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로드맵’없는 탄소은행 시범도시
② ‘로드맵’없는 탄소은행 시범도시
  • 오윤미 기자
  • 승인 2008.10.30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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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광주시 환경정책을 점검한다

▲ ‘탄소제로도시’ 꿈꾸는 광주- 지난 4월 탄소은행 시범도시로 선정된 광주는 광주은행과 협약을 맺고 탄소그린카드를 선보였다. 지난해 대비 감축한 에너지만큼 포인트로 지급되는 탄소그린카드는 1만 9천세대가 탄소은행을 신청한 것과 달리 신청자가 800여명에 그쳐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참여세대 늘리기 ‘급급’…신청 후 ‘사후대책 절실’

환경파괴로 황폐해진 미래, 이제 세계경쟁력은 ‘경제탄소’가 지배한다. 무차별적인 경제개발이 불러온 거대한 탄소 공포은 살인적인 폭우와 유전자 변형으로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괴물이 됐다.

숲이 점령한 도시의 주인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니다. 돈으로 거래되는 탄소, 탄소세의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은 급기야 높이 4천 미터에 달하는 공중도시를 만들지만 이조차도 상류층을 위한 공간일 뿐이다. 인간이 탄생시킨 탄소괴물은 급기야 인간의 목을 조른다.
  
일본 작가 이케가미 에이이치가 쓴 SF 환경소설 ‘샹그리라’의 주요 내용이다. 이산화탄소가 휩쓴 미래 도시를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 쓴 책의 내용은 충격 그 자체다. 무자비한 탄소 이용은 결국 부메랑이 돼 인간의 생명을 위협한다. 단순히 소설로만 치부하기엔 우리 주변 곳곳이 탄소의 공포에 노출돼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는 뒤늦게 지구온난화 심각성을 느끼며 ‘환경’대열에 합류했다. 정부의 온실가스 저감정책은 대부분 산업부문에 치중돼 있어 가정, 상업 부문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저감정책 마련이 미흡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지자체 간 탄소 포인트제도 도입은 환영할 만하다.
  
광주만 보더라도 부문별 최종에너지 소비현황을 따져보면 산업 18.1%, 수송 33.5%인 것에 비해 가정·상업은 44.5%로 월등히 높았다. 이번 주는 광주시가 두 팔 걷어 부치고 나선 ‘탄소제로 도시’ 속내를 들여다봤다.

▲ 부문별 최종에너지 소비현황 (단위 : 천 toe, %) 2005년 기준

구분

산업부문

수송부문

가정·상업

공공기타

전국

소비량

170,854

94,336

35,559

36,861

4,068

구성비

100

55.2

20.8

21.6

2.4

광주

소비량

2,089

378

700

929

82

구성비

100

18.1

33.5

44.5

3.9


▲ ‘탄소은행’이란-
광주시는 지난 4월 환경부와 ‘기후변화대응시범도시’ 협약을 체결했다. 온실가스 저감 및 국제탄소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정·상업시설을 대상으로 한 ‘탄소은행 제도’를 본격 시행한다는 것.
  
탄소은행 제도는 에너지 감축 참여를 희망하는 가정, 상업시설 운영자로부터 저감활동 실적을 운영센터에 등록하게 하고, 실적에 따라 포인트를 발급함과 동시에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탄소은행 프로그램 운영을 5개 자치구와 푸른광주21협의회가 참여하는 추진운영단을 구성, 시범사업 적용범위를 전기, 도시가스, 지역난방 등 에너지 산업 부문을 우선 실시하고 대중교통 이용, 탄소 라벨링 등 다른 부문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일단 수치로만 따지자면 광주시의 탄소은행제도는 목표량을 초과해 산뜻한 출발을 했다. 당초 계획했던 1만 세대를 훌쩍 뛰어넘은 1만 9천세대가 신청, 거의 2배에 달하는 실적을 거뒀다. 구 별로 살펴보면, 북구 7천 세대, 광산구 4천 8백 세대, 남구 2천 2백 세대, 동구 6백 세대 순이다. 이 중 적극적인 호응을 보인 곳은 광산구 신창 호반베르디움 아파트와 북구 신안모아 아파트다.
  
신창 3차 호반베르디움의 경우 총 360세대 중 313 세대가 신청을 해 탄소아파트로 각광받고 있다. 이승재 호반베르디움 관리소장은 “대다수 주민들이 적극 동참해 주긴 했지만 여전히 에너지 절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며 “관에서 주도하는 사업인 만큼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리와 교육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180 세대 중 120 세대가 신청한 신안모아아파트는 일찌감치 에너지 감축에 앞장서고 있다. 광주전남녹색연합과 함께 에너지 진단을 통해 불필요한 소비전력을 찾아내는 것.
  
