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슬로우푸드 운동으로 농업 활로 찾자”
“로컬푸드·슬로우푸드 운동으로 농업 활로 찾자”
  • 강성관 기자
  • 승인 2009.04.06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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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황제 같은 농협조합장 중심 지배구조 바꿔야”
“기업농, 비전문가들 흰소리…가족농이 살 길”

‘유기농 전도사’라는 별칭을 가진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한미FTA 체결과 지난해 광장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 집회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한미 쇠고기 위생조건안’ 등을 두고 정부에 거침없는 비판을 가했다.
  
김 전 장관은 비판에만 머물지 않고 농업의 활로를 고민해 왔고 이를 실천해 왔다. 그는 상지대학교 총장을 지내면서 원주시와의 일교일촌 운동, 지역 농업 기반의 ‘친환경 식단 운영’ 등을 통해 자신의 유기농 철학을 실천해 왔다.
  
그는 최근 에세이집 <더 먹고 싶을 때 그만 두거라>를 통해, “농업, 생명, 환경의 참살이는 우리 모두의 관심사항이며 다음 세대의 문제입니다”라며 ‘국민농업’을 주창했다. 지난달 31일 광주김치축제추진위원회 총회 참석차 광주를 방문한 김 전 장관을 만나 농업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인터뷰는 대면 인터뷰와 이메일 인터뷰로 진행됐다. 

▲ 김성훈 전 농림장관은 1939년 전남 목포 출생으로 서울대 농대를 나와 중앙대 교수로 재직했다. 김대중정부 때 농림부 장관을 지냈으며 2005년부터 올해 2월까지 상지대 총장을 지냈다. 저서로는 <동북아 경제권>, <백년기업 천년국가>등이 있다.

-. 농업의 활로를 어디에서 찾아야 한다고 보나.

우리 농업과 농촌이 살아남는 길은 ‘국민농업’으로 키우는데 민관이 인식을 같이 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농업이 없는 나라, 농촌이 없는 도시, 농민이 없는 국민을 생각해 보자. 농업을 가격경쟁력 측면에서만 접근하면 죄다 수입해 먹어야 한다. 그러면 농업이 수  천년 동안 수행해 오던 환경정화 효과, 생태계 균형 효과, 아름다운 경관, 지역균형발전, 전통문화 보전, 식량주권, 식품의 안전성 확보 기능 등이 위태로워진다.
  
단순히 가격(비용)으로만 따질 수 없는 농업의 다양한 다원적인 기능이 사라질 때 국가적 손실은 천추만대에 걸칠 것이다. 그래서 모든 선진국들은 ‘국민농업’으로 키우고 있다. 농업과 농촌의 발전이 없는 선진대국들이 어디 있는가. 비싼 땅값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낮으면 품질과 안전성, 경쟁력으로 커버해 나가야 한다.
  
-. 농정에 대한 비판이 있어왔다. 근본적인 문제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농업을 국제적으로 사고파는 상품으로만 접근해 온데서 WTO문제, 무역자유화 문제, 미국 등 강대국들의 약육강식적 마찰이 있었다. 가장 지방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철학과 자세로 그리고 농업이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문제라는 입장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을 그 지역에서 우선적으로 소비해 이른바 ‘Food Milage(식품이 최종 소비자까지 수송 운반 보관을 위한 이동거리)’를 줄이려는 녹색 캠페인이 바로 로컬 푸드(Local Food) 운동이다. 그리고 한국 특히 남도의 천혜의 조건을 이용해 이를 발효식품화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외국 농산물과 차별화하는 슬로우 푸드(Slow Food) 운동이 함께 전개되어야 한다. 
  
발효식품이란 맛과 향기와 형태, 성분이 원식재료와 달라진 ‘제2의 천연식품’이다.
  
가소화(可消化)율도 높아지고 저장 보관 기간도 크게 연장되며 영양가도 배가 되는 등 건강 장수식품으로 바뀌는 효과가 크다. 대륙성 기후와 해양성 기후가 만나는 산과 들과 바다의 전라도가 바로 양질의 미생물과 효소균들이 많아 세계적으로 한국식품, 특히 남도식품은 발효식품으로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우리 조상 때부터 우리는 슬로우 푸드의 본고장이었음을 중요한 경쟁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막걸리, 식혜, 각종 김치, 된장·간장·고추장, 각종 젓갈류, 모든 농수산물들을 발효시켜 먹는 문화민족인 것이다.
  
-. 일부에서는 ‘기업농’, ‘농촌 기업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땅 값이 세계에서 제일 비싼 나라에서 그리고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에서 ‘뱁새가 황새 흉내낸다’고 미국 등 서구식 대형농업이 가능이나 하겠는가.

