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아닌 노동자…사회적 권리 ‘사각지대’
‘노동자’ 아닌 노동자…사회적 권리 ‘사각지대’
  • 강성관 기자
  • 승인 2009.05.08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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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직 노동3권 보장돼야”…이번엔 법 마련될까

화물연대 간부의 자살에 대해 노동계 등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정한다. 그의 자살이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처지와 맞닿아 있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노동3권이 무엇보다 시급하기 때문이다.

노동유연화 정책 등으로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사실상 노동자임에도 개인 사업자로 치부돼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경기보조원·보험모집인·레미콘 기사·학습지 교사·화물 노동자·택배 기사 등이 이른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100만∼200만 명까지로 추정되고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 제정(노동관련법 개정) 논의는 지난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있어 왔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대책 마련 공언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대한통운 광주지사는 지난달 6일 첫 협상 테이블에서 화물연대 불인정, 개별 면담을 통해 1년 임시계약직 선별 채용 등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동3권 보장 시급”…거꾸로 가는 정부 인식

지난 3월 대한통운 광주지사는 ‘계약해지(해고)’ 통보를 한 택배기사들 중 20여명에게 ‘화물연대 노조 가입과 단체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받고 현장에 복귀시켰다. 일반적으로 이런 내용의 각서를 ‘노동자’에게 종용하는 것 자체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만 현행법 대로라면 대한통운 광주지사는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을 일이 아니다.

정경선 화물연대 광주지부 사무부장은 “법적으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까닭에 사용자들은 이를 문제 삼아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면서 “단체협약을 하더라도 법외노조라며 사측이 이를 무시해 버리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정호희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운수노조) 정책실장은 “택배 기사 등 화물 노동자들은 임금과 업무에서 회사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으면서 일할 수밖에 없어 종속성이 강하다”면서 “당연히 우리는 노동자로서 노동3권을 보장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대법원 판례를 이유로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노동부는 고용·산재보험 등 적용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 한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가 특수고용형태 근로자에 대해선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입법 추진 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산재보험 적용 등에 대해서는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용자측은 공정거래 등 경제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타당하고 노동법적 보호 방안은 경제에 미치는 부담이 크다며 반대하고 있다.

보호 법안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정부의 인식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호희 운수노조 정책실장은 “당장 시급한 것이 노동자성 인정인데도 정부의 인식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면서 “노동부는 건설노조와 운수노조에 노동자가 아닌 덤프트럭 기사들과 화물연대가 가입돼 있다면서 이들을 탈퇴시키라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미 노조설립신고 필증을 교부 받아 활동하고 있는 건설노조와 운수노조에 서울노동청 남부지청은 지난 1월 “노동자가 아닌 덤프트럭 기사와 화물연대가 가입돼 있다”며 “자진 탈퇴시키지 않으면 합법노조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고 통보한 것이다.

한편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법 마련을 정부와 국회에 권고하고, 17대 국회에 5개의 근로기준법 등 제·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폐기됐다. 운수노조 등에 따르면 5월 중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특별법과 노동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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