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소수 전략 진보정치 희망"
"거대 소수 전략 진보정치 희망"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9.02.16 11: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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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 총의모이면 내년 지방선거 시장, 시의원 출마
윤난실 진보신당연대회의 광주시당(준) 공동대표

진보정당 10년을 떠받들던 양대 기둥이 갈라섰다. 애초부터 잘못된 조합이었다는 비판도 있지만 새로운 정치적 기반을 만들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 정치사에 한 획을 그었다. 4월 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보진영이 다시 뭉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난실 공동대표를 만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12일 들불열사기념사업회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 윤난실 진보신당연대회의 광주시당준비위원회 공동대표
▲ 최근 근황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 지난해 방송활동을 끝내고 5개월여 동안 휴식을 취하며 새로운 전망에 대해 고민했다. 진보신당을 중심축에 놓고 정치적 진로를 이동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내부 조직을 정비하고 주변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10월에는 한 달 남짓 쿠바를 방문했다. 쿠바혁명 5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브리게이드 일원으로 혁명 전적지를 돌아봤다. 특히 쿠바가 국제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는 의료와 교육 분야를 관심 있게 살펴봤다. 

하지만 쿠바사회주의 체제에 대해 심도 있게 접근하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쿠바 정치도 의회를 중심으로 작동되는 대의제다. 쿠바 민중들이 주체적으로 사회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쿠바는 배고픔은 면했지만 가난한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적 가치로서 의료와 교육적 대안을 흔들림 없이 지켜가고 있는 것은 대단한 감동이었다. 

쿠바는 미국이라는 적대체제의 끊임없는 체제전복 시도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무력에 의존한 체제보위를 지향하지 않는다. 미국의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지만 핵무장을 하지 않는다. 미국이 훨씬 더 많은 핵을 보유하고 있어 자위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핵을 수단으로 하는 자위권 보다는 민중들의 지지를 얻는 국가운영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사실이 퍽 인상적이었다. 최근 북핵문제와 관련해 많은 시사점을 얻었다. 

▲진보정당 10년의 성과와 한계를 든다면.
- 중앙당의 평가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지만 현재 평가할 수 있는 내용은 매우 제한적이다. 전체 진보정당의 역사 속에서 바라봤을 때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진보진영은 진보당 이후 50년 만에 의회 의석을 만들어 냈다. 진보정당이 현실 속에 뿌리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진보정당은 지역을 기반으로 삼고 있는 기존 정치와는 다른 새로운 정치적 기반의 출현이었다. 노동자 계급과 대중조직을 자기근거로 한 정당이라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있다. 

민주노동당은 진성당원제를 채택하고 직접민주주의를 제도화했다는 측면에서 보수정당과 확연한 차이를 갖는다. 하지만 당내 민주주의는 여전히 취약하다. 민주주의라는 정신보다 다수결이라는 작동기제만 강조했기 때문이다.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이견을 인정하고 소수파를 배려하는 것에 대단히 편협했다. 다수파의 패권적 태도가 당 운영을 파행으로 몰아갔다. 민주노동당에서 진보정당의 희망을 보지 못한 사람은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주의는 개방적이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다양성이 부정되면 더 이상 민주주의가 아니다. 운동권의 획일성, 집단성이 개인들의 창발성을 역동적으로 이끌어내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보수정치는 대중을 대상화 시킨다. 선거를 통해 원내에 진입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정치가 작동되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역시 지난 10년 동안 그 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현재도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어려운 문제다. 민주적인 정당문화는 당원들이 주인으로 참여하는 당원공동체가 만들어졌을 때 꽃핀다. 민주노동당은 선거용 정당을 극복하지 못하고 유권자와 국민 일반을 대상화시킨 측면이 크다. 

진보정당은 국민들이 권력을 행사하는 사회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보수정당과 큰 차이가 있다. 진보정당이 원내 활동을 통해 입법권을 행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과 일상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민주노동당은 제도영역에서 소수정당의 한계가 분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과 함께 대안을 마련하는 ‘거대한 소수전략’은 매우 의미 있는 실험이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그런 전략을 스스로 만들지도 지금과 다른 사회를 꿈꾸기 위한 다양한 활동도 조직하지 못했다. 진보정당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민중들이 폭발적으로 현실에 참여해 자기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는 토양을 만들어 줄 때 가능하다. 

▲ 민주노동당 분당을 둘러싼 책임소재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데.
- 민주노동당 내에는 정파갈등을 비롯한 다양한 견해차가 존재했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이 정파연합으로 출발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정파연합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유효했다고 본다. 문제는 정파 간의 갈등을 풀어내는 데 양대 정파의 현실역량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양대 정파가 북을 바라보는 견해차는 명확했지만 여러 현안문제의 대안을 찾는 것에서는 다름보다 같음이 더 많았다. 분당의 원인은 정파갈등 뿐만 아니라 당내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대위가 제출한 개혁안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양대 정파가 함께 할 수 있는 여지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2007년 대통령선거의 패배는 그 임계점을 드러낸 것이다. 2008년 총선은 진보정당에 대한 민중들의 준엄한 심판의 결과다.  

▲ 제2창당을 위한 윤곽을 제시한다면?
- 진보신당은 총선을 위해 급조된 정당이다. 처음부터 그 사실을 명확히 밝히고 총선 이후 제대로 된 정당을 만들겠다는 자기계획을 갖고 있었다. 진보신당은 아직 완견될 정당이 아니다. 총선이후 8개월 정도 촛불정국에 참여하느라 논의를 진척시키지도 못했다. 몇몇 정치세력에게 함께 당을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결과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진보신당은 아직 당내 의결구조도 갖추지 못한 상태다. 4월 재·보궐선거가 끝나고 5~6월께나 돼야 당 대표 선출과 당명 개정유무 등을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진보신당은 여전히 더 많은 정치세력과 함께 하기 위한 노력을 장기적 과제로 가져갈 것이다.

