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 위해서라면…무분별한 숲 난개발
도시개발 위해서라면…무분별한 숲 난개발
  • 오윤미 기자
  • 승인 2008.11.20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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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광주시 합동감사 ‘난개발’ 지적
앞에서 ‘심고’ 뒤에서 ‘베는’ 이중 정책

광주시는 최근 ‘저탄소 녹색도시’를 내걸고 갖가지 환경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녹지의 중요성을 체감한 타 지자체 행보에 발맞춰 광주 역시 허겁지겁 가뿐 숨을 몰아쉬며 후발주자로 나선 것. 광주의 경우 녹지 공간 확보를 위해 1천만그루 나무 심기, 푸른길 조성, 담장 허물기 사업 등을 통해 녹지 공간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환경 정책을 두고 ‘개발을 위한 수단’이라고 지적한다. 도시개발계획에서 ‘환경’이 차지하는 부분이 미비하다 보니 정책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도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는 것. 단적인 예로 도로나 건설 등 건축 시 사전환경성 평가를 실시해야 함에도 불구 ‘행정절차상 실수’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 부기지수다.
  
뿌리칠 수 없는 ‘경제 개발’ 유혹에 광주시는 한 손에는 ‘개발’을, 다른 한 손에는 ‘환경’을 움켜쥐고 저울질하는 모양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2008 광주시 종합감사에서는 ‘무분별한 난개발’이 도마에 올랐다.
  
눈여겨 봐야할 점은 광주시의 계산법이다. 광주시가 2004년 수립한 2020년 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목표인구치가 180만으로 추정돼 있다. 이는 2011년 도시기본계획 목표치인 220만에서 40만이 감소된 수치다. 그러나 광주시는 인구의 감소 추정에도 불구 토지이용계획상 주거용지 소요면적을 78.728k㎡에서 99.78k㎡으로 21.052k㎡로 증가할 것으로 수립했다.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더불어 광주시의 주택보급률은 2007년 말 현재 107.5%로 이미 2020년 도시기본계획에서 제시하고 있는 2020년 105% 계획을 훨씬 초과해 과잉공급 상태다. 2005년 이후 전국적으로 급속히 늘어난 미분양 아파트에서 광주시 역시 자유로울 수 없음에도 불구 이렇다 할 주택종합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어디 이뿐이랴. 위법·부당한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으로 초래된 난개발은 생태계 파괴는 물론 기반시설이 취약해 해당 구 주민들은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 실제 서구 금호동 일대 택지지구는 행정절차 상 손발이 맞지 않아 입주가 시작됐지만 학교 등 기반시설이 취약해 손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태.
  

 

▲ 녹색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시의 현 모습은 도시 전체를 빼곡히 채운 아파트들로 대변된다. 무분별한 숲 난개발은 환경훼손 뿐 아니라 도시 인프라 구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 넘쳐나는 미분양, 택지개발 계속

  
이처럼 늘어나는 미분양에도 불구 계속되는 택지지구 개발은 어떻게 해석해야하는 걸까.
  
김광훈 광주환경운동연합 사업국장은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는 현 시점에도 불필요한 아파트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며 “기존의 나무는 죄다 뽑아 도심 재개발과 택지지구를 만들고 이후 새롭게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게 현재 광주의 정책이다”고 꼬집었다.
  
광주시 남구 제석산 일대는 이러한 시행정 모순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2003년 지상 13층 규모의 아파트 건축을 두고 몸살을 겪었던 제석산은 산림 훼손과 조망권 침해 등을 이유로 주민들이 앞장서 막아낸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현재 제석산은 좋은 경관을 첫 번째 조건으로 꼽는 일명 ‘프리미엄’ 아파트들에 둘러 싸여 있다. 좋은 학군과 편리한 교통, 아름다운 경관 등 3박자를 고루 갖춘 이곳은 광주의 ‘강남’이라 불린다.
  
제석산으로 산책을 자주 나간다는 주민 한모(54)씨는 “공기가 맑고 쾌적해 이사도 가지 않고 이곳에서 살았는데 아파트들이 하나 둘씩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파트 속에 산이 파묻히게 됐다”며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공사를 진행하다 보니 하루 종일 아파트 공사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 5분 먼저 가려고 산까지 뚫어야 하나- 한새봉을 관통하는 북부순환도로 개설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전환경성 평가조차 이뤄지지 않은 졸속추진이라는 것. ⓒ 조동범 교수


▲ ‘환경’ 우선고려대상일 뿐인가
  
‘조금 더’ 편리해지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에 환경은 언제나 ‘뒷방’신세다.
  
김항집 광주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무분별한 난개발 등 환경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도시계획에 환경성이 적극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광주발전연구원에서 발간하는 ‘광주연구’에서 “도시개발 측면에서 살펴보면, 과거 개발시대부터 현재까지 도시 외곽지역에 대한 지속적 개발을 통해 녹지대를 잠식하는 외연적 확산을 추구, 이산화탄소의 흡수원인 녹지와 숲을 끊임없이 파괴하고 있다”며 “곳곳에 건설되는 녹색사막인 골프장과 승용차 중심의 도시구조로 인해 자원 소모적이고 탄소과다 배출형 도시구조를 형성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시의 도로현황을 살펴보면 자동차형 도시구조임을 짐작할 수 있다.
  
광주시의 도로 길이가 2000년 1,845,098m이던 것이 2006년에 와서는 2,136,967m로 연평균 2.55%씩 증가했다. 도로율 역시 2000년 18.5%에서 2006년 20.5%로 연평균 1.76%로 증가했다. 광주시의 예산 역시 이를 뒷받침 해준다. 광주시의 2009년 예산안을 살펴보면, 서남권의 중추거점도시 기반구축 등을 이유로 15개 도로개설 등에 책정된 예산이 총 4440억 원에 달한다.
  
박필순 광주전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한새봉을 관통하는 북부순환도로만 보더라도 의문투성이다”며 “생태계 훼손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5분 먼저 가자고 국민 혈세를 들여 도로를 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지난 13일 열린 광주시 건설교통국 행정사무감사에서 전우근 의원은 북부순환도로 개설의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전 의원은 “사전환경성 검사가 채 끝나지도 않은 상태서 광주시가 공공디자인 위원회를 열어 북부순환도로 인근 조명 등 설치물에 대한 안건을 상정하는 등 환경성 등 중요 부분이 합의되지도 않았는데 시가 너무 앞서 간다”고 비판했다. 

▲ 2006년과 2008년의 광주광역시 산림면적과 현황 (단위:ha)

 

구분

산림면적

산림면적율

국유림

공유림

사유림

2006년

동구

서구

남구

북구

광산구

3,484

1,006

1,921

5,709

7,946

71

22

31

47

36

197

69

33

213

1,369

158

21

10

626

9

3,129

916

1,878

4,870

6,569

20,066

40

1,881

824

17,361

2008년

동구

서구

남구

북구

광산구

3,474

884

1,884

5,697

7,940

71

19

31

47

36

197

69

33

213

1,882

158

21

10

626

9

3,119

794

1,841

4,858

6,561

19,879

40

1,370

824

17,173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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