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퇴출문제를 보는 눈
기업퇴출문제를 보는 눈
  • 이상걸
  • 승인 2009.01.22 2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걸 (시민의소리 이사)

대주건설과 C&중공업이 기어이 금융권으로부터 퇴출되었다. 대한조선과 삼능건설은 워크아웃 대상에 올랐다. 우울한 소식에 음력설을 앞둔 지역민심이 뒤숭숭하다. 왜 하필 두 개 기업이 모두 이 지역 기업인가? 분양계약자와 임대입주민들은 어떻게 되나 등등.

지역에 아파트를 가장 많이 짓고 있는 대표적 회사 중의 하나이고 전남도가 역점 추진하는 조선업종의 대표기업들이니 지역경제가 큰 충격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해당회사의 직원들이나 협력업체를 비롯한 아파트계약자들의 상심과 불안이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간다. 시도가 대책마련에 분주하고, 모두가 관심 있게 지켜보지만 당장은 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우울한 소식에 지역경제 큰 충격

10여 년 전의 일이 떠오른다. 97년 외환위기 당시 이 지역 대표기업인 기아자동차가 부도가 났다. 지역경제의 1/3을 차지한다할 정도의 막대한 기업의 몰락은 너무나 큰 고통이었다. 그래서 지역민이 똘똘 뭉쳐 기아차 살리기에 나섰다.

시민단체들이 앞장을 섰다. 다행히 현대가 기아차 인수에 나서고, 경제침체로 실직되고 자영업에 나선 사람들로 인해 1톤 화물트럭 ‘프론티어’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기아차는 빠르게 회복세에 들어서는 기적을 창출하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는 일부 협력업체와 입주민들의 반발이외에 지역민들이 ‘살리기’에 나설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 때 살리기 운동의 주역들도 이번 경우엔 그다지 열정을 보이지 않는다. 착잡하지만 신중한 반응이다.

소위 퇴출대상기업들의 위험신호가 벌써 오래전부터 일반화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나마 지역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당시 기아사태와는 다르지 않겠냐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지역 내 젊은 층에서 나타나는 원칙중시경향의 입장들을 들어보면 담담하기까지 하다. 무리한 사업 확장에 대한 우려가 있었고, 기업오너의 세금포탈과 횡령혐의 등 경제 질서를 흩트린 장본인이라는 따가운 시선까지 있는 터였기 때문이다.

“파장이 더 적었을 때 진즉 정리되었어야 할 기업이다.”라든지 “경제적 부정의를 덮어주고 살려주는 것은 또 하나의 부정의가 아닌가”에까지 이른다.

솔직히 “경제라는 것은 돌고 도는 것이고, 망할 기업은 망해야 후발기업들에게도 기회가 오는 것이다”라는 원론적 의견에도 귀가 솔깃해진다.

그러나 졸지에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나 동반추락위기에 몰린 하도급업체들, 분양계약자들의 비탄을 나몰라 해서야 되겠는가. 경제는 흥망성쇠할 수 있다지만, 사회적약자의 고통에 대해 지역사회가 함께 걱정하고 손길을 내밀어 주지 않으면 공동체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해당기업 체질 바꾸는 노력 뒤따라야 

연초에 도법스님은 “만나는 사람마다 경제 경제하지만 경제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나빠졌다.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다른 데에 있다. 즉 자기 자신의 내면을 성찰해야 한다”라는 요지의 말씀을 하셨다. 스님의 말씀이야 귀담아 들을 일이지만 언제나 사람들은 먹고 사는 문제에 초연하기는 어렵다.

지역기업들의 퇴출과 위기는 점차 우리의 삶을 힘들게 옥죄어 올 것이다. 지역민들 대부분 그러한 불행한 사태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작금의 위기 앞에서는 해당기업들의 책임을 먼저 묻지 않을 수 없다. 스스로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할 만큼 노력했다는 항변도 있고, 금융권의 손 털기가 더욱 비겁하고 분통터질 일이기도 하지만, 당사자들의 반성과 노력여하에 따라 지역민과 시장의 반응이 결정될 것이다.

기업을 인위적으로 살리려한다고 살리기도 어렵다. 기껏 조금이나마 버티는 효과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정말로 살리기 위해서는 체질을 바꿔야 한다.

마찬가지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의 산업구조를 현대화하고, 경영마인드를 새롭게 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마음과 기술을 바꿔야 한다. ‘경제 살리기’가 ‘버티기’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바꾸기 위한 운동이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위기일 때 오히려 가능한 일이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