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은 자연 질서 거스를 때 온다”
“병은 자연 질서 거스를 때 온다”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9.01.29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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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두석 민족의학연구회장

민족의학의 대가 장두석 선생을 만나 새해 건강비법을 들어봤다. 장 선생은 질병은 “잘못된 식·의·주 생활에서 온다”며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 삶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밝혔다. 인터뷰는 지난 20일 장 선생 자택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 설 명절 광주시민들에게 덕담한마디 한다면?

-  기축년(己丑年) 천체의 밝은 기운이 조국강토의 중심축을 비추니 머지않아 봄날이 올 것이다. 옛 속담에 ‘소걸음으로 만리를 간다(牛步萬里)’고 했다. 마음의 중심을 바로 잡고 내일을 향해 무소의 뿔처럼 뚝심 있게 한발 한발 내딛는다면 반드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경제난국을 헤쳐가기 위해서는 자연의 이치와 질서를 거역하지 않고 자기그릇의 크기를 잘 헤아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 세계경제와 나라경제가 위기다. 일종의 병적 증상이 아닌가?

- 세계 경제가 혼수상태에 빠진 것은 미국 월가의 탐심(貪心)이 빚어 낸 세계적 재앙이다. 투기목적의 금융파생상품과 주택시장이 만들어낸 거품이 일시에 붕괴되면서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까지 병적 증상이 전이됐다.

미국 발 경제위기는 세계 경제를 일시에 마비시키고 혼수상태에 빠트렸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위험성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미국의 패권을 보장했던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도 크게 흔들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경제위기로 큰 손해를 입었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부자중심의 경제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서민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됐다. 정부가 국민들과 소통하고 같이 힘을 모아야 한다. 우주 삼라만상의 생명체들을 내 몸처럼 아끼고 존중했을 때 경제회복이 가능하다. 몇몇 전문가들 중심의 땜질식 경제처방으로는 경제위기를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지금 울타리 없는 거대한 정신병동이다. 배금과 이기, 탐욕과 오만으로 정치인과 기업가는 물론 교육자, 성직자에 이르기까지 예의염치가 땅에 떨어져 있다.

수기치인을 해야 인간을 다스릴 수 있다. 사람들이 자기 이치를 모르다보니 갈팡질팡하고 있다. 권력과 금력으로 국민들을 몰아 부치고 있다. 이치를 거역하지 말고 근본적으로 인성을 회복해 치자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그 길만이 불치병 한국이 거대한 정신병동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 전반에 대한 비판이 많다.

- 이명박 정부가 60~70년대 철권통치 시대로 역주행하고 있다. 회사 CEO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관료나 국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따르라는 태도가 습관이 됐다. 정치역량의 있고 없음을 떠나 국민의 목소리를 전혀 들으려하지 않은 태도가 문제다. 인내천(人乃天), 사람이 곧 하늘이라고 했다. 심부름꾼이 독단과 아집으로 하늘의 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특정인만을 위한 정책을 무리하게 펴다 자충수를 두고 있다.

용산 철거민사태는 그 같은 안하무인의 독재가 빚어낸 죄악이자 참극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자기 아집대로만 독주하는 대통령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정말 심각하다. 한민족이 미국과 소련의 외압 때문에 남북으로 분단되고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뒤 지금까지도 대립·반목하고 있다. 거기에 편승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10년 동안 겨우 통일의 물줄기를 냈는데 이명박 정부가 그걸 차단하고 금강산을 폐쇄했다. 개성공단에서는 쫓겨날 위기다. 세계 어느 나라가 형제간 싸움을 하는 나라에 투자를 하고 신뢰를 보내겠는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사실은 자랑할 일이 아니라 창피한 일이다.

   
▲ 자연의 질서에 맞는 생활『민족생활의학』이란 책을 펴낸 선생은 “우리 풍토에 맞게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생은 “모든 음식은 몸에서 발효가 돼 몸에 열을 올려 체온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순환하는 자연의 질서에 거역하고 만들어지는 인스턴트식품들이 병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 광주사회가 각종 현안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면서 무기력증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광주사회에는 지금 어른이 없다. 정치권을 비롯해 모두가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 그러다보니 서로에 대한 존중도 신뢰도 없다. 위계가 붕괴되고 인간사회의 질서가 파괴되다 보니 각종 현안에 대응하고 해결할 수 있는 중심축도 사라졌다.

