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유지되면 오용될 가능성 크다”
“사형제 유지되면 오용될 가능성 크다”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9.03.11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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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 국가인권위원회 중요성 시급히 인식해야
광주항쟁으로 한국사회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 얻어
오바마 대통령 취임 미국의 새로운 출발 알리는 것

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 조직을 축소하고 사형제 부활을 추진하는 등 새 정부 들어 인권문제가 급속하게 뒷걸음질 치고 있다. 국제사회의 인권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유엔인권최고대표(인권고등판무관)는 지난 4일 정부에 공문을 보내 인권위 축소방침에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이의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가인권기구국제조정위원회(ICC) 부의장국을 맡고 있으며 향후 의장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남대가 외국인 전임교원을 임용했다. 개교 이래 처음이다. 특히 인권변호사 출신을 임용해 그 의미가 더 각별했다. MB정부의 반인권 색채가 짙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일 전대 법대 로스쿨에서 강의를 맡고 있는 멘사 유진 크웨조(Mensah Eugene Kwadwo·47)교수를 만났다. 인권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서였다.
  
멘사 교수는 “모든 인권문제는 공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며 “인권위와 정부의 마찰은 불가피하지만 정부가 인권위의 중요성에 대해 시급하게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멘사 교수는 또 “범죄자를 사형해서 전반적으로 사회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사형제가 유지되면 오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인터뷰는 전남대 법대 로스쿨 세미나실에서 이뤄졌으며 법과대 4학년 정경인씨가 통역에 큰 도움을 줬다.
    
    

▲ 멘사 유진 크웨조(Mensah Eugene Kwadwo) 교수는 가나에서 태어나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캐나다 토론토 대학과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1994년부터 2002년까지 가나 케이프-코스트대학에서 전임교원으로 재직하며 인권변호사로 활동했고 2004년부터 2008년까지는 미국에서 변호사로 재임했다. 현재는 전남대 법학과 부교수로 로스쿨에서 국제인권법을 강의하고 있다.
-. 전남대학교에서 강의를 맡게 된 소감은?
 “전남대에 오게 돼서 행복하다.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아시아는 처음이다. 한국인들이 미국사람보다 더 친절한 것 같다. 전남대에서 새로운 기회를 열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 한국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
 “미국 시카고 노스웨스턴대학 로스쿨에서 한국인 친구를 만났다. 지금 전남대에서 중국법을 가르치고 있는 정영진 교수가 바로 그 분이다. 정 교수가 전남대 로스쿨에서 인권법을 강의할 외국인 교수를 영입한다고 연락을 해왔다. 평소에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전남대에서 일할 수 있는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
  
-. 그 동안 인권변호사로 활동해왔다고 들었다.
“가나에 있을 때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미국에서는 사기업 변호사 활동을 하며 개인적인 영리를 추구했다.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는데 전남대에서 그 기회를 줬다. 가나에서는 경찰과 검찰들이 공권력을 남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법으로 정해진 절차를 따라야 하는 데도 공권력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체포하고 구금한다. 제대로 된 재판절차를 거치지도 않는다. 시대가 변하면 시스템도 변화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구체제를 고집하고 있다.”
  
-. 전남대에서 강의할 내용은 뭔가?
“국제인권법을 강의한다. 한국적 상황이 아닌 국제인권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룰 것이다. 특히 학생들이 인권에 대해 공정한 견해를 가질 수 있도록 인권보호 제도와 절차를 마련하는 데 강의의 초점을 두겠다. 미얀마, 중국 등의 인권문제와 테러와 관련된 인권문제도 연구하고 싶다.”
  
-. 인권과 법사이의 괴리를 지적하는 견해도 있다.
“개인적으로 법이 인권을 제한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법은 인간의 행동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권리를 확보하고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어느 사회든 권력은 그 속성상 다른 사람의 인생을 통제하려고 든다. 타인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려고 하는 데서 인권침해가 발생한다. 모든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인권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인권기구와 법·제도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법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법의 긍정적인 측면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법은 누가 어떻게 사용하는 가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 지금 한국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를 축소하려고 하는데.  
“모든 인권문제는 공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어느 나라나 인권위원회와 정부의 마찰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정부는 인권위원회의 활동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문제없는 나라는 없다. 사회전반에서 인권문제를 고민하고 배후에서 지지해줄 수 있는 기관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인권위원회와 정부의 마찰은 피할 수 없지만 정부가 인권위원회의 중요성에 대해 시급하게 느껴야 한다.”
  
