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진정 ‘국세청 명예’를 훼손하고 있나”
“무엇이 진정 ‘국세청 명예’를 훼손하고 있나”
  • 강성관·김영대 기자
  • 승인 2009.06.19 21: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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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률' 비판했다 파면당한 김동일씨

▲ 파면에 이어 검찰 고소까지 당한 김동일씨. 그는 "한상률 전 청장을 고소하려면 해야지 왜 그를 비판하는 자를 고소하느냐"며 항의했다. ⓒ시민의소리 김영대
지난 12일 광주지방국세청은 징계위원회를 열고 나주세무서 6급 직원 김동일씨에 대해 '파면' 조치했다. 김씨가 공무원에게는 최고의 징계 수준인 파면을 당한 것은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한 국세청 내부 통신망에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행보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고 의혹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국세청에 대한 명예를 훼손했다며 김씨가 공무원의 품위 유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어 파면 조치했다. 민주당 등 야당과 시민단체, 민주화를위한 변호사협회 등이 나서 "명예훼손은 오히려 한상률 전 청장이 했다"며 "징계가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나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광주지방국세청은 파면 조치에 이어 김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김씨는 박찬종 변호사와 민변 등의 도움을 받아 소청심사를 청구하고 받아들여 지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시민의소리>는 지난 17일 오후 광주광역시 남구 한 아파트 근처 공원에서 김씨를 만나 최근 사태에 대한 그의 심경 등을 들었다.

“대한민국 현실 서글프다…명예훼손은 한 전 청장이 했다”

▲ ⓒ시민의소리 김영대
-. 파면까지 예상했나.
“전혀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자는 글을 가지고 파면은 고사하고 문제 삼을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이전에 저는 어떻게 보면, 더 심한 내용의 글을 올렸고 더 큰 파장을 일으킬 만한 내용도 많았다. 이전에는 현직 청장을 문제 삼은 적도 있었다. 그렇지 때문에 이렇게 문제를 삼을 줄은 몰랐다. 폭발성이 있고 민감한 문제를 다루게 돼서 내부 여론을 움직이게 하는 그런 실체적인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차제에 이 사람을 직장에서 몰아내면 비판하는 글을 막아 낼 수 있겠다 싶은 생각에서 중징계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국민적 의혹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조사를 벌여서 밝히자고 한 글을 내부 게시판에 게재했다고 최고 수준의 징계인 파면을 결정해 심리적, 물리적 고통을 당하게 해 주겠다고 조직이 나서는 것을 보고 서글프다.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인가' 싶어서 자괴감마저 든다. 고3 딸과 고1 아들이 있는데 한참 공부를 해야하는 때에 심적 고통을 당하고 있다.
부인은 저녁이면 가슴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당초에 이런 일로 중징계를 하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언론에 이미 보도된 의혹에 대해 국세청이 나서서 국민적 의혹을 풀어야 한다는 호소이고 당부를 하고 싶었을 뿐인데 이렇게 가혹하게 한 개인을 몰아세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파면 결정을 한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제가 알 수는 없다. 다만 광주지방국세청이 자체적으로 한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은 가지고 있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있지만 확인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그 동안 내 글을 삭제 해놓고 광주지방국세청 감사관실에서 조사를 벌이고 직위해제 통보를 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보면 지방청이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서 한 것 같지는 않다.”

-. 한상률 전 청장과 관련된 글을 올린 이유는 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 이에 대해 국민들의 추모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 추모 열기는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울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상율 전 국세청장이 노 전 대통령이 자살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한 단초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국세청 수장이 비열한 행위를 했다는데 전 국세청장의 치부지만 국민적 의혹이 불거지고 있으니 의혹을 풀자는 것이었다. 국세청을 위기에 몰아넣고 외국으로 도피한 한 전 청장에 대해 국세청 조직원의 한 사람으로서, 지난해 왜 관할청인 해당 부산지방국세청이 아니라 서울지방청이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한 것인지,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 전 청장이 직보를 했다면 왜 그런 것인지 의혹을 풀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올린 것이다.”

-. 징계의결이유서를 보면 징계위원회는 이를 허위사실 유포라는 입장이다.
“허위사실를 유포했다는 부분은 불거진 의혹을 사실이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의혹은 이미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이다. 정말 이 보도가 허위 보도라면 그 언론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지 않는지 묻고 싶다. 한 전 청장은 그림 의혹, 골프 의혹, 표적 세무조사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로 충분하게 조사를 받아서 해명할 것은 하고 사과할 일이 있다면 사과해야한다. 국세청이 나서서 한 전 청장의 일을 허위 사실유포라고 하는 것은 터무니 없는 일이다.”

-. 표현이 과도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인간쓰레기도 나름의 가치가 있는 법인데 이건 재활용도 되지 않는 인간 이하의 수준'이라는 표현은 제가 언어를 정제하고 순화해서 써야하는데 그건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국민들의 분노를 보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더 심하게 말했는지. 언론에 보도된 대로 비열한 행위를 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국세청을 모독하고 조직원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다.

