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살 지켜만 볼 수 없다"
"청소년 자살 지켜만 볼 수 없다"
  • 김영대 기자
  • 승인 2009.06.28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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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민사회단체, 청소년 지키기 서약
“입시위주 교육이 수렁으로 몰아넣어”

광주광역시 지역에서 해마다 10명 안팎의 학생들이 성적 비관과 체벌 등으로 자살을 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들어 광주지역에선 5월 현재 8명이 스스로 죽음을 택했고 해마다 자살하는 학생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광주지역 학부모· 교육·시민사회단체가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다”며 ‘청소년 생명 지키기’ 운동에 나섰다.

▲ “입시경쟁 교육에 시달려가며 결국 죽을 택했던 아이들 이름을 우리는 한 명이라도 기억하는가.” 참교육학부모회 등 15개 교육·시민사회단체가 지난 27일 금남로에서 ‘입시경쟁교육에 죽어간 학생추모제’를 열었다. ⓒ<시민의소리> 김영대

참교육학부모회, 학벌없는사회 광주모임(준), 전교조 등 15개 교육·시민사회단체는 27일 금남로 옛 삼복서점 앞에서 '학생추모제'를 열고 "무한경쟁, 학벌과 성적지상주의 등이 청소년들의 자살 원인"이라며 비판했다.

이영선 참교육학부모회 사무국장은 “성적, 공부, 체벌 때문에 아이들이 죽음을 택할 때 우리는 뭐 했나”라고 반문하며 “정치인들, 교육 관료들, 학부모들, 교사들, 언론은 아이들의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조영임 광주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현 교육은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서는 경쟁만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런 채찍을 받아가며 앞만 보고 달려갔던 아이들이 다다른 곳은 결국 낭떠러지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입시위주의 경쟁교육을 더욱 부추기게 될 자율형 사립고는 아이들을 더 큰 절망의 수렁 속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고 현 교육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한 학생은 “대한민국은 성적 때문에 욕하고 차별하는 사회다”면서 “지금처럼 대학 입시지옥을 만들어내는 학벌사회 중심으로 계속 간다는 것은 학생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려운 시험공부, 그리고 재미없는 공부로 많은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 말고 즐겁고 재밌는 학교를 만들 수는 없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윤영조 전교조 광주지부 지부장은 “입시지옥을 만들고 있는 학교 현장을 바꾸기 위해 교사들이 시국선언을 했지만 교과부는 88명을 중징계 조치를 내리며 거꾸로 가는 교육정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지부장은 “입시지옥 속에서 죽어간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고 미안하다”며 “정말 더 이상 아이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것이 없는 학교를 만드는 데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날 추모제에서는 놀이패 ‘신명’의 씻김굿과 교육·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자살을 택한 청소년들의 혼을 달래며 명복을 비는 108배를 했다.  이들은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함께 노력해 가자"고 서약했다.

▲ 학부모, 교사들이 108배를 올리고 있다. ⓒ<시민의소리> 김영대


서약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가정에서
성적보다는 아이들의 인성과 개성 그리고 소망을 더 존중하겠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고 가꾸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겠습니다.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귀함을 깨닫도록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이겠습니다.
더불어 사는 지혜와 사랑을 부모의 삶을 통해 배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학교에서
성적으로 아이들을 평가하지 않고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겠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골고루 행복할 수 있도록 죽음의 교육을 삶의 교육으로 바꾸겠습니다.
입시위주의 획일적 교육보다는 아이들의 상상력이 살아 움직이는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승자독식의 경쟁교육보다는 협동하고 지원하는 삶의 가치를 가르치겠습니다.
청소년을 이제 더 이상 미래의 주인공이 아닌 현재의 주인공으로 만들겠습니다.

▲ 사회에서
학벌로 또 다른 신분제도를 만들기보다는 사람됨과 능력으로 평가하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부모의 경제력이 교육양극화로 되물림되지 않도록 평등 교육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성과 지역, 직업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없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올바른 교육개혁을 위해 모든 부문의 사회개혁에 앞장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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