-. 한국은 사실상 사형제도 폐지국가로 분류됐는데 현 정부에서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사형제도는 민감한 사안이자 어려운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사형제도에 반대한다. 하지만 찬성하는 사람을 비판할 수는 없다. 찬성하는 사람도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범죄자를 사형해서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이익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사회적 위협을 제거하는 이익이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사회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사형제도는 재판의 결과물이다. 범죄자들이 적법한 절차를 통해 재판을 받고 있는지, 올바른 판결이 도출됐는지 하는 절차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인권변호사의 주 관심사는 바로 형법체계의 절차상 적법성 여부다. 사형제도 자체에 대해 장단점을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형제도가 유지되면 오용될 가능성이 크다.”
  
▲ 멘사 교수는 현 정부의 사형제 폐지 움직임에 대해 "범죄자를 사형해서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이익이 무엇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히고 인권위 축소에 대해서도 "어느나라에서나 인권위원회와 정부의 마찰은 피할 수 없지만 정부가 인권위의 중요성에 대해 시급하게 느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광주 5·18에 대해 알고 있나?

“박정희의 암살과 전두환, 노태우, 김대중 정부의 권력형성 과정에 대해 알고 있다. 한국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1980년대 정치상황 때문이다. 광주항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5·18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지불해야 할 대가였다. 아무도 공짜로 자유를 주지 않는다. 광주와 그 희생자들을 통해 한국사회 전체가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가치를 얻을 수 있었다.”
  
-. 한국사회가 다문화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그로인해 다양한 사회적 갈등이 야기되고 있는데.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을 찾는 이유는 경제적인 기회를 얻기 위해서다. 그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들은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서게 될 수밖에 없다. 외국인 노동자의 대부분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노사가 풀어야 할 문제지만 때로는 정부가 개입할 필요성이 있다. 각급 현장에서 노동법과 최저임금 등 제반문제가 공평하게 적용되고 있는지 외국인 노동자들이 적정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를 제대로 살펴야 한다.
  
다문화 가정을 꾸린 외국인들은 결혼하면서 당연히 한국국적을 취득하게 된다. 한국인으로 마땅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 가정이나 사회적으로 갈등이 발생할 때 이들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관이나 제도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그렇게 되면 어느 정도 문제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급진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이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 미국사회를 개혁하는 데 말콤의 방식과 마틴 루터 킹의 방식 중 어느 쪽을 지지하나. 
“아무래도 마틴 루터 킹의 입장에 더 동조할 것 같다. 두 사람이 사회를 개혁하는 방법은 분명 다르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조건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회에서는 마틴 루터 킹의 방식이, 다른 사회에서는 말콤의 전략이 옳을 수 있다. 킹의 전략이 먹히지 않으면 말콤처럼 급진적으로 사회개혁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사상적으로는 킹도 말콤 만큼이나 급진적이었다. 킹의 전략은 법의 테두리 내에서 개혁을 이뤄내는 방식이고 말콤은 법을 뛰어넘어 개혁을 추진한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말콤 보다는 킹의 방식에 가깝다. 아마 한국사회에서 말콤처럼 개혁을 요구하며 행동했다간 필시 사형당할 지도 모른다.”
  
-.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에 남다른 감회가 있을 것 같다.
“오바마가 그 동안 이룬 성취와 대통령이 된 과정은 굉장히 놀라운 것이다. 아무도 그렇게 큰 성취를 이뤄낼 줄 몰랐다.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은 미국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미국은 굉장히 큰 배다. 하루사이에 배의 방향키를 돌릴 수 없다. 오바마의 집권으로 미국이라는 큰 배가 향하는 방향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지난날 미국이 테러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실수한 점이 있었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서 전 세계의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무엇보다 세계평화가 중요하다.”
  
-. 가족을 소개한다면?
“아내와 17살 된 아들, 13살짜리 딸과 9살짜리 딸이 있다. 이번 여름방학 때 아내와 아이들이 광주를 방문할 것이다. 아이들이 광주에서 국제학교를 다닐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함께 살고 싶다.”   
  
-. 앞으로 포부를 밝힌다면.
“전남대에서 인권변호사로서 캐리어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미국은 사람들에게 겁을 주는 무서운 나라다. 반면 한국은 편안한 나라라는 인상을 받았다.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즐겁다. 학교에 정착하게 되면 지금까지 하던 연구를 계속할 것이다. 초청교수가 아닌 전임교수 신분이어서 더욱 기쁘다. 외국인이라는 생각보다 한국인처럼 살고 싶다.”

▲ 박정희의 암살과 전두환, 노태우, 김대중 정부의 권력형성 과정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멘사 교수는 "1980년 광주항쟁을 통해 한국사회 전체가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가치를 얻을 수 있었다"고 평가하고 "광주와의 인연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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