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TV·대화 제로지대…“안들려요!”
전화·TV·대화 제로지대…“안들려요!”
  • 문상기
  • 승인 2008.10.2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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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군비행장 소음 어떻게 풀어야 하나

지난 1989년 매향리 사격장과 관련한 피해배상소송에서 주민들의 승소 이후 군부대 소음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광주에서는 지난 2004년부터 제1전투비행단 전투기 소음피해가 사회문제화되면서 군부대 이전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돼 왔다.
그러나 안보논리와 예산부족, 대체부지 확보를 놓고 이전이 미뤄지는 가운데 정부차원의 보상과 배상 역시 수월치 않은 게 현실이다. 최근에는 국회와 국방부가 ‘군용비행장 소음방지 및 주변지역 지원’과 ‘소음피해 방지 및 보상’과 관련된 법안 발의가 추진 중인 가운데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편과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안보라는 명분 아래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주민들의 피해실태를 광주비행장의 소음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1. 프롤로그
2. 일부 승소 대구, 청주의 경우
3. 소송중인 수원, 강릉의 경우
4. 일본의 사례1 - 오키나와
5. 일본의 사례2 - 도쿄 인근
6. 소음피해 관련 법 제정
7. 소음피해의 근본적 해결 방안


 “딱딱거리는 소리가 꽹맹이(꽹가리) 두들기듯 해라우.”
공군부대 정문을 향하는 도로를 중심으로 민간여객청사 맞은편에 위치한 신흥동 아파트 정자에서 만난 이모(91) 할머니는 삼도에서 살다 아들집을 찾아왔다며 항공기 소음에 질렸다듯이 손바닥을 내저었다.
   
‘딱딱’이란 귀청을 찢는 듯한 전투기의 굉음의 요란함을 나타내는 이곳 주민들이 나름대로의 표현이다. “어찌나 시끄러운지 말도 못해라우. 옆사람하고 말도 안통하고…. 아침부터 저녁부터 정신이 없어라우. 귀도 아파 죽겄고.”
  
또 다른 대표적 소음피해 지역인 극락강 제방과 광주비행장 철조망 사이에 위치한 반야마을의 김모(56)씨는 “오늘처럼 흐린 날씨면 비행이 없지만 맑은 날이면 아침부터 밤까지 정신이 없다”며 “하루 이틀도 아니고 40년간을 항공기 소음에 시달린 상황이라 온정신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제시대 때 보성에서 건너와 마을을 형성해 70여가구에 2백여명의 주민들이 농사에 종사하는 이곳은 철조망 경계를 따라 자리잡은 탓에 제1전투비행단 항공기가 토해내는 온갖 굉음과 폭음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극락강 제방주변의 옥토와 넓은 초지로 한때 2백여두의 젖소를 사육하기도 했던 이곳은 군 기지가 들어선 이후 이내 가금류마저도 사육을 포기해야만 했다.
  

   
▲ 광주지역에서 전투기 소음으로 법적 피해 소송을 진행 중인 이가 무려 7만여명. 안보라는 명분 아래 희생을 감내하기에는 주민들의 원성이 너무 크다.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한 실정이다. ⓒ공군본부

정상적인 일상생활 어려울 정도로 심각

들의 고통은 생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주야 구분없이 비행훈련이 계속되면서 생활자체가 힘들게 됐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전투기 엔진의 폭음은 몸으로 진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게 마을 사람들의 하소연이다. 이 같은 군용 항공기에서 발생하는 소음피해와 관련, 광주지역에서 법적 소송에 임하고 있는 주민은 현재 7만여명.
  
그러나 이들처럼 법적 다툼에 나선 이들을 외에도 군용 항공기의 소음피해권에 드는 지역이 광주행정의 중심지인 상무지구와 광주의 신흥택지로 떠오르는 광산구를 망라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시발전의 장애로 지목되고 있다.
  
동시에 전투기 항로를 중심으로 한 소음권역이 광산구 전체 인구의 대부분을 포함한 주거밀집 지역을 따라 형성된다는 점에서 피해를 더욱 넓히고 있다. 광주공항은 민간항공기와 군용항공기가 공용으로 사용하는 공항이지만 각종 자료를 보면 소음의 최대 발생원은 군용 항공기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수송기나 헬기보다는 전투기의 훈련비행이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민항기와 달리 전투에 적합한 기능을 요구하는 전투기종의 특성상 소음 또한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주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투기 날 땐 첨단지구서도 통화 힘들어

군사시설보호구역이란 점에서 재산권 행사의 제약, 각종 개발사업 지연과 그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외에 공군기지 주변의 주민들에게 가장 큰 고통은 소음피해다.
  
이 같은 상황은 광주 뿐만 아니라 민간공항이나 군용공항에 구분없이 모든 지역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유독 광주는 그 정도가 심해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가장 큰 고통은 정상적 일상생활로부터의 단절이다.
  
신흥동의 김복례씨(여.55)는 “우선 옆사람과 대화가 안돼요. 비행기가 지나갈 때까지 상대방 얼굴만 바라보며 우두커니 서있어야만 해요”라며 “큰 소리로요? 아예 아무것도 안 들린다니까요“라고 지적했다.
  
한 주민은 “아들이나 딸들에게서 생활비를 받아쓰는 입장이라 통화중에 비행기가 지나가면 요금이라도 아끼려고 서둘러 전화를 끊는다”며 “도대체 가족들 간에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도 모르는 이런 불편을 언제까지 감당해야 하느냐”며 하소연했다.
  
실제로 광주공군기지에서 이륙한 전투기가 이동하는 경로 부근의 지역에선 심지어 전화나 휴대폰으로 통화를 할 수 없는 것은 서구와 광산구 주민이면 누구나 경험하는 일상사. 심지어 광주지역의 최북단인 첨단지구와 신창, 신가지구에서도 통화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전투기의 굉음은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 문상기 시민의소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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