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 더 레코드, 광주
오프 더 레코드, 광주
  • 오윤미 기자
  • 승인 2009.03.0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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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명색이 직업이 기자이건만 눈과 귀가 닫힌 것처럼 답답하다. 보고 듣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직업병 덕에 요새 부쩍 ‘아마추어’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더 이상 진실이 왜곡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마련했다는 ‘기자’ 간담회 자리. 여느 때처럼 취재수첩을 꺼내든 기자를 향해 “이러면 편히 이야기를 못한다”며 거듭 메모를 저지시킨다. 장내가 정리되고 나서야 입장발표가 아닌 하소연이 이어진다.
  
아마추어 기질이 다분한 덕(?)인지 물론 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니다. 기자의 취재요청을 ‘사적’ 만남으로 착각했을 리 만무한 한 단체 대표 태도는 “다 아는 이야기를 새삼 꺼내고 싶지 않다”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두둑한 배짱을 보인다. 좀 곤란한 질문을 할라치면 ‘뭣 모르는’ 애송이 취급도 감수해야 한다.
  
도청별관을 둘러싼 논란의 분위기는 “다 알면서 왜 이래”로 정리된다. 지역에서 목소리 좀 낸다하는 이들은 ‘다 아는’ 이야기인지라 좀처럼 말을 아낀다. 워낙 민감한 ‘오월’이야기인데다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때문이라 치부하기엔 사안이 너무 중대하다.
  
마음이 급해진 오월단체들은 그간 외부 시선을 의식해 쉬쉬하며 감싸더니만 추진단 합의 이후에는 서로 헐뜯고 비방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면계약설이 솔솔 흘러나오는 마당에 오월정신은 오간데 없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철저한 ‘비방용’, 오프 더 레코드다. 기사량을 염려해 “할 말은 많지만 여기까지”라고 선을 그어주고, 후속 보도를 배려해 정보공개 역시 “때가 되면 밝히겠다”고 한다.
  
“한 점 부끄럼 없다”는 재단은 정보 수집 때문에 늦었다며 때늦은 진상보고서를 내놨다. 1년 넘게 도청별관 논란이 지속돼 온 점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공들여 한 정보수집치고는 꽤나 허술하다. 정작 알맹이는 쏙 빼버린 ‘진상’ 보고서인데다 내부 문건이라는 이유로 객관성도 담보하지 못했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지역언론들은 구구절절 사연 많은 광주의 말뿐인 침묵을 돕는다. ‘다 아는’ 도청별관을 논하기엔 이곳 광주는 ‘카더라’ 통신원들의 천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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