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밤 10시 집에 올 때 도로가 젖어 있으면 아~! 오늘 비가 왔나보구나 해. 우리는 하루 종일 비가 오는지 바람이 부는지 몰라. 정말 이렇게 살아야 해?”
학생추모제에서 윤민자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 정책실장은 많은 학생들의 죽음 앞에서 어느 날 감옥과 같은 학교를 이야기했던 아이의 말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윤 정책실장은 “우리는 미래를 위해 너희들에게 모든 것을 다 참으라고 했다. 친구들과 노는 것도, 책을 보는 것도, 머리를 기르는 것도 심지어 잠자는 시간까지도 몽땅 빼앗고 오로지 공부만 하라고 했다”며 한탄했다.
그녀는 “폭력과 다름없는 체벌과 인격모독을 당해도 우리는 그러면서 크는 거라고 외면했다”며 “그러면서 성적표가 날아들면 ‘이게 성적이냐’고 다그치기만 했을 뿐 힘이 되어 주지 못하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울먹였다.
그는 “세상은 점점 험악해지고 이성과 상식보다는 돈과 권력이 앞서 있는 이 사회에 우리도 절망에 갇혀 무너져 내릴 때가 많다”면서 “입시지옥을 진정한 배움터로 바꾸고, 삶을 꿈과 희망으로 채워보자. 1등이 모든 것을 갖는 세상이 아닌 꼴찌가 없는 세상으로, 모두에게 공정한 세상으로 만들어 보자”고 청소년들에게 호소했다.
한 학부모는 애도문을 통해 “아이를 위해 밤낮 일을 한다는 핑계로 하루 10분의 대화도 나눠주지 못한 부모. 아이가 몇 학년 몇 반인지, 누구와 친한지도 모르는 부모.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하는지, 아이의 꿈보다 학교 성적에 더 관심이 많은 부모. 피곤에 지친 아이의 방에 새벽까지 켜진 불을 보고도 남들 다하는 거니 조금만 참으라고 말해온 부모였다”며 고개를 떨궜다.
교사들도 애도문을 통해 “꿈을 펼치지 못하고 생명을 버리며 떠난 아이들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살한 학생과 같은 교실에서 시간을 함께 보낸 한 학생은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울먹이며 애도문을 낭독했다. 이 여학생은 “나 하나 살기 바빠서 죽음을 고민했던 너희들을 외면해 결국 이렇게 됐다”며 “너희를 희생시킨 무한입시경쟁에 몰아넣고 있는 이 사회, 외면하지 않고 당당하게 우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