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교육1년 “교육양극화 우려스럽다”
MB 교육1년 “교육양극화 우려스럽다”
  • 노해경 기자
  • 승인 2009.03.18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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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휘국 광주광역시 교육위원
시교육청 MB 교육정책 충실히 따라
성적경쟁 아닌 협동하는 교육이 중요
정치인 교육감 교육계 혼탁케 할 수도

MB 교육1년. 정부가 발표한 교육정책은 대부분 논란이 됐다. ‘효율’을 주장하는 정부의 설명에 전교조 등 교원단체는 ‘교육양극화 조장’ 등의 논리로 맞받았다. 일제고사, 사교육비 증대, 고대입시부정 등 말 많고 탈 많았던 MB 교육1년에 대해 장휘국 광주시 교육위원에게 물었다. 아울러 정권 교체 이후 시 교육계의 분위기 전반에 대해 들었다.

▲ 장휘국 광주광역시 교육위원. 장 위원은 광주·전남에서 초·중등교사로 28년간 재직했다. 전교조 광주지부장을 두 차례 역임했고, 각종 사회단체 활동에도 꾸준히 참여하며 학교교육과 사회적 실천에 있어서도 묵묵하게 책임감 있는 활동을 이어왔다. 항상 자신을 낮추며, 교육자의 소신으로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자리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해왔다는 주변의 평가를 받고 있다.

-. MB정부 교육1년 평가는.
  
한마디로 우려스럽다.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기회 균등은 사회를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라 볼 수 있는데 교육에서부터 차별을 고착화하는 사태가 확대될 조짐이다. 부모의 소득수준에 따라 교육차별이 발생하고, 그 차별이 다시 자녀의 소득차별로 연결되고, 이것이 또 자손들에게 대물림되고….
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교육을 통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킬 공산이 크다. 대입 ‘3불정책’ 논란, 일제고사에 따른 파행, 사교육비 증대, 자율형사립고·마이스터고·기숙형공립고를 표방한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의 비현실성 등은 결국 경쟁교육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본다. 
  
-. 제6대 광주시 안순일 교육감 체제의 공과(功過)는.
  
시교육청은 새 정부가 들어서고 일제고사를 실시하는 등 성적경쟁을 유도하는 정부의 교육방향을 충실히 따랐다고 본다. 교육이란 기회의 평등을 제공하는 것이고, 교육기관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북돋워주는 것이 일차적인데 시교육청은 이를 구호로만 외치며 실질적으로는 영재교육 등에 관심을 가졌다.

또 안 교육감은 ‘청렴으뜸’, ‘실력으뜸’을 이야기했다. 나름대로 청렴하려 노력했지만 작년 청렴도 평가에서 꼴찌를 받았다. 더불어 현재 시교육청의 행정을 보면 청렴으뜸을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개인이 가지는 종합적인 능력을 실력으로 보는 나로서는 실질적으로 학력을 실력이라 말하는 ‘실력으뜸’에도 동의할 수 없다. 물론 안 교육감은 전통적으로 대입성적 상위권인 시의 수준은 유지했다고 볼 수 있다.
  
-. MB 정부 들어 광주 교육계 분위기는.
  
2000년 당시 김원본 교육감은 민주화세력이 정권을 잡았으니 바뀐 환경에 맞게 민주적인 교육행정을 펼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시 교육계 안팎에서도 그런 흐름을 좇으려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구체적으로 학부모 등 교육관련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교육·학교행정에 반영하고,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2006년 하반기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보수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 교육계 안팎은 먼저 보수화돼갔다. 과거처럼 다양한 교육계의 목소리를 듣고, 시간 걸려 힘들게 교육행정을 펼쳐가기 보다는 바로 교육감·학교장 등 경영자들이 의사결정을 해서 집행해야 하지 않는가라는 목소리가 팽배했다. 학교도 교장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 일제고사 관련 부작용이 많다.
  
성적경쟁을 부추기는 일제고사 폐단이 현재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학업성취도·진단 평가에 굳이 일제고사 형식이 필요치 않고, 일상적으로 교사들이 이해도를 평가해도 부족함이 없다. 학생들의 수준을 알기 위해서는 표집하면 된다. 일정 비율을 표집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편안하게 시험 본 후 표집한 결과에 자신의 성적을 비교해 개략적인 수준을 알면 충분하다.

