.”
밤 10시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기숙사로 돌아가도 편히 쉴 수가 없다. 곳곳에 20여대나 설치된 감시카메라 때문이다. 밤 11시 40분 이후 자유시간이 주어지기 전까지 학생들은 감시 카메라에 적나라하게 노출돼 끊임없는 감시를 받는다. 이양은 “학교가 간섭만하고 감옥 같아서 그만뒀다”고 했다.
두 번의 자퇴 경험이 있는 배현욱(가명·17)군은 “공부하기 싫은데 온종일 학교에만 있어야 하는 답답함 때문에 학교를 떠났다”며 “지금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학교를 그만두면서 또래 친구들도 함께 떠나보낸 것이 여간 아쉽다.
배군은 대안학교도 물색해 봤지만 “그곳도 기존의 학교처럼 수능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며“학비도 비쌌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과 일요모임을 하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책도 읽고 주말엔 여행도 다닌다.
이민철 청소년문화의집 사무국장은 “배군과 같은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 배움터를 찾는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며 “배움터 프로그램이 대부분이 사고를 치고 학교 밖으로 뛰쳐나온 아이들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진단했다.
광주시학생교육원에서 탈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학교 돌려보내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학교로 돌아가는 비율은 고작 10%미만이다. 자율형 사립고가 양산되면 공교육을 이탈하는 아이들이 훨씬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박기훈 광주시 교육위원은 “광주 초·중·고 학교 90%가 상담교사가 없다”며 “우선적으로 학교에 상담교사를 적극 배치해 공교육 내에서 학생들을 보듬어 안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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