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路相逢(중로상봉)
中路相逢(중로상봉)
  • 김은종
  • 승인 2008.10.0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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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路相逢(중로상봉)
추석날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가 중간에 만나는 풍속 (=반보기)


하도 하도 보고 지워/ 반보기를 허락 받아/ 이내 몸이 절반 길을 가고/ 친정 어메 절반을 오시어/ 복 바위에서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엄마 엄마 울 엄마야/ 날 보내고 어이 살꼬/
  
중로상봉에 얽힌 전래민요의 한 대목이다. 딸과 친정어머니는 기쁨과 고달픈 삶속에서 눈물이 앞을 가려 서로의 얼굴이 반만 보이고, 부모를 반만 볼 수 있고, 중도(中途)에서 만난다. 반보기에는 딸과 어머니와의 정(情)의 교차점에서 풍겨지는 향기로운 혈육의 따듯함이 전해온다.
  
이제는 여성의 반보기 역사는 자취를 감추고 대신에 전쟁 치르듯 시댁을 찾아가고, 선물과 음식을 준비하고, 손님맞이 등으로 분주하다. 핵가족 생활 패턴에서 갑자기 대가족 생활 패턴으로 바뀌자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데 이것이 주부 명절 증후군으로 인정받고 있다.

남성의 경우엔 힘겨운 벌초와 과다한 제사 스트레스를 겪는 장손의 추석 증후군도 무시하지 못할 상황이 되어 가고 있다. 올 추석도 독거노인, 부모님 뵐 면목이 없는 수많은 젊은이, 취업 준비생, 일터 사람들이 ‘나 홀로 족’이 되어 명절을 보낸다는 뉴스 아닌 뉴스가 나올 것이다. 시집살이 끝에 맛보는 반보기의 따스함이 그리워지는 추석이 지났다.  /김은종 순천효천고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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