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은 말이 없다
영산강은 말이 없다
  • 김승환
  • 승인 2009.01.22 20: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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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충북민교협 회장

영산강 앞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감격했다. ‘나주 영산강 생태하천 사업 착공식’이라는 행사에서 ‘지역감정은 없다’라는 선언까지 했다. 예상했던 것과 같이 이명박 정권 하에서 호남축은 상징적인 유화책으로 동원될 뿐, 국가정책의 중심에 있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대통령은 영산강 준설사업을 감격스럽게 지시했다. 그리고 확신을 섞어 선포했다. ‘배가 다녀야 한다.’ ‘지역감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여 담양에서 발원하여 서해로 흘러가는 말이 없는 영산강은 졸각에 대통령에게 호명당하고야 말았다.
  
이 얼마나 황당한 말인가. 영산강의 강심(江心)을 깊게 한다고 해서 배가 다닐 수 있는 것인가. 또 배가 다녀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요트관광이면 몰라도 21세기에 배로 실어 나를 물동량은 없거나 있더라도 적다.

그런데 대통령은 물에 관한 편집증이 있는 것인지 청계천에서 시작한 물에 대한 집착은 한강 금강 낙동강을 휘돌아서 드디어 영산강에까지 이르렀다. 병든 강을 살리자는 취지까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실제 목적은 강을 매개로 삼아서 신자유주의식 경제개발을 하겠다는 것이므로 문제가 되는 것이다. 강의 준설과 토목공사는 그나마 강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영산강을 완전히 사지에 몰아넣을 것이 분명하다. 민주적인 의사결정과 민주적인 실행을 멀리하고 저돌적인 독재개발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는 대통령의 세계관은 대체 무슨 색깔인가!
  
분서갱이(焚書坑李)를 당한 이문열이라는 사람에 의하면 지금도 대운하가 유효하다는 것인데, 그것을 보면 대통령이나 소설가나 모두 물에 대한 편집증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런 대통령의 호명과 소설가의 야합은 때로 환영을 받는 경우도 있다. 가령 나주시장이나 상당수의 나주시민들은 일시적으로 투자되는 자본의 단맛에 영산강 준설 또는 토목사업을 찬성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을 탓할 수는 없다. 일반적인 속성이기도 하려니와 좋은 점만 보자면 찬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통령의 물 편집증 때문에 한강, 금강, 낙동강 그리고 영산강은 환경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영산강은 대통령의 장밋빛 성장을 보장해 줄 구체적 대상으로 동원된 타자다. 운하에서 준설로 그 방식이 바뀌기는 했지만, 토목개발이라는 주체가 영산강이라는 객체를 대상화시키는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지난해 한바탕 운하전쟁을 치른 시민민중진영은 또다시 대오를 정비하고 전선으로 가야 할 상황이다. 가까스로 운하를 폐기해 놓았더니 이문열, 이재오 등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슬그머니 물 담론이 부활된 것이다. 바야흐로 개발에 대한 전선이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는 2009년이다.
  
이 전선이 중요한 것은 단순한 물전쟁이 아니라, 자본의 자연에 대한 수탈을 막는 전쟁이기 때문이고, 신자유주의의 악령과 싸우는 성전이기 때문이다. 토목으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발상은 너무나 후진적이며, 충청 전라 경상을 모두 아우르는 4대강 담론 또한 너무나 유치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미봉책으로 강을 파헤칠 것이 아니라, 21세기다운 경제발전의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땅을 파헤치고, 자연을 파괴하며, 근대 초기식의 토목국가를 만드는 것은 그야말로 낡은 수법이다. 그 낡은 세계관 위에 전근대적 가부장의식까지 교차해 있으니,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 뿐인가. 대통령은 자애로운 표정을 짓고서, 영산강을 보살피겠다고 하므로 아버지 대통령과 자식 영산강의 희한한 관계는 역사에 남을 전설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볼 때 이명박 대통령의 세계관에서 영산강으로 상징되는 전라지역에 시혜를 베풀겠다는 제왕적 봉건의식을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기우제를 지내서 물을 빌던 곤룡포의 왕은 이제 영산포의 제사장(祭司長)이 되어 있는 셈이다.
  
대통령도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도 있고 후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강은 실수도 없고 후회도 없다. 그저 흐르면 그뿐,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휘감아 도는 병풍산에는 얼음 바퀴와 같은 달이 환해도 굽이치는 영산강은 역사를 모를 뿐이다. 자연을 개발의 대상으로 삼는 현 정부의 반생태환경적 저돌성은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비단같이 흐르는 영산강은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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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강 2009-01-23 05:45:11
    썩어빠진 영상강 그대로 두자는 말인가, 요트가 다니면 안된단 말인가, 옛날에는 황포돗대지만 지금은 통통배도 좋고 요트면 어때, 홍수로 몸살 알턴 한강 지금 그 한강보고 탓한단 말인가, 70년대 썩어 시궁창 냄새 한강 지금 세계적인 명물이다. 제발 한강만 같은 영상강 만들어 다오. 영상강에 사시사철 맑은물이 넘실거리게 강답게 만들어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