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차(車)가 되고 싶은 자전거
자전차(車)가 되고 싶은 자전거
  • 오윤미 기자
  • 승인 2008.11.13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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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광주시 환경정책을 점검한다-녹색교통

▲ 도로에서는 차에 밀리고, 보도에서는 사람에 치이는 '자전거'는 찬밥신세다. 자전거가 근거리 교통수단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로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

유명무실 자전거도로·전담 부서 필요성 제기

치솟는 고유가와 끝 모를 물가파동으로 편리한 교통수단이던 자동차는 ‘돈 먹는 하마’가 돼 서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자전거는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녹색교통이자 에너지 절약 차원의 근거리 교통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전국적으로 자전거 바람이 불고 있는 것.
  
대구의 경우, 자전거 마일리지를 도입해 시민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거리측정계를 통해 각자의 자전거 주행거리를 홈페이지에 기록, 누적 주행거리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량과 칼로리 소모량을 계산해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다. 자전거 주행거리 1km 당 10원씩 적립된 마일리지로 시민들은 기후보호와 자전거 기금 마련에 동참할 수 있다.
  
광주 역시 예외는 아니다. 광역시 중에서는 가장 늦게 ‘녹색교통’ 대열에 합류한 광주는 지난달 말 ‘자전거이용 활성화조례’를 입법 예고하고 금년 12월부터 자전거 정책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조례안을 살펴보면 시민들의 안전하고 편리한 자전거 이용을 위해 ▲자전거이용시설의 정비계획 수립 ▲전담부서 설치 ▲자전거주차장 설치 ▲자전거 보관소·정비소 설치 ▲자전거 교통안전교육장 운영 ▲자전거 시범지역 지정 ▲자전거 등록제 ▲자전거이용 활성화 위원회 설치 등을 규정했다. 
  
▲ 지하철 역에 놓인 무료자전거 대여소. 복잡한 대여 절차로 인해 이용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현재 광주시의 자전거 교통수송분담율은 1.7%로 전국 평균 3%에도 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자전거가 단순한 레저용이 아닌 교통수단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도로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 인터넷 동호회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인 김영무(28)씨는 2년째 자전거 출퇴근을 실천하고 있다.

교통비 절감 차원에서 자전거 타기를 시작한 김 씨는 “불합리한 법규로 인해 자전거는 도로에서도, 인도에서도 찬밥신세다”며 “자전거도로라고 있어봤자 별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광주시의 자전거전용도로는 올 9월 기준 32.5km로 대구 36.1km 다음으로 많지만 실효성 부분에선 낙제점수를 받고 있다.
  
김성준(60)씨는 “그나마 광주천에서는 자전거를 탈 만한데 시내에서는 도저히 탈 엄두가 안 난다”며 “도로에서는 차에 위협받고, 인도에서는 사람을 피해 타야 함은 물론 길이 울퉁불퉁하고 툭하면 막혀있어 탈 수가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있으나 마나’한 자전거도로는 제 기능을 못하고 불법주정차들에 끼여 방치돼 있다.
  
40년째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는 김유귀(63)씨는 “자전거도로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이자 졸속추진”이라며 “인도에 선 하나 쭉 그어놓고 자전거도로라고 하니 답답할 뿐이다”고 비판했다.
  
▲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에 해당하므로 횡단보도에서는 끌고 가야한다. 생활 속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 대다수는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 인식개선 절실· 교통정책 전환 시급

불합리한 법도 문제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차마로 분류 돼 있다. 즉, 자전거는 차다. 차는 차도로 다녀야 맞지만 자전거는 툭하면 도로에서 천대받기 일쑤다. 또한 교통법상 자전거는 도로의 가장자리(끝 차선)로 다녀야 맞다. 그러나 끝 차선은 버스와 택시의 전용도로처럼 여겨진다. 자전거 크기의 몇 배나 되는 버스가 뒤에서 위협하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이뿐 아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 태반이 모르는 자전거 상식 하나.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에 해당하므로 횡단보도에서는 끌고 가야한다. 타고 건널 경우 차가 횡단보도를 침범한 상황이라 사고발생시 교통법상 10대 중과실에 해당한다. 자전거 수요가 늘었다고는 하나 실질적으로 복잡한 자전거 법규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자전거 교육과 인식 개선이 절실한 시점이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선 근본적으로 자동차 중심의 교통정책에서 보행자 위주의 교통체계 확립이 필요하다. 단순한 자전거 정책이 아닌 전체 교통정책의 일부이자 환경정책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
  
김광훈 광주환경운동연합 사업국장은 “정작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채 정책이 추진되다 보니 무용지물인 정책이 많다”며 “자전거에 관한 업무를 총괄할 수 있는 전담부서가 필요하다”고 필요성을 제기했다. 광주는 현재 전담부서는 고사하고 전문성을 띤 담당 공무원조차 없는 실정이다.
  
김 국장은 “녹색교통은 단순히 자전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보행 환경 역시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교통수송분담율을 대중교통 25%, 자전거 25%, 보행 25%, 자가용 25%가 될 수 있도록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은 필수다. 김 국장은 “20년 계획으로 단계를 밟아 실행해야 한다”며 “자전거를 이용한 체험관광 등을 개발해 관광상품 활성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홀로 자전거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시 도로과 신창호 실무관은 “1.7%라는 수치는 13년 전 수치로 현재 광주시의 교통수송분담율의 정확한 통계는 사실상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시책이 다른 곳에 무게중심이 쏠리다 보니 자전거가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은 사실이나 올해 말을 기점으로 인프라 구축을 통해 자전거 활성화에 앞장 설 계획이다”고 말했다.
  
고유가 시대 대안으로 자리 잡은 자전거가 임시방편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관의 추진력과 시민들의 호응, 민·관 협력 기구 등 통합적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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