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없인 못살아, 우린 고양이 덕후”
“고양이 없인 못살아, 우린 고양이 덕후”
  • 임경연 시민기자
  • 승인 2009.06.12 08: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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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묘인들의 별난 고양이 사랑 이야기

이 지구별에서 가장 매혹적인 존재를 꼽으라면? 깃털처럼 가벼운 발걸음과 유연한 몸짓, 그 누구에게도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유년시절 높다란 담 위에 앉아서 나를 지긋이 내려다보던, 담 위를 사뿐사뿐 걸어 나의 동선을 따라오던, 특별한 이름 없이 늘 ‘나비야’라고 불리던. 바로 꿈의 전령사 고양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디시인사이드’(이하 ‘디시’)에 들른다. 이유는 단 하나, 나의 엔돌핀 ‘두칠이’를 보기 위해서다. 두칠이는 내게 위로와 치유의 존재다. 한동안 짤방(디시에선 첨부사진을 이렇게 부른다)이 올라오지 않으면 우울해하고, 예전 짤방을 검색해가며 위안을 삼곤 한다.

두칠이는 어린 길고양이 시절 픽업되어 집고양이로 살고 있는 노랑둥이 녀석이다. 대부분의 고양이처럼 녀석도 박스에 집착하고, 가끔 슬리퍼 덕후가 되기도 하고, 때론 컴퓨터 본체나 TV위에 널브러져 있는 걸 즐긴다.

녀석은 대두에 왕발이다. 녀석은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귀여움의 포스가 철철 넘치는 녀석이다. 사람들의 취향과 달리 고양이는 거묘일수록 인기가 좋다. 애묘인들은 거묘에 열광하고, 흰 양말 신은 왕발에 패닉한다.

길을 가다 고양이 그림자라도 비칠라치면 가슴이 뛰고, 녀석들이 나와 잠시라도 눈을 마주쳐주면 황홀해하고, 고양이에 관한 책이 나오면 지름신이 강림하고, 관련 영화나 그림만 봐도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고양이는 내게 그런 존재다. 이렇게 고양이에 탐닉하지만 정작 집안엔 고양이를 들이지 못하고 있다. 털 날리는 걸 못 참아 하는 가족은 극복하기 힘든 대상이다.

인터넷서핑으로 고양이에 대한 갈증을 풀곤 하던 내게 어느 날 혜성처럼 녀석이 나타났다. 녀석은 자기를 쏙 빼닮은 새끼고양이와 함께 옆집 담을 타고 바람처럼 나타나곤 한다.

삼색무늬를 가진 녀석은 어찌나 친화력이 좋은지 처음 본 내게도 골골송을 불러주고 끊임없이 부비댄다. 애묘인들은 이걸 ‘간택’이라고 한다. 내게도 이런 일이 생기다니. 디시의 야옹이 갤러리를 보며 늘 부러워했었는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고양이를 영접하게 되다니 그저 감격스러울 따름이다.

처음엔 녀석이 길고양인지 아닌지 조금 헷갈렸지만 털의 윤기를 보아하니 사람의 손길을 타고 있는 게 분명하다. 게다가 늘 옆집에서 넘어오는걸 보니 그 집에서 터 잡고 살고 있는 게 분명하다.

녀석은 2~3일 간격으로 불쑥불쑥 나타나서 나를 행복하게 해주곤 한다. 어느 땐 늦은 밤 계단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스윽 나타나서 놀래켜 주기도 하고. 물론 놀람은 한순간이고 녀석이 나를 기다려줬다는(착각일수도^^;;) 생각에 행복해지곤 한다. 그런데 이 녀석처럼 붙임성이 좋은 고양이도 드물지 싶다. 볼 때마다 어찌나 착 달라붙는지 그저 황송할 따름이다.

게다가 곁을 잘 내주지 않던 새끼고양이도 어느 순간 경계를 풀고 거리를 좁혀온다. 애묘인들은 이렇게 붙임성 좋은 고양이를 일러 ‘개냥이’라고 한다.

가끔 한적한 골목에서 길고양이들을 슬며시 마주치곤 하는데 그때마다 녀석들은 화들짝 놀라서 달아날 채비부터 한다.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야생에서 살아온 그들에게 인간은 낯설고 두려운 존재일 테니. 고양이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 찬 사람들의 눈길 속에서 길고양이들은 신산스러운 삶을 살아가야 한다. 길고양이와 인간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일본과 그리스가 부럽다. 녀석들의 유유자적함이라니.

유년시절 고양이와 인연을 맺지 않았더라면 결코 몰랐을 경이로움! 녀석들이 주는 웃음과 생기, 치유력은 놀랍다. 물론 녀석들의 죽음으로 인한 비통함까지 고스란히 겪어야 하지만. 고양이에 열광하는 나를 신기한 듯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잠시라도 반려동물과 살아본 이들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그들 하나하나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오늘도 소박한 행운을 빌어본다. 혹 길가다 그들과 눈 한번 마주치는 인연이 생기기를. /임경연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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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오옹 2009-06-13 14:55:35
공감~ 고양이 정말 좋아요 ㅠㅠ 정말 울나라도 그리스나 터키처럼 길에 한가로이 누워 햇볕을 쬐는 냥이들을 볼 수 있었음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