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 추경 아닌 일자리·서민 추경돼야”
“토목 추경 아닌 일자리·서민 추경돼야”
  • 강성관 기자
  • 승인 2009.03.26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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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용섭 민주당 일자리창출 본부장
민주당, 자기반성과 혁신적 리더십 부족
목포-제주 해저터널, 획기적 성장동력 될 것

지난 2월 민주당은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창출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민생 행보’를 본격화했다. 최근 민주당은 정부의 추경예산안에 대해 “중소기업 지원과 안정적 일자리 창출을 위한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며 추경 예산의 규모와 용도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특별위원회 일자리창출 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용섭(광주 광산을) 의원을 만나 정부의 경제 정책과 추경예산의 문제점, 민주당의 대책, 논란이 일고 있는 당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 이용섭 민주당 일자리창출본부장. 이 의원은 국세청장과 관세청장 등을 거쳐 참여정부에서 건설교통부 장관, 행정자치부 장관, 청와대 혁신관리수석을 지냈다. 지난해 총선에서 광주 광산을에 출마해 당선돼 민주당 제4정책조정위원장을 맡고 있다.
  
-. 정부의 경제위기 진단에 대해 어떻게 보나.
  
우선 정부가 좋은 정책을 내놓으려면 진단을 잘 해야 한다. 경제정책은 의사의 처방과 똑같다. 의사가 폐결핵 걸린 사람에게 감기라고 진단하면, 폐결핵에 감기약을 주게 돼 병이 더 악화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2일 올 경제 성장률을 5%로 전망했다. 그런데 11월 1일 수정 예산 편성 때는 4%로, 그러다 강만수 장관은 12월 16일 3%로 전망한다고 했다.   

이 때 이미 대통령에게는 ‘마이너스 성장이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그러다 2월에 취임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마이너스 2% 성장을 이야기 했다. 4개월 만에 5%에서 마이너스 2%로 7% 포인트가 달라진 것이다. 선진국 가운데 어떤 나라도 이렇게 짧은 기간에 경제 전망에 큰 오차가 나는 경우는 없었다.
  
이것은 폐결핵 걸린 사람에게 감기 진단을 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허풍전망’, ‘거짓말전망’, ‘말 바꾸기 전망’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잘못된 전망을 근거로 정책이 나오니까 성공할 수 없다. 추경 역시 이런 잘못된 전망 속에서 나온 것이다.
  
-. 정부의 추경 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마디로 ‘사상 최악’의 추경이다. 규모, 시기, 용도 면에서 따질 수 있는데, 역사상 가장 문제가 있는 추경이 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슈퍼추경’이라고 하는데 무조건 커서는 안 된다. 커야할 것이 크면 좋지만 적어야 할 것이 크면 문제가 된다. 추경은 없는 것이 좋고 필요하다면 적은 것이 가장 좋다. 추경예산을 위해서는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것이다. 국가채무가 이명박 대통령 들어서 53조 늘었다. 올해 세입이 10조 정도 덜 들어온다. 그러면 추경을 20조로 하면 국가채무가 83조, 30조로 하면 93조가 된다.

이렇게 되면 국가채무가 GDP 대비 40%가 넘어서게 된다. 그래서 추경 규모가 ‘30조다, 40조다’고 말하기 전에 정부는 먼저 ‘어디에서 추경 재원을 조달하겠다’고 국민에게 밝혀야한다. 국가 채무에만 의존하는 추경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그리고 지난 5년 동안 부자들 세금을 96조 깎았다. 내년에도 고소득 재산가들의 소득세, 대기업의 소득세와 법인세를 내리기로 했다. 빚을 얻어서 추경을 편성하니까 내년에 내리기로 한 부자감세를 경제가 살아날 때까지 연장하고 국채 발행을 줄여야 한다.

  
-. 예산의 용도는 어떤가.
  
용도 면에서 볼 때  정부는 주로 토목과 건설에 쓰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일자리 창출이  가장 급하다. 같은 돈이면 일시적이지 않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곳에 써야 한다. 한국은행의 산업연감을 보면, 10억원을 토목과 건설에 쓰면 16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사회적 서비스 일자리에 쓰면 24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한다.

그러면 어디에다 먼저 써야 되느냐. 토목과 건설 쪽은 안 된다는 것이다. 토목 현장에 가보면 사람이 안 보인다. ‘기계 일자리’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청년일자리와 여성일자리다. 또 지속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일자리가 계속 가 줘야한다. 토목은 공사가 끝나면 끝나버린다.
  
서민생계지원과 중소기업대책에 써야한다. 민주당은 ‘일자리 추경’, ‘서민 추경’, ‘중소기업 추경’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 관련 민주당의 방안은 어떤 것이 있나.
  