5월 28일 '나는 지난 여름에 국세청이 한 일을 알고있다'는 제목의 글에서 국민적 의혹을 밝히라고 요구했는데 이 글을 국세청이 비공개로 전환해 표현의 자유를 짓밟았다. 그래서 댓글에 '나의 다른 행동이 일파만파로 퍼져 조직이 위기상황으로 가기전에…', '해임과 복직 경험자로서 산전수전 다 겪었기 때문에 단계를 높이는 방법도 잘 알고 있다'고 글을 썼다.

징계위는 이것을 두고 조직을 위협하고 협박했다고 한다. 저는 공무원노조를 만들기 위해서 활동하다 해임되었다가 복직되고 지난 10여년 동안 이런 저런 일을 겪었다. 권리가 침해당해서 항의하는 글을 쓰면서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말할 수 없느냐? 이게 협박이고 위협이 될 수 있느냐, 협박이라면 글을 올린지 보름도 되지 않아서 파면할 수 있느냐, 말장난에 불과하다.”

“비판에 재갈물리고 또 검찰 고소까지 한 것은 치졸한 짓”

▲ ⓒ시민의소리 김영대
-. 이전에도 비판 글을 올렸는데 조사 받은 적 있나. 다른 직원들의 경우는 어땠나.
“감사실 감찰을 받은 적이 전혀 없었다. 이번 글보다 더 심한 글을 쓴적도 있다. 그리고 전직 국세청장이 아니라 현직 국세청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는데도 조산 받은 적은 없다. 표현의 자유가 그만큼 침해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소통 부재와 문화적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생각된다. 10년간(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비판하고 스스로 자정해 왔는데 지금은 민주주의가 후퇴하다보니 문화적 충돌이 생기는 것 같다.

국세청장을 지낸 이용섭 민주당 의원이 방송사 인터뷰에서 '내가 청장할 때도 (김동일씨가)비판 글을 올렸다'고 했는데  그 때는 아무 일도 없었다. 이 의원은 '내가 청장이었다면 어리석은 판단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100여개의 글을 내부 통신망에 올렸는데 심하면 수정해 달라거나 삭제해 달라고는 요청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문제 삼은 적은 없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국세청 항의방문 갔을 때, 국세청 차장이 '대통령과 한 전 청장이 독대하지 않았다는 것을 천명한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실수한 것이다. 독대한 사실은 언론에 보도 됐고 여당 의원들이 추궁하자 바로 뒤로 슬쩍 빠지고 있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차장을 하면서 조직을 이끌 수 있느냐.”

-. 광주지방국세청이 검찰에 고소했다.
“어이가 없다. 공무원에게 파면은 목숨을 거둔 것이나 다름없다. 언론, 시민단체, 야당이 나서서 징계가 부당하다고 비판하고 있는데 검찰에 고소까지 한 저의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 제 글이 국세청과 공무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데 오히려 내부를 비판하고 바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조직에 도움이 되는 것이고 조직원의 명예를 더 높여주는 것이다. 국민적 의혹을 풀어달라는 요구를 들어주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비판의 목소리에 고통을 주겠다는 것은 국민 여론을 무시하는 처사다. 이것은 말도 안되는 것이다.”

-. 국세청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데 당장에 무엇을 해야하나.
“국민적 의혹을 시급하게 밝혀서 정당한 부분은 해명하고 사과할 일이 있다면 사과부터 하는 것이 급하다. 한 전 청장의 표적 세무조사 의혹은 태광실업 뿐 아니라 촛불 집회 주도했던 다음 아고라도 조사했고 KBS 정연주 사장이 물러나지 않을 때 KBS 외주 제작회사 세무조사에서도 나왔다.

정치적 세무조사가 많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러다 보니 정당한 세무조사도 오해를 받고 있다. 환골탈태하는 마음으로 대처해야지 침묵하고 있으면 이런 의혹들이 '없어 지겠지'하는 안일함 자세로는 안된다. 국세청의 감사, 감찰 부분을 감사원으로 이관시켜야 한다.

자꾸 직원들 감시하고 감찰하면 안된다. 이 기능은 감사원에 주고 우리는 순수하게 세무조사 준비, 조사, 관리하는 측면으로 가야한다. 또 청장의 권한이 너무 막강하다. 1인체제다. 인사위원회 구성해서 청장이 아닌 인사위원회가 인사를 하게해야한다. 그래야 자기 구미에 맞는 사람만 쓰지 않는다. 전직 국세청장들이 연달아 구속되는 불명예를 입었다.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 이런 일이 바로 국세청과 조직원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지금 저에게 내린 파면결정은 국민들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시민단체와 야당이 나서서 부당하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수뇌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들이 국세청에 왜 등을 돌리는지 성찰해 봐야한다. 진정 국세청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빨리 인식하고 파면 조치를 거두시길 바란다. 제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복직해서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가는 것을 국민들께서 지켜봐 주시고 용기와 힘을 달라고 간곡히 부탁드린다.”

▲ ⓒ시민의소리 김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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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동생이 2009-06-20 09:02:15
형님 힘내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