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軍用비행장 소음에 ‘시끌’
도심 속 軍用비행장 소음에 ‘시끌’
  • 문상기
  • 승인 2008.12.0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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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야간 구분 없는 잦은 비행소음 심각
주택, 학교 등 인구밀집 추락 위험도 상존

▲ 아츠키 기지에서 이륙준비중인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앞쪽으로 자동차와 자전거가 지나가고 있다.

가나가와현의 야마토시(大和市)는 도쿄 남서쪽으로 30km 떨어져 자리한 속한 도시로 동서방향 3.22km, 남북방향으로 9.79km 폭의 길다란 행정구역을 갖추고 있다.
  
야마토시 남서쪽에는 주일미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함께 사용하는 아츠키 기지가 자리하고 있다. 역시 이곳에서 당면하는 문제는 군용항공기의 폭음과 함께 군기지의 위치가 도시 한복판에 위치,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고 도시발전을 가로막는 장애가 된다는 점이다.
  
▲ 활주로 끝부분에서 촬영한 연락용 비행기 착륙 모습. 나무숲 뒤로는 바로 주택과 도시가 펼쳐져 있다.
5백만㎡의 면적을 차지한 아츠키 기지는 인근의 야마토를 포함, 3개 도시에 걸쳐 자리하고 있다.
  
다른 일본 내 군사비행장들의 공통적인 특징대로 이곳 역시 비행장 부지와 주택가가 나란히 한데 붙어 있어 소음피해와 재산권 제한, 사고 위험, 환경오염 등 주거생활을 위협하는 요소라는 점은 기지주변을 둘러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아츠키기지는 길이 2천4백38m, 폭 45m의 활주로를 갖추고 격납고시설과 관제탑, 소총 사격장, 엔진시험장 저유시설, 탄약고가 설비돼 있다. 그야말로 도심 한 복판에 거대한 군사기지가 주둔하는 상황이다.
  
주일 미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공동으로 사용 중인 이곳에는 미군의 서태평양함대 항공사령부, 제5항공모함 항공단과 제51대잠수함 초계중대외에 일본 해상자위대의 항공집단사령부와 휘하의 항공대, 정보 및 통신부대, 기지지원을 위한 경찰 파견대 등이 배치돼 있다.
  
기지 성격이 이렇다 보니 이곳에서 운용되는 항공기 종류도 다양하고 그만큼 훈련 빈도가 높다. 미해군이 운용중인 주력기종인 F-18 전투기를 비롯, 전자전 항공기 EA-6B, 대잠헬기 SH-60F, P3C 초계기, 각종 수송기 등이 쉴새 없이 드나들어 소음피해가 야마토시 전역은 물론이고 인근의 여러 도시들도 함께 소음의 영향권에 들어 있다.
  
요코하마 방위시설국 자료에 따르면 이곳은 특히 미해군 제7함대의 항공모함에 탑재되는 함재기의 비행훈련과 대기장소, 수리 및 보급지원업무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항공기의 빈번한 이착륙 훈련으로 심각한 소음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문상기 <시민의소리> 이사

▲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역할 중요
[인터뷰] 후지타 아츠키기지 4차소송 단장


   
▲ 후지타 아츠키기지 4차소송 단장.
현재의 폭음소송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점은 젊은층의 문제의식이 없다는 게 고민이다.
  
올해로 74세이다. 요코하마 상업고를 졸업하고 대학을 다니다 중퇴했다. 60-70년대 학생운동이 한창일 때부터 시민운동에 종사해 왔다.
  
아츠키에는 또다른 소음피해 소송을 주도하는 단체가 있다. ‘아츠키 폭음기성동맹’으로 이곳을 이끌고 있는 스즈키 다무츠의 경우 현재 83세이다. 일본의 경우엔 노년층이 이 같은 시민단체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일본의 학생운동은 60-70년대의 절정기를 거쳐 이제는 쇠퇴한 분위기다. 젊은층들의 현실참여 의식이 없다는 게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내년이면 시민단체 활동에 종사해온지 50년이 된다. 퇴직 후부터는 13년째다.
  
시민운동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다. 왜냐하면 이 같은 일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시민사회 활동에 전념하면서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있지만 모두들 생업과 함께 자원봉사에 나서고 있다.
  
현재소송 사무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 대부분도 시민운동, 사회운동에서 출발해 정치권에 나아간 경우도 있다. 현재 ‘폭음피해’에 관여하는 정치권의 후배들 같은 경우가 그러하다.
  
일본에서는 사회당이 소음피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치단체장과 정치인들의 인식변화를 위해 시민들의 힘을 결집하는 게 중요하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만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 소음피해 주민들 관심 높아져
[인터뷰] 가네코 도키오 사가미하라 시의회의원


   
▲ 가네코 도키오 사가미하라 시의회의원.
지난 96년 인근지역 주민 96명이 첫 소송에 들어간 것이 폭음소송의 시작이다. 1차소송은 요코하마 지방법원과 도쿄의 고등법원을 거치고 결국 최고재판소에 갔으나 파기 환송되는 등 지리한 소송을 계속하고 있다.
  
이제는 끝이 보인다. 3차소송에서 승리한 여세를 몰아 현재는 제4차 소송단을 구성해 원고단을 구성중이다.
  
일본의 경우 지역마다 폭음피해에 대한 대응양상이 다르다. 오키나와의 경우 자치단체장이 솔선수범해서 나아가고 있지만 야마토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자치단체장이 군 비행장 이전이나 피해소송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소음피해로 인한 고통이 크기 때문에 주민들 역시 1차소송이 진행되는 중에 2차소송을 시작할 만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소송인단 규모를 보더라도 주민들의 관심도가 잘 나타난다. 97년 당시의 1차 소송단은 95명에 그쳤으나 2차는 161명, 3차는 5천여명에 달했다.
  
2006년 6월 12월에 고등법원 판결에서 승소한 3차 소송의 의미는 크다. 주민들이 겪는 소음피해에 대해 국가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배상소송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도 모르게 우리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이곳에서 훈련받은 미군 비행기가 이라크 남부 폭격에도 동원됐다. 훈련장을 제공한 우리도 가해자다. 미군기지의 철수를 원한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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