▲ “획일성과 집단성은 개인의 창의적인 역동성을 끄집어낼 수 없다.” 더 나은 사회는 이 역동성에서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들불열사기념사업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윤난실 공동대표 인터뷰에서 그녀는 촛불 정국에서 보여 진 대중의 역동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동안 대중의 분노가 야당의 정치적 성장 동력이 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중을 대상화시키는 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 당장 4월 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선거를 위해 민주노동당과 합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진보신당은 아직 완결된 정당이 아니다. 제2창당은 장기과제로 가져가고 있다. 이는 진보신당이 기득권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당대 당형식의 통합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더 많다. 민주노동당의 현재 상태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결국 이해관계를 두고 이합집산 하는 꼴에 불과하다. 민주노동당과는 새로운 질(質)에서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당대당으로 만난다면 국민대중과 내부 당원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회의적이다.    

▲ 4월 보궐선거 지역으로 화정 3, 4동이 확정됐다. 대응방안은.
- 모든 선거는 중요하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는 선거는 대중에 대한 기만이자 역량의 손실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번 기초의원 보선에서는 후보를 내지 않을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는 어떻게 치를 계획인가.
- 아직 지방선거 전략은 세우고 있지 않다. 진보신당이 어떤 것을 지향하는 정당인지, 구체적으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검증의 시간도 아직 갖지 못했다. 진보신당은 아직 광주시민에게 인지도가 낮은 신생정당이다. 2010년 지방선거는 중장기적으로 진보신당을 성장시킨다는 관점에서 임할 계획이다.

▲ 최근 민주노총이 성폭력 은폐의혹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 민주노총이 백번, 천 번 잘못했다. 사건이 발생한 것도 충격적이지만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상식선도 지키지 못했다. 이번 사건은 운동조직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도덕성의 파탄에서 비롯됐다. 민주노총 상층부가 조직보위 논리를 앞세워 개인의 희생을 강요한 탓이다.

민주노총이 양적으로 확대됐지만 질적으로 뒷받침 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조직의 양적인 확대가 결과적으로 현장과 괴리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현장과의 괴리는 조합원의 입장이 배제되고 민주적인 조직운영을 방해하게 만들었다. 민주노총이 초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국민뿐 아니라 노동자 등 자기대중에게도 부정될 것이다. 민주노총은 국가와 자본의 노동배제 정책과 싸우면서 전투성을 키워왔다. 전투성은 집단성을 생명으로 한다. 그 속에서 개인의 인권과 삶은 방기된다. 장기적 전망을 위한 연구나 대안 모색도 정책의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비단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운동조직 활동가들의 인권지수는 얼마나 될까. 운동조직의 가치지향은 굉장히 진보적인데 비해 내부 구성원과 활동가들의 태도는 가부장적이다. 시민사회 등 모든 운동조직들이 자기생활과 가치의 괴리에 대해 점검하고 돌아봐야 한다. 운동조직이  자기 조직과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원칙을 지켰을 때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다. 

▲ 야 3당과 공동으로 MB악법 저지투쟁을 벌이고 있는데. 
- 먼저 민생회의와 반이명박 전선의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하고 싶다. 87년 이후 보수야당들은 대중들의 분출되는 분노를 독점하고 정치적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그것은 보다 근본적으로 국민대중의 이익을 쟁취하려는 진보정치세력의 기회를 박탈하는 과정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하나의 우려가 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주장하고 있는 반이명박 전선의 최대 수혜자는 박근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신당이 공동투쟁에 나선 이유는 국민의 권리와 생존권을 지키는 시급한 사안에 연대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용산참사는 국가권력이 생존권을 요구하는 자기국민에게 자행한 타살이다. 과거 민주화운동의 성과가 모래성에 불과했나 하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모든 정당은 국민의 지지를 놓고 경쟁하는 숙명의 관계이기도 하다. 야 3당과 공동투쟁은 광주시민들에게 상황의 엄중함을 보여주고 국민여론을 결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반MB 투쟁이 민생회의라는 단일한 전선체로 묶이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현재 하나로 묶인 전선을 교육문제, 운하문제, 재개발 문제 등 과제별, 특성별로 잘게 잘라 파상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이 더 유효하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세력과 방법 모든 면에서 파상적이어야 한다. 사안에 따라 실천하고 필요에 따라 집결하는 방식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계획인가.
- 아직 구체적인 포지션은 정하지 못했지만 출마하겠다. 진보신당의 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선거를 바라보고 있다. 당원들의 논의가 모아진다면 시장이든 시의원 출마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윤난실 대표는
   


200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몫으로 제4대 광주시의회 의원에 당선됐다. 빼어난 의정활동으로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우수의원(2003), 광주드림 광역의원 부분 베스트(2004), 〈시사저널〉광주·전남을 움직이는 사람들(2005)에 선정되기도 했다. 제1회 장애인 인권상과 문화일보〉한국지방자치학회 선정 우수조례 특별상(2005)을 수상했다. 현재는 진보신당연대회의 광주시당준비위원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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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 2009-02-16 22:58:06
당의 후보로 당선까지 되었으면서도 이견이 있다하여 당을 깨고 나가는 모습은 철새정치인과 어떤차이가 있는지..
촛불정국에서 진보신당 광주광역시당(준)은 뭐를 했는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