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자살·중도탈락 매년 증가
학생자살·중도탈락 매년 증가
  • 김영대 기자
  • 승인 2009.06.29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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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입시지옥, 학교는 없다

광주지역에서 매년 10명 안팎의 학생들이 자살하고 있다. 학업을 중도에서 포기한 학생들도 해마다 늘고 있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이 박기훈 교육위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9명, 2007년 11명, 2008년 7명, 2009년 5월 현재 8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학업을 포기한 학생 수도 2005년 887명에서 2006년 1027명, 2007년 1271명, 2008년 1337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일반 학교가 앞 다퉈 자율형 사립고 전환 방침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교육단체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립형 사립고의 출현이 입시위주의 교육을 더욱 심화시켜 학생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 청소년들은 입시경쟁교육이 자신들을 감옥에 갇았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사회는 이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오히려 평준화를 해체하고 이 상황을 더욱 굳건히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일반학교의 자율형 사립고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시민의소리> 자료사진.

사회양극화와 입시위주의 성적경쟁이 주요 원인

장휘국 광주시교육위원은 최근 학생들의 자살과 중도탈락 요인으로 ‘사회양극화’와 ‘입시지상주의’를 꼽았다.

장 위원은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경우 정신적 빈곤함까지 커진다”며 “자유분방한 청소년시기에 성적에 대한 부담감과 규제위주의 학교교육이 아이들을 절망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 위원은 또 “과거에는 사회와 학교가 학생들의 미래상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추도록 요구했지만 앞으로는 학생이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에 맞춰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학교는 여전히 녹록치 않은 공간이다.
최근 자퇴한 이동미(가명·18)양은 “학교가 감옥 같았다”는 말로 교육현장을 고발했다. 이양은 “학교에서 소위 ‘스카이반’ 등을 운영하며 우수학생들만 집중적으로 교육시키고 있다”며 “나머지 얘들은 자기가 알아서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상위권을 유지하던 아이의 등수가 떨어지면 선생님들이 180도로 태도를 바꾸기도 한다”며 “학교가 또래 아이들을 경쟁시키면서 지나치게 간섭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배현욱(가명·17)군도 “공부하기 싫은데 온 종일 학교에만 있어야 하는 답답함 때문”에 최근 다니던 학교를 그만뒀다. 배군은 대안학교도 물색해 봤지만 그만두고 지금은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끼리 일요모임을 하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 학교와 마찬가지로 대안학교도 수능위주의 수업을 하고 있고 학비도 비싸다는 것.

학부모 단체, “더 이상 죽이지 말라” 추모제 열어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이런 몸부림에 공감을 하면서도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교육현실”탓만 하고 있다.
기숙형 학교에 다니는 고3짜리 아들을 둔 김혜경(가명·47)씨는 “한 달에 21만원 주면 재워주고 먹여준다”며 “아들의 얼굴을 한 달에 한번밖에 볼 수 없지만 솔직히 학부모 입장에서는 편하다”고 말했다.

고1짜리 아들을 둔 박명희(가명·42)씨도 “학교에서 아이들을 밤늦게까지 가르치면 좋은 것 아니냐”면서도 “아이가 힘들어하면 학교에 말해 집에 일찍 오게 할 용의는 있다”고 밝혔다.

비평준화 지역의 한 학부모는 “아이가 공부만 잘할 수 있게 해준다면 감옥에라도 보내겠다”고 말하고 “요즘 납치네 뭐네 해서 무서운 세상인데 학교에 갇혀 있는 것이 오히려 안전하다”고 말했다.

학벌없는 사회 광주모임(준)과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는 27일 금남로에서 학생추모제를 열었다. 최근 학생들의 잇단 자살에 대해 “더 이상 죽이지 말라”는 항의의 표시였다.

윤민자 참교육학부모회 정책실장은 “최근 학생들의 자살과 학교 중도탈락자들이 늘고 있는데도 교육당국은 이를 가정과 개인문제로만 치부하고 있다”며 “아이들의 자살을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인식하고 아이들이 더 이상 죽지 않도록 어른들이 의기투합해야한다”고 추모제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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