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간부 자살 추정…민노총, 대한통운에 전면전 선포
화물연대 간부 자살 추정…민노총, 대한통운에 전면전 선포
  • 강성관 기자
  • 승인 2009.05.04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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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대한통운 노조탄압 중단" 현수막 발견

▲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4일 오전 광주시 남구 송하동 대한통운 광주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지부 1지회장의 사망에 대한 입장과 향후 투쟁계획을 밝혔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광주지부 박종태(38) 제1지회장의 사망사건과 관련 민주노총 등 노동계·시민·사회단체 등이 '범국민투쟁대책위원회'를 구성, "대한통운과의 전면전을 벌일 것이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박종태 지회장이 대한통운 광주지사의 택배 노동자 집단 해고와 노조 탄압에 항의해, 자살을 택한 것은 사실상 타살"이라며 강도 높은 투쟁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지난 3일 오전 11시 50분 경 대전 읍내동 대한통운 물류센터 맞은 편 야산에서 나무에 목을 매고 숨진 채로 발견된 박 지회장 주변에 "대한통운은 노조탄압을 중단하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 현수막이 사실상 박 지회장의 '유서'인 셈이다.

박 지회장의 사망 소식을 접한 민주노총 등은 곧바로 3일 저녁 대전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비정규직 철폐, 노동기본권 쟁취, 노동탄압 중단, 운송료 삭감 중단과 원직복직, 고 박종태 열사 범국민투쟁위원회' 결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화물연대는 '고 박종태 열사 정신계승 투쟁본부' 체계로 전환해 투쟁 수위를 높여갈 계획이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4일 오전 광주광역시 남구 송하동 대한통운 광주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박종태 열사는 대한통운 자본과 공권력의 합작에 의해 살해당한 것이다"며 "대한통운 자본이 자행한 당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장례를 치룰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고 박종태 열사는 목숨을 내던져야만 비정규직 화물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 될 것이라며 기어이 먼 길을 떠나고 말았다"면서 "억장이 무너지는 고통과 슬픔을 뼛속 깊이 새기고 대한통운 자본 '응징 규탄'에 돌입할 것이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고 박종태 열사에 대한 사죄 ▲화물연대 탄압 중단 ▲해고 택배 노동자 전원 원직 복직 ▲운송료 인하 철회 등을 대한통운에 요구하며 '공안 탄압 중단과 체포영장 취소'를 경찰에 촉구했다.

민주노총과 화물연대 등은 4일 오후 7시 대한통운 광주지사 앞에서 열린 추모 집회를 시작으로 6일 오후 대한통운 물류센터 앞 규탄 집회(대전), 9일 전국노동자대회 총력 집중 투쟁(대전), 12일 오후 '대한통운 규탄 광주전남 노동자대회'(대한통운 광주지사)  등 집회를 열 계획이다.

강승철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장은 "이 때(12일) 까지 우리의 요구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518 제29주기 투쟁에 수 만명의 전국 노동자들을 결집해 5월 광주의 매운 맛을 보여 줄 것이다"고 말했다.

박종태 지회장, 연락 두절 5일만에 숨진 채 발견

▲ 고 박종태 지회장.
민주노총 광주본부 등에 따르면 박종태 지회장은 4월 28일 부터 연락이 두절  됐다.  그 후 5일만인 3일 오후 박 지회장은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지회장은 최근 화물연대·민주노동당 광주시당 홈페이지 등에 남긴 글에서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남겼다.

박 지회장은 4월 28일 대전 대한통운 물류센터 앞 농성장에 "끝까지 싸워서 반드시 이깁시다"라며 "승리의 기쁨을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깊이 간직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메모를 남겼다. 이후 조합원은 물론 가족들도 박 지회장과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4·29 재보선 결과, 광주·전남지역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민주당에 승리하자 4월 30일 새벽 민주노동 광주시당 게시판에 '승리를 축하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탄압 속에 희망은 보이지 않고 갈수록 조직대오는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중략)사람의 죽고 사는 것은 마음 먹기 달렸다고 하지만 현재 적들은 죽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니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죽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박 지회장은 이 글에서 "조직을 사수 할 수 있다면, 투쟁을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면 바쳐야지요. 무엇이든지…"라며 "산자의 몫이 얼마나 중요한 지 동지들은 잘 알고 있으리라 봅니다.(중략) 함께하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연락이 되지 않아 걱정을 하고 있던 그의 부인 하모(38)씨는 댓글을 달아 "여보! 제발 연락줘, 기다릴께"라고 당부했다. 하씨는 "너무 힘들어서 잠시 어딘가에서 스스로 다짐을 하고 있을거라고 믿어"라며 "싸우다 보면 언제나 승리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끈질기게 싸우면 끝내 이긴다는 걸 이번(4·29 재보선) 선거를 통해서 우린 배운다고 생각해"라며 위로와 함께 힘을 북돋아줬다.

민주노총 광주본부 한 관계자는 "자살을 결심하고 마지막 유언처럼 민노당 홈페이지와 화물연대 홈페이지 등에 글을 남긴 것 같다"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하고 집단적으로 노동자들을 해고한 대한통운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 죽음을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대형카고트럭을 몰았던 박 지회장은 지난 2003년 화물연대에 가입, 2005년부터 2007년 2월까지 화물연대 광주지부 사무부장을 맡아 광주지역 화물연대 투쟁을 주도해 왔다.

지난 2006년 그는 삼성전자 광주공장(백색가전) 물류 배송을 맡아 일하던 극동컨테이너분회 조합원 50여명이 계약해지 통보를 받자 50m 철탑에 올라가 고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극동컨테이너분회 조합원들은 화물연대 중앙의 지원과 지역 노동계, 사회단체의 연대 투쟁으로 모두 복직하는 성과를 일궈 냈다.

한편 화물연대 광주지부 금호타이어분회 소속 화물 노동자들도 지난달 20일부터 전면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금호타이어와 물류 계약을 맺은 주선사인 대한통운과의 운송료 등 단체 협상이 격렬됐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물론 민주노총이 대한통운을 상대로 "전면적인 투쟁"을 선언한 가운데 대한통운 사태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 민주노총은 범국민투쟁위원회를 구성하고 대한통운에 대한 전면전을 선언하고 나서 대한통운이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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