에너지 진단을 통해 전기세를 절반가량 줄였다는 김미애(48)씨는 “설마하니 이렇게 새나가는 대기전력이 많을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며 “안 쓰는 전자제품의 코드를 뽑는 등 작은 실천이지만 꾸준히 실천했더니 12만원 나오던 전기세가 이제는 6만 4천원까지 줄어들었다”고 에너지 절감 효과를 설명했다. 김 씨처럼 에너지 진단을 받은 가구들은 불필요한 전력 소모를 줄여나가며 전기세 절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탄소은행 역시 에너지 진단과 뜻을 같이 하지만 틀이 잡혀있지 않아 적극적인 에너지 감축보다는 겨우 신청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 탄소그린카드 실효성 있나-
시는 광주은행과 손을 잡고 탄소그린카드를 선보였다. 탄소그린카드는 포인트가 쌓이면 매년 1~2월 경 2007년 절감량 대비 에너지를 감축한 만큼 지급한다. 전력의 경우, 5%이하 절감시 1kWh당 50원, 5% 초과 절감시 1kWh당 70원 마일리지가 쌓인다. 가스는 5%이하 절감시 1㎥당 12원, 5% 초과 절감시 1㎥당 20원에 해당한다.
  
‘성공적 출발’이라고 자축하는 시와는 달리 정작 탄소그린카드 신청은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에너지 감축을 위한 탄소은행제에 적극적 호응을 보였던 시민들이 정작 포인트 적립을 통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카드에 대해선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 지난 7월 14일부터 접수한 탄소그린카드 신청자 수는 1천명도 채 안되는 800여명 수준.
  
광주은행 관계자는 “생각보다 신청자 수가 적은 것은 사실이나 시범사업이니 만큼 발생하는 문제점들에 관해선 다양한 방법을 통해 바꿔나갈 계획이다”며 “공공사업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이니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혜택을 누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탄소카드 신청 저조 이유는 발급 절차상 번거로움과 개인정보 유출 우려, 실질적 혜택이 아니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탄소그린카드와 탄소은행신청 시기가 동일하지 않은 점과 탄소은행 신청시 탄소그린카드에 대한 설명이 미흡하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전영옥(42)씨는 “이왕 탄소은행 신청한 것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탄소그린카드를 신청하러 갔더니 고지서에 명시된 세대주가 아니면 안된다고 하더라”며 “가족이라고 했더니 대리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떼오라고 해서 그냥 돌아왔다”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기억을 끄집어냈다.
  
광주은행 비자카드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 은행에 직접 방문해 카드를 교체 발급받거나 광주은행 콜센터를 통해 기존 카드에 탄소은행 기능을 추가 하면 되지만 홍보가 부족해 대다수의 시민들은 이러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박종애(54) 신안동 통장은 “탄소그린카드를 굳이 은행카드로 발급하는 것을 당최 이해할 수 없다”며 “카드 발급 자체가 껄끄럽기도 하고 설령 카드를 발급받는다 하더라도 절차상 번거로움이 있어 신청자가 적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승재 소장 역시 “우리 아파트 역시 탄소은행은 거의 다 참여했지만 탄소그린카드 신청자는 극히 소수”라며 “에너지 감축의 중요성은 인식하면서도 카드 발급 필요성은 현재까지도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카드신청을 꺼리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미숙 신안모아 소장은 “요새는 각종 마일리지 적립카드가 많을 뿐 아니라 전화번호만 적으면 쉽게 발급받을 수 있는데 은행카드다 보니 개인신상정보를 많이 적는 것이 불편하다”며 “전기세 등 실질적 혜택을 주면 좋겠지만 현실상 불가능 하다면 적립된 포인트를 나무 심기 등 환경에 기부하는 방법으로 활용하는 게 오히려 낫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김광훈 광주환경운동연합 사업국장은 “시 금고 역할을 하는 광주은행이 앞장서 탄소은행을 적극 도입한 이유가 뭐겠냐”면서 “영리목적이 아니라곤 하지만 실제 탄소그린카드를 이용하기 위해 거래를 시작하는 신규고객 확보와 재발급 등을 통해 소비심리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올해 신청을 했더라도 실제 포인트 지급이 내년 초다 보니 실질적 혜택이 아니라는 생각에 참여가 저조한 것 같다”며 “주민 설명회 등 릴레이 홍보 활동을 적극 펼쳐나갈 계획이다”고 해명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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