일제고사는 대입을 염두에 둔 강박관념이다. 내 경험으로 보면 70년대에 정확히 이렇게 했다. 일제고사를 통한 학생들의 성적이 교사의 인사에 반영되니 교사 간 불신이 조장됐고, 교사들을 치사한 존재로 만들었다.

교사 스스로도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 성적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오면 ‘내가 교육을 잘 못했나’하는 자괴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과거를 답습하며 이대로 나간다면 성적을 높이기 위해 교사들이 어떠한 노력도 서슴지 않고 하게 만들 것이다.

결국 일제고사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는 정책이다. 처음엔 느슨하게 한다고 하더니 갑자기 교과부에서 전체성적을 제출케 하고 그 결과의 책임을 교사와 학교에 떠넘겨 최근 혼란을 가중시킨 것도 그런 맥락이다. 자유교육연합 관련 인사가 얼마 전 전해준 발언에 입각해 볼 때, 이런 혼란은 이주호 교과부 제1차관의 입각과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 학생인권조례는 어떻게.
  
흔히 ‘학생인권은 교문 앞까지만 있다’고 한다. 교문 들어서면 학생들의 인권은 사라진다. 이런 것들을 타개하려는 노력이 2003년부터 시작된 광주학생인권조례 제정활동이다.

현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는지 학교 내 체벌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그린마일리지’ 정책을 펴겠다고 한다. 인격을 무시하는 발언, 여학생들에 대해 성적 수치심·모욕감을 주거나 신체적인 접촉, 자율학습이란 명목의 타율학습 등 학생의 행복추구권, 선택자유권은 학교현장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올해가 학생인권조례 제정의 호기라고 판단했는데 현재 난관이 예상된다. 최근 시교육위원회 질의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대해 묻자, 안 교육감이 명백하게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고, 의장 출마 시 이를 공약으로 내건 전원범 시교육시교육위원회 의장도 유보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일각에서는 교권조례와 함께 제정하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학교 현장에서 소수자는 학생이다. 특별법은 특별히 보호할 가치가 있을 때 성립해야 마땅하다. 궁극적으로는 초중등교육법에 학생인권을 직접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최근 불거지는 사학의 문제점은.
  
크게 회계부정과 인사부정이다. 학교를 공공성을 가진 기관으로 보지 않고, 개인의 사유재산으로 보는 문제다. 소유권 중심의 사고를 하다 보니 학교의 재산을 내 맘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등 학교법인 운영에 국가는 막대한 지원을 해준다. 이런 국가 지원금을 이사장 등 특정인이 자신의 호주머니 돈 쓰듯 하는 것이 회계부정이다. 이런 부정들은 시교육청 감사에서도 드러나지 않는 맹점이 있다.

또 학원 내 교원의 승진에 이사장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 인사부정이다. 스스로 만든 내부적 원칙도 지키지 않고 무리하게 이사장의 의견을 인사에 반영하는 예들이 광주서도 속속 드러났다.

학교는 사기업이 아니라 공공기관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인사·회계를 합리적·투명하게 해야 한다. 재단 이사장에게 주는 전권을 견제하게 만들어야 하고, 교원의 신규채용시 교육청에 선발을 위임하는 것도 한 가지 방편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비리가 발생했을 때 지원금을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 교육주체들에 한마디.
  
원론적인 이야기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실 것을 당부한다. 학부모들께는 부모의 욕심을 자식들에게 강요하지 말 것을 당부드리고 싶다.

성적이외에는 다른 것을 고려하지 않는 사고에서 벗어나 자식이 친구들과 어울리며 행복하게 학교 다닐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아이들에게 ‘학교 가서 선생님 말 잘 듣고 공부 잘하고 오라’는 복종을 심기 보다는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오라’는 협동을 길러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교사들도 공부만 잘 가르치는 것을 넘어 행동도 학생들의 본보기가 돼야 한다. 학생의 인격형성에 영향을 주고 미래를 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교육기관도 학교를 감시하고, 지시하는 것이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 교육을 잘하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임무임을 명심해야 한다. 
  
-. 교장공모제에 대해.
  