광주사회는 예향과 문향, 의향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물려받았다. 그런데 전통문화를 외면하고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 문화의 전당사업은 생활문화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광주학생운동과 5·18이 문화전당의 중심축이 돼야 한다. 땅 속에 집을 짓고 돈으로 도배를 한다고 해서 문화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전통문화를 존중하고 복원하는 것이 광주가 중심을 찾고 사는 길이다.

▲ 민족생활의학에 대해 소개해 달라.

- 민족생활의학은 생활을 지역의 풍토에 합일되게 실천함으로써 건강을 찾는 것이다.
세종 조의 향약집성방, 허준의 동의보감, 이제마의 사상의학 등 선조들의 경험과 지혜를 집대성했다. 민족생활의학은 자연의학이자 생활의학이다. 자연과 가까울수록 병은 멀고 자연과 멀어질수록 병은 가까워진다. 생활이 곧 건강법이고 살림살이다. 이웃을 경쟁자나 극복대상으로 삼지 않고 자기 존재의 버팀목이자 더불어 살아야 할 공동체의 일원으로 사고하는 것이 생활이고 살림살이다.

서양의학은 전쟁의 산물이다. 임기응변과 응급조치에는 뛰어나지만 성인병과 난치병 같은 병을 근원적으로 치료하지는 못한다. 심신의 건강은 의사나 약이 아니라 자신만이 다스릴 수 있다. 서양의학은 17만 가지 이상의 병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민족생활의학에서 병이란 없다.

민족생활의학에서 정의하는 병은 몸이 음양의 부조화로 잠시 균형과 질서를 잃었을 때 이를 바로잡기 위한 자연치유력이 작용하고 있는 상태다. 서양의학은 병인을 물리적, 화학적, 정신적 자극, 혹은 병원체의 작용, 유전 등에서 찾지만 생활의학은 탐욕과 오만, 자연을 거스르는 식·의·주 생활 등으로 몸의 조화가 깨졌을 때 병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본다.


서양의학은 해부를 통해 몸을 부분적으로 해석하고 증상과 병명에 따라 각기 다른 처방을 하는 국부치료법을 쓰지만 민족생활의학은 몸을 통일된 하나의 유기체이자 소우주로 파악한다. 치료는 심신의 균형과 조화를 회복하는데 중점을 둔다.

서양의학은 칼과 약에 의존하지만 자연생활의학은 음양의 조화와 자연 순환의 원리를 중시한다. 햇볕, 공기, 물, 곡식·채소, 소금 등 자연이 인류에게 준 혜택과 바른 생활의 도를 통해 스스로 병을 이겨내도록 하고 있다.

서양의학은 증상자체를 질병으로 보지만 민족생활의학은 증상은 몸의 필요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본다. 그래서 서양의학은 대증요법(對症療法), 약물요법, 경감요법에 의존하지만 민족생활의학은 원인요법, 자연요법, 생활요법을 통해 자연치유력을 높이고 스스로 병을 이겨내도록 하는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 식단의 서구화가 가속화되면서 식생활에 많은 변화가 오고 있다. 문제점은 없는가.

- 옛날 우리 선조들은 ‘밥상이 약상’이라고 해서 산(酸), 함(鹹), 신(辛), 감(甘), 고(苦)의 다섯 가지 맛이 잘 어울리게 밥상을 차렸다. 계절에 따라서는 한(寒), 냉(冷), 온(溫), 열(熱)을 조절해 먹었다. 의사들과 지식인들이 건강을 위해 싱겁게 먹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은 천벌을 받을 짓이다.

우리의 몸은 기본적으로 염도 1%를 유지해야 방부, 소염, 해독역할을 할 수 있다. 염분이 부족하면 불안과 무기력증이 올 수도 있다. 오미(五味)를 갖춰가며 소금만 잘 먹으면 보약이 필요 없다. 식생활을 우리풍토에 맞게 가져가면 질병의 대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 무분별하게 서양을 추종하는 것이 문제다.


▲ 상선약수(上善若水).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선생은 항상 곁에 생수를 두고 마셨다. 인터뷰 중에도 간간히 물을 마셨다.

▲ 병은 무엇이며 왜 생기는가?

