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량 미항 '애절양' 시비 어떻습니까
마량 미항 '애절양' 시비 어떻습니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9.03.1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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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한 표현, 관광지에 어울리지 않아"
"당시 강진상황 잘 전달, 문학적으로 봐야"

 

   
▲ 마량미항 중방파제에 있는 '시가있는 광장'에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진 유배생활 당시 지은 '애절양' 한시가 한글로 번역돼 새겨진 시비가 세워져 있다.

미항 마량항에는 곳곳에 조각물이 설치돼 관광객들의 눈길을 끈다. 미항의 핵심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중방파제로 들어가면 '시가있는 광장'이 있다. 이곳에는 강진과 관련된 다섯 개의 시를 새긴 시비가 세워져 있다.

영랑선생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내 마음 아실이'가 새겨진 시비는 금방이라도 바닷바람에 흔들릴듯 어울린다. 김현구 선생의 '님이여 강물이 몹시도 퍼렇습니다'라는 시는 주변 바다와 어울어져 관광객들이 흥얼흥얼 시를 읊조리게 한다. 또 경회선생의 '금릉팔경'도 마량 미항과 연계되면서 미항의 격조를 한껏 높이고 있다. 이 시들은 하나같이 강진의 서정적이고 경쾌한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다.

그 중간에 다산선생이 지은 '애절양(哀絶陽)' 시비가 있다. 이 시는 다산선생이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 지은 한시 인데 전체적인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강진에 사는 한 백성이 애를 낳았는데 삼일만에 그 애가 세금을 내야하는 군포에 올랐다. 그런데 이 백성이 세금을 내지 못하자 관청관리가 와서 소를 빼앗아 가버렸다.

이 백성은 칼을 뽑아 자신의 남근을 잘라버리면서 '나는 이 물건 때문에 이런 곤액을 받는구나'하며 한탄했다. 그러자 그 백성의 처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남근을 들고 관청에 가 억울함을 호소하였으나 문지기가 막아 버렸다는 안타깝고 억울한 내용이다.

평론가들은 '애절양'이 당시의 암담한 현실에 대한 형상화가 잘 나타난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가 관광지인 미항마량에 세워지면서 이런저런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산선생이 지은 강진 관련 한시 중에 맑고 명쾌한 것들이 많은데 왜 하필이면 당시의 암울한 현실을 담은 애절양을 세웠느냐는 것이다.

한 관광객은 "애절양은 다산선생의 애민정신이 깃들어 있는 훌륭한 한시인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밝은 마음으로 찾아오는 관광지에 '남근을 잘라버리면서...' '백성의 처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남근을 들고...'라는 의미가 들어있는 시비는 섬뜩하기 까지 한다"고 말했다.

이에 다른 반론도 있다. 한 지역 주민은 "애절양은 당시 강진사람들이 얼마나 어렵게 생활했는가를 잘 전달하고 있는 시로 보인다"며 "마량항에서 관광객들에게 읽히는게 결코 무리있어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시가있는 광장'은 2006년 미항공사를 했던 목포지방해운항만청이 조성한 것이다. 목포항만청은 당시 시비를 세우기 위해 시의 선택을 강진군에 의뢰했고 강진군이 애정양을 포함한 5개의 시를 추천해 시비가 만들어 졌다.

 

- 애절향 전문 -

갈밭 마을 젊은 여인 울음도 서러워라
현문 향해 울부짖다 하늘 보고 호소하네
군인 남편 못돌아옴은 있을 법도 한 일이나
예부터 남절양(男絶陽)은 들어보지 못했노라
시아버지 죽어서 이미 상복 입었고
갓난 아인 배냇물도 안 말랐는데
삼대의 이름이 군적에 실리다니
달려가서 억울함을 호소하려도
범 같은 문지기 버티고 있고
이정(里正)이 호통하여 단벌 소만 끌려 갔네
남편 문득 칼을 갈아 방안으로 뛰어들자
붉은 피 낭자하구나
스스로 한탄하네 "아이 낳은 죄로구나"
잠실궁형(蠶室宮刑) 이 또한 지나친 형벌이고
민 땅 자식 거세함도 가엾은 일이거든
자식 낳고 사는 건 하늘이 내린 이치
하늘 땅 어울려서 아들 되고 딸 되는 것
말 돼지 거세함도 가엾다 이르는데
하물며 뒤를 잇는 사람 있어서랴
부자들은 한평생 풍악이나 즐기면서
한알 쌀, 한치 베도 바치는 일 없으니
다 같은 백성인데 이다지 불공한고
객창에서 거듭거듭 시구편( 鳩篇)을 읊노라 /강진신문 주희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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