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시설의 소형화 필요…장애인 연금 시급
대형시설의 소형화 필요…장애인 연금 시급
  • 강성관 기자
  • 승인 2009.04.23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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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용목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 김용목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가장 큰 의미와 관련법들과 다른 점은. 

장애인복지법, 장애인특수교육법, 편의증진법 등은 선언적인 측면이 강했다. 장애인에게 편의를 제공하거나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강제하거나 차별 권리구제를 할 수 있는 면이 굉장히 약했다. 장차법은 다양한 영역에서 차별에 대한 유형과 내용을 구체화하고 권리구제 제도를 강화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특히 교육 받은 권리, 노동할 수 있고 사회 참여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라면 장차법은 장애인에 대해 인권적인 측면을 담아냈다.

-. 한계와 개정 방향은.

장차법을 당사자들이 만드는 과정에서 관심을 가진 부분은 장애인들이 차별의 입증 책임을 피해자에게 있었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 어려움 때문에 자신이 당한 차별 피해를 100% 입증해야 했다. 장차법 제정 당시 우리는 진정인이 아닌 가해자에게 ‘차별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입증 책임을 양분해 법이 제정됐다.
  
정당한 편의제공을 임의규정을 둔 것이 문제다. 출판물 사업자와 영상물을 제작 배포하는 사업자에 대한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는 시행 시기를 유예하면 된다. 장차법 제21조 33항에 대한 정부개정안에는 공포 1년 후부터 시행되는 것으로 했다.

이 조항은 정보통신과 의사소통에서의 편의제공 의무를 규정한 것인데, 규제일몰제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 경우 시행 4년 후에 담당부처가 규제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자동적으로 폐기 처리하게 된다.
  
또 제일 논점이 되는 것은 확실히 구분이 되는 직접적인 차별과 달리 경계가 모호한 간접적인 차별의 범위 설정이다. 법무부의 시정명령과 심의위원회 개최 등도 미비하다.

-. 정부의 장애인 정책에 대해서 평가한다면.

전통적으로 복지하면 장애인부분이 중요하게 차지했는데 지금은 규모의 논리에 의해서 장애인 복지가 오히려 체감되는 양상이다. 정부의 정책과 예산이 답보상태이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가인권위회를 축소하는 것은 장차법에 사망선고를 하는 것과 같다. 오히려 더 충원해야 한다.
  
또 정부에서 장애인 복지와 관련해서 가장 경제적으로 어려운 수급권자들 위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장애인 속에도 저소득층이나 수급권자인 경우에만 지원해 주는 정책 있다. 더 확대해야 한다. 장애 등급이나 수급권자 여부를 떠나 모든 장애인들은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노인 장기요양제도의 경우 경제적인 상황에 관계없이 요양서비스 욕구가 있으면 다 제공해 주고 있다.

장애인 서비스도 경제적인 수준을 기준으로 지원을 제한하지 말고 동일하게 제공해 줘야한다. 장애인 복지 생애 주기와 관련해서, 태어나서 학령기, 청장년기, 노령기에 따른 맞춤형의 적합한 복지 모델들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 교육측면에서도 유치원·초·중·고등학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교육, 생애 주기에 따른 교육정책이 나와야 한다. 이런 부분이 굉장히 미약하다.
  
특히 관심이 가는 것이 장애인연금법이다. 하루라도 빨리 제정돼야 한다. 장애로 인해서 근로능력을 상실한 장애인들이 많고 직업활동을 하더라도 저소득층이 많다. 연금을 통해서 삶의 질을 보다 향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의 경우도 월 90시간, 120시간 등으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의 생존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이 아니라 자신의 욕구를 실현하고 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루 24시간이 필요하다면 24시간 제공해 줄 수 있도록 확대해야 한다.

-. 광주와 전남지역의 장애인 정책은 어떻게 평가되고 있나.

장애인 복지수준을 평가할 때 결국 얼마나 많은 예산을 투입하느냐에 따라 평가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전반적인 질적 평가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인프라와 비용의 문제다. 다른 지역에 비해서 광주·전남·북은 열악할 수밖에 없다.


부끄럽지만 장애인 단체들이 장애인 인권 수준 조사할 때 거의 하위 4강에 드는 곳이 광주·전남·북이다. 물론 광주의 경우 2006년 이후 진전이 있어서 좋게 평가받는 분야가 있다.
  
두 가지 문제다. 우리 지역의 사회적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복지 분야 담당자와 단체장들의 사회복지 마인드가 여전히 경직돼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개발논리와 성장 논리만을 강조하면 장애인 인권은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 광주시는 전국 최초로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보조인 지원조례’를 제정했다. 시행은 잘 되고 있나.

2007년 제정됐는데 그 이후에 시행 규칙을 아직도 만들지 못했다. 시행 규칙을 만들지 못해서 실질적으로는 조례가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본다. 광주시가 조례 시행에 적극적이지 않다. 조례제정운동을 주도했던 단체들이 내부적인 동력이 약해져서 미처 챙기지 못했다.

-. 현재 장애인 정책 중 가장 취약한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

장애의 유형과 정도에 따라서 다르다. 객관적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어떤 장애든지 자신에게는 생각보다 자신들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데 굉장한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어떤 영역이나 유형이든지 기본적으로는 지역사회 안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행정적, 재정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옛날에는 대형시설 중심의 복지였다면 현재는 공동가정생활(그룹홈), 체험홈을 통해서 장애인들이 지역 사회 곳곳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요구된다.
  
