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적 규제 시급, 시민의식도 변해야
법·제도적 규제 시급, 시민의식도 변해야
  • 노해경 기자
  • 승인 2008.12.31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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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화 통해 비정규직 목소리 낼 때
정규직 노조도 함께 풀어야 할 숙제

여섯 번에 걸친 기획을 통해 우리지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살폈다. 실태점검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노동자들의 처우 및 실태 개선에 대한 모색은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호에서는 기획을 정리하는 의미로 비정규직에게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국장은 비정규직 노동문제 전문가답게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거시적인 시각을 제시해줬다.
  
결론적으로 남국장의 해법은 ‘시급한 비정규직 관련 법·제도 개선’과 ‘비정규직 양산을 묵인하지 않는 시민의식의 성장’이었다. 여기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조직화를 통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고, 정규직 노동조합도 비정규직 문제를 노동일반의 문제로 받아들여 함께 풀어나간다면 불가능은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해고와 고용의 반복 속에서 불안한 전대병원 비정규직들, 시간강사 또는 보따리장사로 불리는 대학 비정규교수들, 사장님으로 불리는 화물·건설기계 노동자들, ‘노가다’로 통하는 건설일용직들, 생산량 감축에 숨죽이고 있는 대기업 비정규직들, 공무를 수행하면서도 비공무원 신분인 상용직들. 우리가 지금껏 만나왔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각자 다양한 노동 현장에서 서로 다른 업무에 종사한다. 상대적 임금과 노동조건도 천차만별이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공통분모는 비정규직이라는 엄연한 현실이다. 무엇보다 고용불안의 유령은 항상 이들의 곁을 떠나지 않음을, 세계경제 위기는 그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음을 우리는 지면을 통해 확인했다. 
  
이런 사태의 원인은 뭘까. 남국장은 뿌리깊게 이어져온 국가의 잘못된 경제정책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결론적으로 대기업 위주의 수출정책이 고용인구 중 50% 이상이 비정규직인 기형적인 노동시장구조를 만들어 냈다는 설명이다.
  
남국장에 따르면 정부의 법·제도적 지원을 받는 대기업은 이윤추구를 위해 쉬운 길을 택했고, 기술개발을 통한 경쟁력 확보보다는 저임금을 통한 가격경쟁이라는 성장방식을 택해 기형적인 노동시장에 안주해왔다는 것. 국민들도 경제성장·수출이 최선이라는 편견에 갇혀 비상식적인 노동현실을 묵인해왔다고 지적했다.
  
이 속에서 대기업들은 구체적으로 상시적인 일자리에도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원청에서 지시·명령하면서도 비정규직 계약조건을 강요하고, 심지어 일부노동자들에겐 노동자성도 인정해주지 않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로 내모는 등 ‘착취’해 왔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우리사회에 남은 것이 양극화와 기업의 경쟁력 약화뿐이다고 남국장은 주장했다. 설상가상 현 정부는 비정규직법을 개정해 이런 악순환을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 우려가 크다는 노동계 안팎의 분위기도 전했다.  
  
남국장은 문제의 매듭을 풀기위해 먼저 “비합리적인 법·제도가 비정규직을 양산·악화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데 사회의 힘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시민의식을 성장시켜 어느 수준 이상의 양극화를 사회가 감내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 정도에 따라서 결정될 문제라고 덧붙였다. 현실적인 해고 위협에 자유로울 수 없는 비정규직들이지만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정규직 노동조합들도 비정규직 문제를 별개의 문제로 바라보지 말고, 노동운동의 보편적인 활동으로 인식해 함께 대응해 나가야 함을 역설했다. 이런 입장에서 최근 무기계약직인 비정규직을 정규직 노조로 받아들인 국민은행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기도.    
  
여섯 차례에 걸쳐 지면에서 다룬 이들 외에도 우리주변에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하지만 해고의 직접적 위협을 받는 이들의 속내를 듣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 기획은 노동조합이 조직돼있는 사업장 위주로 목소리를 들어봤다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앞으로도 지면이 허락하는 한 꾸준히 소개할 것이란 말로 그들의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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