이 정부는 비정규직을 늘리고, ‘83만원 인턴세대’를 늘리고, 임시직과 토목, ‘알바’ 수준의 인턴을 늘리고 있다. 우리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많은 곳에 돈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에 투자하고 지속가능한 일자리에 투자해야 한다. 예를 들면, ‘9988’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나라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중기소업이 전체 일자리의 88%을 만들고 있다. 지난 10년간 중소기업은 3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한 반면 대기업은 130만개 밖에 못 만들었다. 그래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 중소기업을 대폭적으로 지원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중소기업·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를 위한 긴급자금 5조5천억을 지원하고,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 2조9천억을 투자해서 12만9천개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그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에 6천억원을 지원해 비정규직 20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하고, 실업구제대책으로 1조9천억 정도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 서민 긴급 생계 지원을 위해 2조7천억원을 추진하고 있다.
  
-. 광주와 전남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복안이 있다면.
  
이 시점에서 획기적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목포-제주간 해저터널’을 만드는 것이다. 고속철이 서울에서 오송을 거쳐 목포까지 오고, 목포를 거쳐 제주까지 가는 것이다. 호남이 국토 남단의 종착지가 아니라 제주를 연결하는 관문이 되는 것이다. 새로운 성장 발전축이 될 것이다. 광주의 문화도시, 2천개 이상의 수려한 섬이 있는 전남, 제주가 상생하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현재 개인적으로 지역발전을 위해 여기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최상철 균형발전위원장이 ‘초광역권 개발 사업에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고 국토해양부 장관도 국회에서 그런 취지로 발언했다. 광주와 전남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 최근 ‘뉴 민주당 플랜’ 초안이 정리된 것으로 안다. 민주당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민주당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국민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당이 철저한 자기반성 해야 한다. 국민의 지지를 받고 감동을 주기에는 아직 자기반성이 매우 미흡하다. 국민은 21세기에 사는데, 민주당이 과거 20세기적 정치를 해서는 국민에게 감동도 주지 못하고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대안정당, 미래정당, 정책정당, 수권 정당이 돼야한다.
  
분배와 성장을 놓고 민주당이 ‘성장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처럼 ‘분배다 성장이다’하면서 한쪽만 가조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분배와 성장은 수레의 두 바퀴처럼 가야한다.
  
-. ‘20세기 정치에 머무르고 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20세기적 야당 역할을 하고 있다. ‘발목잡기식’,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고 있다. 빨리 21세기적 야당으로 가야한다.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정당으로 돼야한다.
  
어떤 조직이든 그 조직이 발전하느냐 못하느냐는 리더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리더가 지지율이 높아지면 당의 지지율도 높아지는 것이다.

혁신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 정치, 관행이나 시스템을 답습하면 우리는 망한다고 본다. 당의 운영에 대해서 대표를 포함한 리더들이 ‘지금 문제는 없는지’, ‘최선의 방법은 없는지’ 물어야 되고 새롭고 힘든 길을 찾아야 한다.

지금 싸우는 방식을 보면 과거 선배들이 해왔던 것을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과거와 거꾸로만 해도 지금보다는 지지율이 더 나올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통합의 정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물과 같은 정당에서 바다와 같은 정당이 돼야한다.

강물이란 것은, 낙동강은 낙동강 물 끼리, 한강은 한강 물 끼리만 어울린다. 각자 수온과 길에 차이가 있고 끼리끼리만 어울린다. 그런데 일단 바다로 들어오면 하수구에서 나왔든, 낙동강과 영산강에서 나왔든 서로 어울려서 다 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바다와 같이 계층, 지역, 남북 간의 통합을 위해 힘 쓸 때 수권정당으로 갈 수 있다.
  
-. 당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리더가 갖출 자질은 세 가지다. 새로운 흐름에 맞게 혁신과 변화를 추구하는 리더십, 통합의 리더십, 도덕적 리더십이 그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통합과 도덕의 리더십은 괜찮다고 본다. 그런데 새로운 흐름을 담아내는 혁신적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본다. 산업사회적 리더십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본다.
  
-. 정동영 전 장관이 재보선 출마를 선언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정 전 장관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오신 분이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당의 발전이나 국가발전 측면에서 모든 것을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공천 신청을 했기 때문에 공천심사위원회의 결정을 지켜보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 같다.
  
쉬운 길을 선택하려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다만 당 입장에서는 능력 있는 정치인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한편에서는 ‘국가발전과 당 발전을 위해서 어렵고 힘든 길을 선택해 줬으면 좋겠다’고 많은 의원들이 생각하고 있고, 다른 면에서는 ‘당의 지지율이 낮아서 능력 있는 일꾼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공천심사위원회가 이 두 가지 측면을 감안해 한 치의 사적 감정 없이 (공천여부를)결정하면 누구든지 따라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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