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에서 횃불로
촛불에서 횃불로
  • 김승환
  • 승인 2009.02.20 19: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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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민교협 상임공동의장)

치졸하고 옹졸하며 협량한 이명박 정부의 무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것이 특히 잘 드러난 대목은 ‘촛불시위 참가단체는 불법 폭력 단체다. 보조금을 중단하겠다’와 같은 발화다.

반대를 수용할 능력이 없는 정부를 일컬어 아량이 없다고 하지 않는다. 무능하다고 한다. 언제나 반대는 있게 마련이고 유능한 정부는 그 반대를 어떻게 포용할 것인가에 고심한다. 반대를 잠재우면 일로매진하여 성장발전으로 갈 것 같지만 저항의 횃불이 준비되고 있다는 사실은 왜 모르는가?
  
여기 물불 상극의 변증법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남대문이 타버렸다. 한창 한반도 대운하를 하겠다고 대통령 당선자가 물가를 오락가락할 때였다. 불은 물로 극복하는 것이라는데 거꾸로 불이 물을 제압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하기야 물에 젖은 옷을 말리는 것도 불이고, 물을 증발시키는 것도 불이며, 물길을 막는 것이 바로 불길이다. 서울시장 시절의 이명박 대통령은 청계천 복원을 통하여 전국적 명망을 얻었고, 무엇인가 해낼 수 있다는 신념을 강화시켰으며, 생태환경과 같은 현대적인 주제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러니까 청계천의 물이 이명박 대통령을 탄생시킨 원천이자 원리인 셈이다. 
  
촛불시위 참가단체에 보복성 조치
  
이대통령은 물에 유난히 집착했다. 그 집착의 끝은 최근 용산참사에서 벌어진 물과 불의 싸움이다. 불이 타오르자 물대포를 쏘았다는데 결과는 여섯 명의 사망으로 끝이 났다. 물이 불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그 뿐인가. 화왕산 참사에서 보듯이 불의 저주가 계속되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반도 대운하는 아직 중단한 것이 아니라는 식의 발언이 계속되는 것으로 보아서, 물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최소한의 합리성을 훼손하지 않은 일이 있었다. 지역신문발전기금이 그것이다. ‘촛불 시위 불법 참가 단체 보조금 중단’을 운운하는 식이라면 진보적 지역 신문에 대해서도 그런 협박의 전가보도(傳家寶刀)를 휘둘렀을 법한데 그러지는 않았다. 아니 휘두르지를 못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시적인 제도이고 또 지역 언론의 전국적인 저항 때문이라는 등의 분석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진보언론까지 아우르는 지혜를 보여준 것이다. 이것은 물론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겠으나 현명한 계산이고 합리적 결정임을 강조해도 좋다. 이와는 달리 ‘촛불’과 ‘보조금’을 운위함으로써 불에 대한 극도의 공포를 노정하는가 하면, 시민민중단체와 한랭전선을 구축함으로써 협량하고 옹졸한 태도를 숨기지 못했다.
  
소결론을 말하자. 이렇게 가면 횃불이 될 수밖에 없다. 생각해 보라. 촛불 시위는 평화와 비폭력을 원칙으로 했다. 다소 격렬한 면이 없지 않지만, 민중들이 가진 분노와 대중들이 품은 불신이 그 정도로 절제되었다는 것은 인류시위사에서도 드문 일일 것이다. 시위의 권리는 기본 인권이다.

혹자는 촛불시위가 폭력적인 면이 있었으며, 이명박 정부 전복의 음모가 있고, 나아가 국가 존망이 위태롭다고 수구의 비명을 지르지만 수십만이 거리에 나올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생존의 위기를 이해한다면 그런 소리가 강아지 풀 먹는 소리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시위 권리 억누르다 저항 직면할 것
  
촛불이 아닌 횃불을 들고 금남로를 행진하는 광경을 상상해 보자. 이명박 정부는 이런 상상만으로도 혼비백산(魂飛魄散)할 것이다. 시민민중단체는 1980, 90년대에 획득한 저항 유전자를 간직하고 있다. 목숨 건 투쟁의 전술과 전략도 있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민중단체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촛불을 든 것이 아니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그리고 진정한 인간 해방을 위해서 촛불을 들었다는 사실이다. 시민민중단체들이 더러 보조금을 받거나 프로젝트 응모를 통한 대행 사업을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민간이 대신해 주는 것이므로 관변 단체가 받는 지원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런 시민단체와 민중단체를 두고서 현 정부의 정책과 어긋난다고 해서, 치졸하고 옹졸하게 협박을 한다거나 보조금 중단을 운운하는 것은 천하의 웃음거리 밖에 안 된다. 이명박 정부, 정신 좀 차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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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자가자 2009-02-20 22:51:26
    정부는 정책을 할려면 밀어부치기로 했으면 좋겠다. 괜히 논란을 부추겨서 사회를 혼란시키지말고 옳으면 그대로 행하면 된다 / 그리고 경제도 살린다 살린다 하면서 점점 초초해져가는 사회분위기를 즐기고 있는기분이든다 //아니면, 왜 망설이는가 빨리 하자 설마 사회를 망가트릴려는것은 않이지안는가 그럼 빨리 하면 되지 말로만 한다 한다 왜? 그러는것이오. 이게 오히려 사회를 혼란스럽게한다. 민주당은 미친개 물리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