교장공모제가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 교장승진제도는 올바른 학교운영을 고민하는 인사를 선발하는 제도로는 부족하다. 그렇다보니 일부 교장들은 금전적인 욕구를 위해, 또 일부는 무난하게 직을 수행하려 하는 게 사실이다.

물론 올바른 교육을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도 많다. 문제는 현행 제도가 이들을 판별하는데 적합하지 않다는데 있다. 부적절한 방법과 편법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열려있고, 오히려 그런 방식으로 승진한 사람들이 절반이 넘는다.

공모제를 실시하면 이런 것들을 심사한다. 어떤 방향으로 학교를 운영할 것인지, 교육목표와 방향은 무엇인지 공개적으로 심사를 받는 것이다. 이 제도가 확대되면 최소한 교육에 대해 진정으로 고민하고 있는 인사들이 채용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겠는가.

또 학교 내부인사가 교장 직을 수행하는 선출보직제가 실시되면 지금보다는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인사 선발의 과정을 거칠 것이다. 교장공모제는 이에 버금가는 제도라 보고 있다.  
  
-. 학교운영위가 형식화 됐다.
 
많은 사람들이 학교운영위가 형식화 됐다고 이야기 하지만 학부모들의 조그만 관심이 학교장이 전권을 막거나 망설이게 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관심 없이 소극적으로 가면 정말 요식행위가 된다. 학부모들은 학교운영위에 올라온 안건에 대해 간단한 질문만으로도 견제할 수 있다. 교장은 그 질문에 합리적인 대답을 해줄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졸업앨범에 특정업자를 선정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교장이 궤변을 늘어놓을 수는 없다. 이런 과정이 계속된다면 그만큼 학교운영은 투명해지는 것 아니겠는가.

  
-. 교원평가 어떻게.
  
교원 평가는 필요하다. 지금 실시하고 있는 근무평정 등을 하나로 통합해서 정말 교사 개인과 교육의 발전에 도움되는 평가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교사도 상호평가에 참여하게 하고, 학생·학부모의 목소리도 평가에 꼭 반영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평가하는 지금의 시스템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연구·합의해서 올바른 평가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먼저다.

하지만 보수·승진 등에 평가를 반영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교사들은 올바른 교육을 위해서가 아니라 승진을 위해서 경쟁하게 된다. 전교조 안에서 교원평가제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는 줄은 모르지만, 평가에 반대하는 의견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핀란드 교육이 주목받고 있다.

핀란드 교육은 차별을 두지 않고, 모두 함께 가는 것을 강조한다고 들었다. 우리 교육은 잘하는 학생은 더 잘하게 하고, 못하는 학생은 북돋워 준다고 하지만 실제는 가만둬도 잘하는 학생에게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양상이다. 경제적 약자이거나, 상대적으로 취약한 아이들에게 많이 투자해 같이 가자는 교육이기에 핀란드에 주목을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 내년 교육감은 어떤 사람이.

교육감은 막중한 자리다. 직을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보다 교육변화에 대한 분명한 목표의식을 가진 사람이 선출돼야 한다.

진보적·발전적 교육철학을 가진 교육감을 가지면 된다. 개인적으로도 지향하는 바가 같은 인사가 교육감이 됐으면 한다. 진보적 인사 중에서 당선가능성도 고려해 힘을 모으는 것도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도 교육감 직을 수행한다면 어떤 방향성을 가질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도전해 보고픈 생각도 있다.

다만 최적의 인물인가, 당선가능성은 있는가 등 여러 가지도 고려해야 한다.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고, 진보진영에서 그 역할을 기대하고, 요구한다면 마땅히 그 요구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나를 필요로 한 곳에 있어왔고, 그 자리를 지켜왔다고 생각한다.  
  
-. 정치인의 시교육감 출마에 대해.
  
30%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본다.

교육은 사회전체에 관계되는 일이기에 정치인 출신 교육감의 역할도 비중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70%정도는 교육 관련자들이 교육을 담당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그간 우리나라 정치는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을 너무 많이 보였다. 상대적으로 순수한 영역으로 남아있는 교육계가 오염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다. 그래도 교육계는 아직 우리사회에서 지향하는 도덕적인 측면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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