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체인질링>, 브래드 피트&안젤리나 졸리
<벤자민 버튼>&<체인질링>, 브래드 피트&안젤리나 졸리
  • 김영주
  • 승인 2009.02.25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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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지금 세상에서 가장 인기있는 열 남녀에서 둘이요, 가장 부러움을 받는 한 쌍의 커플이다.  사람들은 부러움을 담뿍 담아서, 이 커플을 한 마디로 ‘브란젤리나’라고 부른다.  그들이 이 세상에서 갖지 못한 건 없겠지만, 아직 갖지 못한 게 딱 하나 있다.  바로 아카데미 주연상이다.  의도적인지 우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참새들은 입방아를 찧는다.  “미스터&미세스 브란젤리나는 마침내 아카데미 주연상을 사냥하러 나섰다.”  브래드 피트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안젤리나 졸리의 [체인질링].

두 영화의 비슷한 점

감독이 차분하고 단단하다, [세븐] [파이트 클럽] [조디악]의 데이비드 핀처와 [미스틱 리버] [밀리언 달러 베이비] [아버지의 깃발]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20세기 초반 미국의 애환을 그리며 복고 풍물에 그리움이 물씬 배어있고, 그걸 그려내는 영상의 구도감과 빛감 및 색감이 상당히 깊다.  소품과 음악도 정성스럽다.  주연과 조연의 농익은 연기가 진하다.  그래서 영화의 분위기를, 좋게 말하면 진지하고 잔잔하고, 나쁘게 말하면 무겁고 지루하다.  더구나 런닝타임이 길다, 무려 160분과 140분.  내용을 간추려 30분쯤 줄여도 괜찮을 법하다.  그 기나긴 런닝타임에 그 시절의 미국이야기가 세월의 흐름을 따라 차분히 천천히 흘러간다, 6070시절 미국영화에 전형적인 Story-Telling.  감독의 정치적 색깔이 이야기 내용과 영상적 상징 속에 깊이 숨겨져 있다.  그래서 영화내용을, 좋게 말하면 교훈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훈계적이다.  영화의 전반적인 색깔과 냄새가, 나이든 사람에겐 익숙하지만, 어린 사람들에겐 고리타분해 보일 수 있겠다.  딱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될 분위기이다.  이러하매 브란젤리나가 아카데미 주연상을 의도적으로 노리고 출연했다고 쑥덕거릴 만도 하겠다.

두 영화의 다른 점

[벤자민 버튼] : 허구로 꾸며 만든 남녀의 사랑이야기이다.  그 남녀의 사랑에 우리 삶의 숙성을 깊이 담는다기보다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골수 공화당원의 ‘위대한 미국’을 향한 애국심을 심으려는 숨겨진 의도가 깊다.  그 이념적 골수의 농도와 영화의 내용을 가공하는 기법이 [포레스트 검프]를 아주 닮았지만, 상징적 표현의 함축성은 [포레스트 검프]보다 조금 약하다.( 이걸 설명하려면, 영화의 내용내용과 장면장면을 하나하나 비교하며 이야기해야 하기 때문에, 글로 쓰기엔 너무 길고 번거롭다. )  시나리오의 내용에 조작이 많고, 짜임새에 여기저기 빵구나거나 비약한다.  소재가 흔한 남녀의 사랑임에도 불구하고 ‘나이를 거꾸로 먹어간다는 특이한 상징’으로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데, 그 특이함이 기발하다기보다는 별스럽게 꼬아서 그럴싸해 보이도록 괜한 허세를 부리는 것 같다.  대중재미 어른B+ 진지한 청소년B0 발랄한 청소년C0 · 영화기술 A+ · 삶의 숙성 B0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41489&videoId=15965
[체인질링] : 유괴당한 아들을 찾는 엄마의 간절한 절규를 그린 실화이다.  하지만 그걸 소재로 삼아서, 실은 경찰조직을 상징으로 하여 권력의 탐욕 그리고 그 권력을 유지해가는 거대조직의 타락이 얼마나 무서운 악마일 수 있는가를 일깨우려는 영화이다.  경찰의 폐쇄적이고 고답적인 조직문화를 고발하며 ‘시민의 인권’을 찾으려는 민주당 정치이념을 내세우는 영화이다.  겉은 우리 영화 [세븐 데이즈]와 비슷하지만, 속은 70시절의 유명한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와 같다.  요즘 ‘용산 참사’사건에 경찰과 검찰이 보여주는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실화를 그대로 그려내서인지 시나리오가 단단하고, 국가의 공권력을 나쁜 쪽으로만 몰아붙이는 듯하지만 음습한 거대조직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범인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에 관심을 전혀 주지 않는 게 허전하다.  감독이 경찰조직의 횡포에 초점을 잡아서일까?  1930년대의 대공황 시절임에도 이에 대한 묘사가 전혀 없다.  의아스럽다.  이런저런 추측이 들지만, 설왕설래하기엔 번거롭다. )  대중재미 어른B0 진지한 청소년C+ 발랄한 청소년D+ · 영화기술 A+ · 삶의 숙성 A0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44538&videoId=15755

브래드 피트나 안젤리나 졸리의 매력에 끌려서 이 영화를 본 사람이 많이 있겠지만, 브래드 피트의 반항아적인 야성미에 깃든 개구쟁이처럼 천진난만한 맛은 찾아 볼 수 없고, 안젤리나 졸리의 강렬한 여전사 액션에 깃든 팜므 파탈하게 섹시한 맛은 완전히 지워버렸다.  그러나 브래드 피트가 노인 모습에서 청소년 모습으로 변해가는 변모를 놀랍도록 자연스럽게 그려내는 게 참 신기하다.  안젤리나 졸리가 전혀 다른 이미지로 보여주는 그 낯선 모습도 참 신기하다.  그녀가 매우 다양한 연기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  적어도 안젤리나 졸리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을 만하겠다.

결론적으로 대중재미는 [벤자민 버튼]이 더 낫지만, 작품성은 [체인질링]이 더 낫다.  작품성에 [체인질링]이 더 낫다는 건, [체인질링]이 서민을 위한 인권영화이고, [벤자민 버튼]이 미국 국수주의의 오만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체인질링]이 시나리오의 단단함 · 상징적 표현의 리얼러티 · 삶의 숙성의 진지함이 더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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