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익 위한 난개발…피해는 고스란히 주민 몫
편익 위한 난개발…피해는 고스란히 주민 몫
  • 오윤미 기자
  • 승인 2008.11.27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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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광주시 환경정책을 점검한다-숲 난개발 下
기반시설 부족, 교육여건 고려 무시, 환경훼손 불가피

현재 도시행정은 ‘도시개발’논리에 치우쳐 진행되고 있다. 서구 화정동 중앙공원(면적 6만 5837㎡)은 한때 특급호텔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바 있으며 한새봉의 경우 북부순환도로 개설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 대규모 택지개발은 환경파괴와 녹지 훼손 등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서 도시기반시설 부족과 교육난 등 다양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2005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UN 도시환경협약’에 가입한 광주는 2010년 실사를 앞두고 있지만 현재 도시행정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통합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하는 ‘도시환경’을 고려치 않은 근시안적 도시개발은 결국 총체적 문제을 야기할 거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광주에는 무등산 등 큰 산을 제외하고도 크고 작은 산들이 63개나 있다. 인근주민들의 쉼터이자 도심의 허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지만 이들 산 대부분이 사유지다 보니 개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주는 숲 난개발 현장을 통해 난개발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들여다봤다.

▲ ‘환경’ 고려한 골프연습장 추진? -서구 풍암동 도심숲
  
수십 년 된 리기다 소나무와 상수리 나무 등 울창한 숲을 자랑하던 서구 풍암동 공구상가 인근 산이 골프연습장 건설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풍암동 일대는 이미 인근 산을 둘러싸고 학교와 대규모 유통단지 등이 들어서는 등 개발이 막바지에 이른 상태. 인근 주민들의 쉼터이자 도심숲으로서 역할을 톡톡해 해내던 이곳은 ‘사유지’임을 내세워 개발업자들이 눈독을 들이던 곳이기도 하다.
  
골프연습장 건설 건은 이미 서구청 도시계획위원회에 두 차례 상정돼 심의를 받았지만 환경훼손 등을 이유로 번번이 발목을 잡히다 지난 13일 ‘조건부’ 통과 결정이 났다. 법적인 문제가 없으니 최대한 환경을 고려한 개발을 하라는 것.
  
서구청 도로개발과 관계자는 ‘환경’을 고려한 조건부 통과임을 내세웠다. “현재법으로는 골프연습장이 들어서는 게 전혀 문제될 게 없다”며 “수목 훼손 등 전문가 의견을 들어 최대한 녹지 공간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공사가 진행되도록 조건부로 통과됐다”고 말했다
  
골프연습장 건설을 추진하는 해당 업체 관계자는 “그 일대는 이미 개발이 다 된 상태로 우리는 끝자락 자투리 공간을 이용하려는 것뿐이다”며 “생태계 조사 등 환경평가를 통해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입증 받았다”고 환경에 제동을 거는 것이 못마땅한 눈치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환경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김광훈 광주환경운동연합 사업국장은 “있는 숲도 개발 못해 안달이 나 숲을 훼손하는 마당에 새로 심은 나무들이 얼마나 환경적으로 도움이 되겠냐”며 “그 정도 부지는 차라리 매입을 해 공원을 조성하는 방법도 얼마든지 고려해 볼 수 있음에도 불구 법적 잣대만 들이대며 행정적으로 일을 해결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 북구 양산동에 공사가 한창인 ‘첨단자이’는 ‘양산공원’으로 불리는 인근 야산을 절단 내고 들어서는 대규모 택지지구다. 1100세대가 넘는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이곳에는 ‘조망권 침해’와 ‘소음’ 등으로 인해 인근 주민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 돌산 절단 내 대규모 택지지구 개발-양산동 일대

  
일반 보존녹지가 아닌 경우 개발은 더욱 쉽게 된다. 북구 양산동 ‘첨단자이’ 택지개발이 여기에 해당된다. 1100세대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있는 일명 ‘양산공원’은 산이 반 토막으로 절단난 상태다. 올 1월초 공사가 시작돼 2010년 3월 입주예정이다.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자 인근 주민들은 ‘조망권 침해’와 ‘소음’ 등 문제를 제기하며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인근 아파트 주민은 “산이 돌산이다 보니 공사 소음으로 살 수가 없다”며 “우리도 아파트에 살긴 하지만 이렇게 개발하다가는 남아나는 산이 과연 몇 개나 되겠냐”고 씁쓸해 했다.
  
돌산인 탓에 찾는 주민들의 발걸음이 뜸해 산으로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다는 것이 시공업체가 내세운 ‘타당한’ 이유다.
  
북구청 건축과 관계자 역시 “어차피 그 일대는 산으로서 기능이 안 돼 주거용지로 개발해야한다”며 “소유권 등 문제를 제외하곤 법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 서구 금호동 일대는 아파트 난개발로 인한 기반시설 부족으로 교육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총 2900여 세대가 사는 대규모 택지개발에 해당 초등학교가 단 한 곳뿐인 것. 설상가상 내년 준공을 목표로 두 개 아파트 공사에 한창인 상황이다. 해당 학군인 만호초등학교는 넘쳐나는 학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초교 1개 뿐 -서구 금호동 일대

  
서구 금호동은 교육청과 사전협의 없이 무분별한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으로 학교시설 등 제반시설이 부족해 교육난이 우려되는 대표적 난개발 지역이다.
  
이 일대엔 금호베스트빌(256세대), 남양파크(350세대), 호반리젠시빌(701세대), 종원 팰리스빌(1600세대) 등 총 2901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해당 학군인 만호초등학교는 현재 학급당 인원이 40.4명으로 6학년 경우, 42명에 달한다. 이는 광주시 평균 학급당 학생 수 33명을 훨씬 초과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이 일대엔 쌍용(330세대), 진흥(330세대) 등이 내년 입주예정으로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들 아파트 역시 만화초등학교로 진학해야 하는 상황.
  
문제가 이처럼 심각해진 데는 서구청이 불씨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별법에는 학교용지 조성·개발 등에 관해 교육감 의견을 들어야 하며, 승인권자는 학교용지에 관한 사항이 적정하게 반영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반영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서구청은 만호초등학교 부근의 주택건설사업승인 신청시 교육감 의견서 첨부 없이 사업계획을 승인처리 했다. 이후 주택건설사업계획(변경) 승인 과정에서 교육청으로부터 두 차례 초등학교 교실 증축에 관한 의견제시와 시, 교육청, 시행업자 등 관계기관 회의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됐지만 교육청과 시청의 의견차이로 현재까지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 몫이 됐다. 주민 김모씨는 “병원이나 은행 등이 5분 거리 내에 있어 생활권이 편리해 이쪽으로 이사 왔더니 제일 중요한 애들 교육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이 근방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대다수가 젊은 부부인데 초등학교가 하나뿐이라는 게 말이 되냐”고 불평했다.
  
또 다른 주민 최모씨는 “학급당 인원수가 많다보니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만만찮다”며 “혹 우리 애들만 뒤쳐질까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구청은 “일단 기다려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처럼 난개발의 문제점은 복합적으로 드러난다. 환경훼손이 일차적 문제라면, 재개발 등을 통한 양극화 심화, 기반 시설 부족으로 인한 교육난 등은 2차적으로 발생되는 문제들이다.
  
조진상 동신대 교수는 “지형적 특성에 맞는 신도시가 들어서야 되는데 현재 광주시 도시개발은 전혀 그렇지 못한 채 과포화상태”라며 “개발 취지에 부합되지 않은 도시개발은 결국 총체적인 문제를 드러내게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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