- 병이란 없다. 꼬이고 막히고 뒤틀리는 증상만 있을 뿐이다. 자연도 그렇고 인체와 생각도 그렇다. 병이란 자연의 질서를 거역하는 것이다. 땅을 건들면 지구가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온난화, 폭우, 폭풍, 지진, 해일 등은 자연의 병적 증상이자 생존을 위한 자연치유력의 일환이다. 인간이 저지른 죄악이 큰 재앙을 불러오고 있다.

질병은 반자연적인 생활습관에서 비롯된다. 화식(火食)을 하게 되면서 자연이 준 원초적 생명력을 잃고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하늘과 사람, 그리고 땅을 거스르는 삼역(三逆)의 생활이 극에 달했다. 이러한 반자연적인 생활이 병을 불러오는 큰 원인이다.

또 병은 마음에서 온다. 탐욕은 불만을 낳고 몸의 기운을 막히고 꼬이게 만든다. 오만은 자연에서 자신을 이탈시키고 사회에서 소외시킨다.

건강은 몸의 탐욕과 이기, 오만을 이겨내는 것에서 시작된다. 질병은 또 우리가 파괴한 생태계의 복수다. 삶의 터전인 생태계가 썩고 병들고 있는데 나 혼자 건강하기를 바라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다. 질병은 잘못된 식·의·주 생활에서도 온다. 건강하기 위해서는 몸에 햇빛과 산소, 물, 소금, 비타민C를 적절하게 보급해야 한다.


▲ 건강을 유지하는 비법이 있다면?

- 식생활, 의생활, 주생활 모두를 건강하게 하면 된다. 신체의 이상증상은 모두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병을 고쳐도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꾸지 못하면 도로 아미타불이다. 질병을 두려움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질병은 신체가 우리에게 몸과 마음의 부조화를 알려주는 일종의 경보체계다. 질병은 삶을 반성하는 기회이자 새로운 삶을 기획할 수 있는 전환기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성인의 경우 하루 2.5ℓ의 물을 30분에 30g 정도 먹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은 끓인 물보다 생수가 좋다.


두 번째로 소금이 부족하면 피가 썩는다. 소금은 항균과 제독효과가 뛰어나다. 그 때문에 담성(談性)이 강한 생물은 대부분 허약하고 질병이 잦지만 함성(鹹性)이 강한 경우는 일반적으로 무병장수 한다. 소금은 가공된 소금이 아닌 천연소금을 섭취해야 한다. 천연소금에는 각종 유기미네랄이 함유돼 있다.

세 번째로는 육식을 줄이고 생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 채소에는 비타민C가 많이 함유돼 있다. 비타민C는 항균, 피하출혈 예방, 신진대사 촉진, 혈구 재생, 혈압의 생리적 조절 등 인체에 순기능을 한다. 비타민C는 열에 쉽게 파괴되므로 생채소를 먹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잘 먹고 잘 싸면 된다. 하루에 1회 정도 반드시 배변을 해야 한다. 숙변(변비)은 고혈압의 큰 원인이다. 노폐물이 뱃속에 가득차면 오줌 물과 똥물이 혈관에 흘러들어 혈액을 탁하게 하고 혈관을 팽창시켜 맥압을 높이게 된다. 소금으로 양치하고 하루에 물 2.5ℓ만 꾸준히 먹어도 질병의 80%를 예방할 수 있다.
                                 

             

   
장두석 선생은

1938년 전남 화순군 이서면 적벽산 아래 학당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심한 결핵과 폐수증을 앓아 초등학교 2학년 때 중퇴했다. 그 후 입산생활을 통해 병을 완치하면서 자연의학에 눈을 떴다. 전통의학과 민간요법을 다룬 동서고금의 의서들을 두루 섭렵한 뒤 민족의학의 체계를 세웠다. 

일찍이 환경운동, 농민운동, 빈민운동, 조합운동, 민주화 운동, 통일운동 등 사회운동가로 투신, 수차례 옥고를 치렀다. 현재 민족의학연구회장을 맡고 있으며 민족생활학교를 열어 많은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저서로는 사람을 살리는 단식(1993), 사람을 살리는 생채식(1997년), 민족생활의학(2007년) 등이 있으며 고희문집으로 흰 두루마기 자락 휘날리며(2007)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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