현재는 사후적인 처방이 중심이다. 사전에 폭력을 예방하거나 인식 변화, 상담 지원 등 구체적으로 장애인들의 삶에 밀착된 다양한 보호센터 등 다양한 지역사회 기관을 세워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또 ‘장애인 전용 OOO’ 이런 시설을 만드는 것, 즉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는 방식의 정책과 시설물은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

가장 좋은 예가 화장실이다. 장애인이 남자라면 비장애인들이 사용하는 남성 화장실에 마련된 장애인용 변기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성 면에서도 더 낫다. 교육 측면에서는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을 통한 통합교육 같은 것이다.

-. 자립생활이 강조되면서 장애인 단체에서는 ‘탈시설화’ 목소리가 있다.

먼저 저는 ‘시설 무용론자’가 아니다. 대형시설이 가지는 고유한 기능 역할이 있다. 사회가 변화하면서 장애인들의 욕구도 다양해지고 변화하고 있다. 욕구도 높아지고 있다. 60년대 방식의 시설이라면 이런 욕구와 맞지 않다. 시설이 지금의 욕구와 복지를 어떻게 충족해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측면에서 대형시설의 소형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자립생활이 불가능한 장애인의 경우는 시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시설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 지역사회에 기반한 공동가정생활(그룹홈)이다. 궁극적으로는 대형시설도 자립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본다.

  
광주지역의 경우, 예산이 대형시설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가 있다. 지역 사회 중심의 그룹홈 같은 경우는 예산지원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자기 돈 들여서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정부는 장애인 시설을 확충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고 예산이 확보돼 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대형시설도 소형화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그룹홈을 발전시켜 가야 하는데 여기에 규모가 큰 새로운 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차라리 이 예산을 장애인들의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에 사용하자는 것이다.

-. 어려움 속에서 진전은 있어왔다. 그럼에도 장애인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
  
장애인이 ‘시설’이나 ‘집’에서 ‘사회 속으로’ 나가 사회 속에서 자기 역할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어 하지만 장벽이 있다. ‘좋아지지 않았나?’라고 쉽게 말하기도 하지만 그 장벽 중 하나가 여전히 편의시설 부족이다. 이동권 보장과 관련해서 저상버스 등 확충이 필요하다. 상상 이상으로 힘들다. 그 중에 굉장히 중요한 것이 교육이다.
  
장애인들이 자립생활을 하려해도 교육의 기회를 놓쳐버려서 어려움이 있다. 교육의 기회를 놓쳐버린 사람이 우리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장애인의 경우는 그야말로 아무런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된다. 인간답게 살려고 하면 일을 해서 자기 돈 벌이를 해야 한다. 일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 문제를 종합적이고 포괄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앞서 말했지만, ‘생애 주기’에 따른 욕구가 충족되도록 맞춤형 복지가 요구된다. 그런 측면에서 장애인들이 어떤 시기에 있든 사회 속으로 나가고 꿈을 이루려고 할 때 이것을 지원하는 체제를 구축해 장벽을 없애줘야 한다.

가령 장애인 가족지원, 학습지원, 직업훈련의 기회 등 다양한 사회 인프라가 구축이 돼야한다. 굳이 시급성을 애기하자면 생존의 문제가 심각한 장애인들이 굉장히 많다. 장애수당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장애인 연금 제도가 시급하다.

-. 비장애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장애는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 가운데 하나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방식은 다양하다. 남자로 여자로, 장애인으로, 비장애인으로, 다양한 피부색으로 살아가고 있다. 저에게는 장애가 굉장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장애인들이 집회를 하고 기자회견을 하면서 우리의 요구를 주장하면, ‘장애인들 좀 뻔뻔한 것 아니냐, 이제 나름대로 장애 복지가 진전돼서 좀 더 기다리면 될 텐데, 나서서 욕심이나 채우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
  
장애인들이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특권’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특별대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차별만은 하지 말아달라는 호소이고 적어도 동등하거나 비슷한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장애인들은 20년, 30년 기다리면서 많은 부분을 잃어버렸다. 더 이상 장애인들에게 기다리라고 하는 것은 너무 잔인한 요구다. 그 만큼 절박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사회에서는 말 그대로 ‘장애는 불편할 뿐 불행한 것은 아니다’고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사실은 ‘장애가 굉장히 불편할 뿐 아니라 불행까지 하다’고 할 분들이 많다. 장애인을 한 인간으로, 한 지역의 구성원으로 인정해 주는 마음이 더 넓어졌으면 좋겠다.

▲ 김용목(지체장애 3급) 대표는 5살 되던 해 소아마비로 장애를 갖게 됐다. 김 대표는 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목회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91년 당시 28세에 실로암선교회가 운영하는 복지시설인 ‘실로암사람들’에서 간사로 일하기 시작했다.그러던 중 2001년 본격적으로 장애인이동권 투쟁이 시작되자 광주이동권연대 대표를 맡으면서 장애인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후 광주지역에서 발생한 갖가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적인 활동을 벌여왔고 광주시중증장애인생활보조인지원조례운동본부 등을 결성, 조례를 제정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운동가 중 한 명이다. 현재는 송원대학 겸임교수로도 출강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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