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투자자확보 어려움 결국 결단 필요하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인수 등이 원인인 유동성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비 핵심 계열사와 해외부동산 지분 매각 등을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14일 금호는 중국 베이징 루프트한자센터 지분 25%, 금호오토리스 지분 100%, 아시아나 IDT 지분 100%를 매각해 총 2,395억 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금호생명·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사회간접자본 주식도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유동성 위기는 금호의 무리한 몸집 불리기가 원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하며 위기가 시작됐다는 주장이다. 특히 대우건설 인수는 위기의 직접적 원인으로 거론된다. 당시 금호는 우리나라 토목부분 1위를 달리고 있던 대우건설을 6조5000억 원을 들여 인수했다. 2조9000억 원은 자체 조달했지만, 부족한 3조5000억 원을 투자자들로부터 조달한 것이 화근이 됐다.
금호는 당시 투자자들과 거래당사자들이 미리정한 가격 또는 그 이전에 일정 자산을 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3년짜리 풋백옵션 계약을 맺었다. 3년 동안 연 9% 수익률을 보장했는데, 만기가 돌아오는 올해 말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주식 시세가 31500원이 돼야 한다.
19일 현재 대우건설의 주가는 12050원. 특별한 호재를 통해 주가가 급상승하지 않는 한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금호는 3~4조원의 자금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 연말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위해 1조 이상의 자금 확보도 병행해야 한다. 연말까지 총 5조 이상의 유동성이 필요하다.
지난 1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금호는 재무개선약정을 체결해 7월말까지 풋백옵션을 인수할 새 투자자를 찾기로 했다.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대우건설지분과 경영권을 넘기는 조건이다. 현재 금호는 유동성 확보와 더불어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하기 위해 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금호는 기존 투자자들이 가진 대우건설 지분 39.6%와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 2~3% 등 총 42% 가량을 주당 23,000원에 새 투자자에게 넘기는 조건을 세우고 협상 중이다. 그리고 차액은 자산매각을 통해 충당하기로 결정한 듯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풋백옵션 만기가 돌아오는 3년 후 유동성 위기로 되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하진 못한다.
금호의 대우건설 지키기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회사는 좋은데 실은 무거운 주식이었다”며 “M&A과정에서 30,000원이 넘어갔지만 금호가 인수한 후 그 효과가 빠졌다”고 말했다. 덧붙여 “핵심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강력한 자구안을 내거나, 획기적인 새 투자자를 찾는 것이 대안이지만 이마저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호남 유일의 10대 그룹인 금호가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며 대우건설을 지킬 수 있을지, 혹은 특단의 결단이 따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