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푸른길”
“시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푸른길”
  • 오윤미 기자
  • 승인 2008.11.06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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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선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한 국내 성공사례

▲ [푸른길은 추억을 타고] 도심 한 가운데 자리잡은 푸른길은 과거 인근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하루에도 수차례 오가던 철도는 이제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주민들의 기찻길 추억은 푸른 길 세밀화를 통해 생생히 남아있다. ⓒ 박상은

더 이상 사람들의 발길이 닳지 않는 폐선부지에 숲을 조성한다는 건 어쩌면 무모한 도전이었는지 모른다. 70년대 후반, 각종 소음과 교통 혼잡 등을 유발해온 철도를 외곽으로 이설한 후 폐선부지 활용방안을 두고 경전철 운행노선 활용과 푸른 길 조성이라는 개발과 환경 갈림길에서 지역주민들의 호응 속에 푸른길은 시작됐다. 철도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한 국내 최초 성공사례로 주목받고 있는 푸른길에 대한 이야기를 박상은 푸른길가꾸기운동본부 간사를 통해 전해 들었다. 이하 일문일답.

▲ 박상은 푸른길가꾸기운동본부 간사
▲ 아직 완공되지 않았음에도 푸른길은 국내 유일 폐선부지 활용 성공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푸른길의 가치는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원 조성시 이용자 수준으로 요구됐던 시민들의 역할이 푸른길에서는 이용자이자 참여자의 성격을 띤다. 푸른길은 폐선부지용도를 주민이 제안하고 결정한 시민참여형 도시계획 모델로 제안-조성-이용-관리 등 전 분야에 걸처 시민들의 참여가 요구된다.
  
▲ 시민들의 참여는 어떻게 이뤄졌나.
  
1998년 폐선부지주변 주민 300여명이 광주시의회에 ‘녹지조성·공원·자전거도로’ 등을 요청하는 청원서 제출을 시작으로 경전철반대 주민대책위원회를 발족, 8천여명이 참여하는 폐선부지 푸른길 가꾸기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2002년 푸른길가꾸기운동본부 발족 당시 자문위원을 꾸릴 때도 주민대표 3명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핵심은 ‘주민밀착형’이다. 최대한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사실이다. 공사업체 측 말이 “이 정도 규모의 공사면 보통 6개월이면 된다”고 혀를 내둘렀다. 햇수로 8년째다.

더디더라도 시민과 함께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 시민참여가 시기적절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참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100만 그루 헌수운동, 보도블럭 기증운동 등 일정 구간 직접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방법이나 푸른길 세밀화 작업, 시민아이디어 공모전 등을 통해 참여하는 방법이 있다. 

▲ 모든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을 텐데. 푸른길 조성의 어려움은 없었나.
  
그래서 필요한 것이 전문가집단이다. 상상력은 기발하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제안이나 요구 등에 이해와 설득을 요하는 부분은 전문가 몫이다. 푸른길은 무엇보다 공간에 알맞은 식재를 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설계만도 3~4번 엎어지기도 했고, 공사업체 측과 마찰도 많았다. 어느 곳에 몇 년된 어떤 나무를 심느냐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다. 큰 틀로 접근하되 그런 세세함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그렇다면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가장 아쉬운 대목이고 앞으로 개선할 부분이다. 아직까지는 자원봉사에 의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푸른길 봉사단’, ‘실버 가꾸기’ 등 자원봉사 모임을 통해 푸른길을 청소하는 정도다.

▲ 앞으로 푸른길이 나아갈 방향은.
  
30여개의 시민사회단체의 연대협의체로 시작하다 보니 단체의 재정자립도가 제로수준이다. 예산부족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공모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내실 있는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푸른길은 특정인을 위한 공간이 아닌 시민 모두의 공간이다. 푸른길이 시민 생활 속 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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