그렇다고 가격 경쟁력이 얼마나 커지겠는가. 왜 역대 정권이 기업농 정책을 폈지만 실패했겠는가. 미국 등 큰 나라 농업만 보고 온 비전문가들이 괜스레 하는 흰소리가 아니겠는가.
  
우리는 싫건 좋건 가족중심의 가족농(Family Farm)의 전문화와 협동화를 통해서, 소규모 경영의 약점을 보강하는 길 밖에 현실적으로 살길이 없다. 그리고 협동조합의 내실화가 중요하다. ‘농민을 위한 농민들에 의한 농민의’ 협동조합이 지금 되고 있는가.
   
-. 최근 발간한 칼럼집 <더 먹고 싶을 때 그만 두거라>에서 ‘국민농업’을 주창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비전을 담은 것인가.


‘국민농업’을 주장하게 된 배경은 이제 완전히 개방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농업에 대한 관심도 애정도 없는 정치사회 구조 하에서 국민 소비자를 감동시키고 움직여 우리 농업과 농촌, 농식품을 사랑하게 하는 방법뿐이라는 절박한 기대감이다. 국민가수, 국민 체육인, 국민배우 하듯이 ‘국민농업’이 되어야겠다는 어찌보면 마지막 그러나 정통적인 접근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품질과 안전성, 슬로우 푸드의 장점으로 승부해야겠다. 미친소 병, 멜라민 음식 등은 높으신 분들이나 부자님들이나 원하는 대로 드시고 우리 보통 국민들은 우리 것을 좀 비싸더라도 우리 국토, 우리 환경 생태계, 우리 농촌을 지키고 우리 식구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우리 농식품을 애호하자는 뜻이다.

-. 이명박 정부 들어서 ‘녹색성장’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우려와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녹색성장을 제대로 하려면 농림업을 친환경적으로 육성해 땅도 살리고 물도 살리고 공기도 살리며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살리는 친환경 유기농업과 산림 육성을 해야 한다. 그렇게 이명박 정부를 유도해야 한다. 무조건 의심하고 반대만 하지 말고 콘텐츠를 채워줘야 역사적인 저탄소 녹색성장으로의 국정 지표가 살 수 있다고 본다.
  
-. 한미FTA 국회비준이 논란이다. 한-EU FTA도 진행 중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한미FTA가 두 나라 국회에서 비준되어 발효가 되면 전통 농업부문은 15년 안에 거의 전멸된다. 관세 한 푼 물지 않고 값싼 미국 농산물이 우리 식탁을 점령할 것이다. 그 때 살아남는 농식품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안전성과 풍미가 뛰어나고 발효가 잘된 전통 우리 식품 뿐이다.

그래서 로컬푸드 운동과 슬로우푸드 운동이 중요한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한-EU FTA 체결이 진행 중인데, 내용을 공개하고 있지도 않다. 그래서 지금 국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국회도 정쟁만 하고 관심이 없다. 정부는 공개하지 않고 있고 국회는 캐묻지도 않고 있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가 없다.
  
-. ‘유기농 전도사’라고 불릴 만큼 유기농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 왔다. 유기농 어디까지 왔다고 평가하나.

한국의 유기농 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농약 농산물까지 포함해서 친환경 농산물이 전체 농산물의 6∼8%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단, 전남지역만은 30%선을 넘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100% 유기농 부분은 아직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판로와 유통이 잘돼야 유기농업이 가능하고 그것은 소비자가 비싸더라도 안심하고 사먹을 수 있도록 정부가 품질을 보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농협개혁 문제가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개혁의 핵심적인 방향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나.

국민의정부 때 제1단계 개혁으로 농협, 축협, 인삼협 중앙회를 축소 통합해 금리를 낮추고 각종 보조를 늘렸다. 이제까지 제2단계 개혁이 늦어졌지만 농민이 혜택을, 그 결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일선 조직이 통합 개편되고 중간조직을 줄이며, 경제 유통사업 위주로 개혁돼야 할 것이다. 황제와 같은 회장(조합장) 중심의 지배구조도 바뀌어야 할 때다.

-. 광주김치축제추진위원장으로서 구상이 있다면.

김치축제가 주민의 참여와 혜택이 골고루 펴지도록 그 결과가 소득으로 돌아가도록 돼야 한다. 함평나비축제가 그 산 증거 아닌가. 조상 대대로의 지혜와 비결이 총출동이 되도록 권장되고 그것이 소득이 될 수 있는 법적, 행정적 뒷바라지가 제대로 되었으면 싶다. 세계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인정한 세계표준의 김치축제로 승화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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