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 ‘내 언제 신이 없어’
황진이, ‘내 언제 신이 없어’
  • 김주석
  • 승인 2009.02.2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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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언제 신이 없어 님을 언제 속였관대
월침(月沈) 삼경에 온 뜻이 전혀 없네
추풍에 지는 잎 소리야 낸들 어이 하리오.

* 신: 信. 믿음.

* 속였관대: 속였다고. 속였기에.

* 월침(月沈) 삼경: 달조차 없는 한밤중.

* 온 뜻: 올 생각. 오는 기미.

꼭꼭 꾹꾹 짚어 가며 읽어 보자. 초장의 경우 ‘나’와 ‘님’이 존재 간에 짝을 이루면서(대구되면서) 전개된다. 즉 ‘내(가) 언제’와 ‘님을 언제’ 이렇게.

초장이 내뿜고 있는 의미를 추출해 보면 ‘자신은 분명코 신의가 없지 않다’, ‘자신은 님을 결단코 속인 적이 없다’며 신의와 결백(진심과 진정)이 강조되고 있는 내용들이다. ‘분명코’이고 ‘결단코’임에도 불구하고 중장에 이르러 밝혀지는 님의 태도는 ‘전혀’라는 데에 이 시조의 반전이 있다. 나의 태도와 님의 태도가 대조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의 마음은 한밤 중이다. 달도 가라앉고 잎도 가라앉고 제 마음도 가라앉는다. 낙월이요, 낙엽이요, 낙심이다. 자신의 이런 마음을 몰라주는 헤아려 주지 못하는 님이 야속하거니와 그럼에도 그리워 기다리는 심사는 무슨 심사인지 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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