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의혹제기 여성단체 회원 무혐의
성폭력 의혹제기 여성단체 회원 무혐의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9.01.19 0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방의회-공직윤리 경종, 시민사회-소통 중요성 확인” 계기

# “사필귀정!”
  
새해, 여성단체 회원들이 먼저 웃었다. 광주지방검찰청이 지난 6일 현직 시의원의 성폭력 의혹을 제기했다가 해당의원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여성단체 회원 4명에게 무혐의 처분 결정을 내린 것. 이로써 지난해 8월부터 해를 넘겨가며 계속됐던 형사소송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성폭력의혹 광주시의원 사퇴 및 성평등 의회 만들기 범시민대책위원회(상임대표 안진. 이하 시민대책위)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은 사법적 처리와 별개로 공인이 지녀야 할 윤리의식에 대한 문제를 직접 제기했다”며 “지방의회, 시민단체, 여성단체 등 지역사회 전체에 의미 있는 경험으로 기억될 만 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 최근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은 광주지역 여성단체 회원들이 12일 광주 여성의전화 강당에서 이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광주드림
  
시민대책위는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의회에서 더 이상 성추문과 비리가 발생해서는 안 되며 공직 윤리를 강화하는 사회적 학습의 경험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법정다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형사소송의 한고비를 넘겼을 뿐이다. 오는 2월26일로 예정된 민사소송 1차 심리를 시작으로 법정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
  
광주시의회 김모 의원은 지난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여성단체 관계자 4명을 대상으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었다. 김모 의원이 청구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액은 무려 1억2천만원이나 된다.
  
시민대책위는 “여성단체 회원들에게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제기할 일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일”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자중하고 터무니없는 손배소송을 스스로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 “유유상종!”     
  
광주시의회 제5대 의원 19명 가운데 5명이 중도에서 사퇴했다. 선거법 위반 3명, 비리혐의 1명, 국회의원 출마 이유 1명 등이다. 또 2명의 의원은 성폭행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또 다른 2명의 의원은 비리혐의로 경찰의 조사까지 받았다. 세간에서는 이를 두고 “시의회가 범법자 집합소”라고 혹평했다. 이는 비단 중도 하차한 의원들만의 책임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시의회는 동업자 정신으로 똘똘 뭉쳐 이들의 비리사실에 철저하게 눈을 감았다. 시민사회단체의 빗발치는 윤리위 구성과 개최요구에도 침묵과 모르쇠로 일관했다. 오히려 시민사회의 요구에 역주행하는 과감함까지 선보였다.

7월14일 하반기 원 구성과정에서 성폭력 의혹으로 사퇴압력을 받고 있던 문제의 의원을 교육사회위원장으로 선출한 것이다. 상임위원회 위원배정을 둘러싸고는 의원들 간에 화끈하게 주먹다짐을 벌이는 추태를 연출하기도 했다.
  
시민대책위는 7월21일 민주당 정세균 대표에게 광주시의회 성폭력 의혹 문제와 비리문제 등에 대해 공식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김모 의원은 이에 아랑곳 않고 7월23일 여성단체 회원 4명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8월7일에는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발하는 간 큰 선택을 하게 된다.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진 것은 당연지사. 지역사회의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민주당은 25일 두 명의 김모 의원을 제명조치 했다.
  
시의회는 7월28일과 29일 마지못해 임시회를 열고 두 의원에 대한 징계 건을 상정하고 표결에 들어갔다. 하지만 표결 결과는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구속된 김남일 의원은 제명됐지만 성폭력 의혹을 받고 있는 김모 의원은 기사회생했다. 표결에서 찬성 8표, 반대 5표, 기권 4표로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된 것이다. 
  
# “유비무환”
  
시민대책위는 지난 12일 민주당 윤리위원회와 광주시당에 드리는 글을 통해 “이번 사건으로 지방의회는 공직윤리에 대한 사회적 경종의 의미를, 시민사회단체는 시민들과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민주당 역시 후보 공천에서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적용해야 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민대책위는 그동안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성 평등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다.

먼저 여성과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각종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시민캠페인, 문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시민들과 소통할 생각이다. 다음으로는 선출직 공직자들의 윤리의식 강화를 위해 의원윤리 등 조례의 제·개정, 의회 모니터링 활동 등과 함께 의회 내 시스템 정비를 위한 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시민대책위는 또 2010년 지방선거를 대비해 여성정치인의 발굴과 정당 공천심사 과정에서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등 여성 후보 지원을 위한 대안 마련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