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가다”
“나는 작가다”
  • 범현이
  • 승인 2008.09.29 10: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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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근원을 질서에서 찾는 작가 김재성(38)

▲ 김재성 작가.
지산 유원지 오르는 익숙한 길모퉁이에서 늦은 시간 그를 만난다. 작은 진주 핀을 오브제로 사용하는 작가라고 감히 짐작할 수도 없을 정도로 큰 키다.

동그란 얼굴에 어울리지 않은 순진한 미소가 더 당혹스럽다. 예전에 그가 작업하고 있는 것을 바라 본 적이 있다. 일일이 0.8mm 드릴로 구멍을 뚫고 그 작은 구멍에 다시 진주 핀을 높낮이가 다르게 하나씩 꽂아가며 조형해가는 것을 보며 나도 모르게 세상에! 하고 감탄사를 내뱉었었다.

그의 작업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섬세하며 규칙적이다. 미리 에스키스한 화면 안에 질서를 가지고 반복을 거듭하는 동안 그가 꿈꾸는, 혹은 그가 원하는 형태가 완성되어 진다.

“세상의 모든 것은 단순하면서도 지속적인 반복을 통한 질서 안에서 창조되고 완성 된다”고 작가는 말한다. 자신이 작품 안에서 말하고자 하는 세계이기도 하다.

미니멀리즘 안에서 나와 세계를 만나다

▲ 김재성 作 「질서에 관한 어법」
우리나라의 미니멀리즘은 김환기에서 찾을 수 있다. 미니멀리즘은 1960년대 후반 나타난 미술운동으로 최대한 단순화된 형상으로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오히려 단순화된 형상은 더욱 강력함으로 사람들에게 흡인력을 갖는다.

<화가가 태어난 전라도 신안군 / 기좌도(箕佐島)의 등불 / 화가가 살던 서울 / 성북동 일대의 등불 / 저무도록 11년간 그림을 그린 / 뉴욕의 허드슨 강가나 / 맨하탄의 모든 등불들, 그리고 / 이 세상을 떠난 1974년부터는 별들의 / 어느 하늘을 별들 같은 / 오색의 등불로 산다 // 무수한 색점(色點)들로 / 깜박이면서 간다> - 金煥基 그림의 色點

그가 무수히 드릴로 뚫은 구멍 안에 작은 진주 핀을 꽂아 만든 점들은 김환기가 뉴욕의 화실에서 끝도 없이 찍어간 점과 선, 무한히 반복되며 찍어지는 동양적인 필촉감의 점들과 그어지는 선과 다를 바 없다.

우주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모든 현상이 하나의 유전인자 같은 최소한의 단위나, 궁극의 원리로 환원된 것 같은 점과 혹은 선들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림이 그려가는 ‘광대한 파동으로써 전달되는 생명의 전율’이며, 그 생명은 ‘물과 불이 형제와도 같고 땅과 하늘이 양극의 힘으로 혼합되어 있던 때인 태초의 시간에 최초로 형성된 깊은 곳에서 감지한 생명’이라고 장 자크 레베크는 장자(莊子)의 혼돈과 같은 말을 하기도 했다.

김 재성 작가가 추구하는 점 하나하나 안에도 김환기와 같은 맥락의 별이 보인다. 그가 만들어 내는 화폭은 또 다른 세계며 확장된 우주다. 그는 그 우주 안의 떠 있는 아주 작은 한 점의 별일뿐이다.

▲ 김재성 作 「절대적 가치」

단순함이 모여 하나의 조형을 만들어


그의 작업은 아무런 냄새도 없다. 여느 작업실에서 흔히 맡을 수 있는 유화물감 냄새도 아크릴의 화려함도 찾을 수 없다. 투명한 비닐 안에 혹은 책상 위에 하염없이 굴러다니는 날카로운 작은 진주 핀만이 있을 뿐이다.

시간을 이겨내고 시간을 또 넘어 반복된 규칙을 지켜가다 보면 자신이 원하던 조형이 만들어지고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화폭 안에서 만나는 것이다.

모든 생명은 안으로, 안으로 사랑을 모아 씨앗을 키운다. 정적에 휘말린 하늘과 땅, 그런 밤을 밀어제치고 저항하는 등불로 만나는 것이 그의 작업 안에서 오브제로 사용하는 진주 핀이다.

▲ 김재성 作 「질서에 관한 어법」
작은 결정체로 모아진 진주 핀은 하나가 더해지고, 다시 둘이 더해져서 생명을 만들어내고 그가 꿈꾸는 꽃으로, 반복과 질서를 통해 환하게 피어난다. 단순함의 반복이 생명의 씨앗을 가지고 우주로 다가가는 것이다.

그가 관심을 가진 오브제는 단지 진주 핀일 뿐이지만 그가 만들어내는 조형은 단지 진주 모둠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작가는 진주 핀을 0.8mm의 구멍으로 밀어 넣으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걸었던 그 많은 거리들, 가장 은밀한 기억들을 들춰내 확장된 그만의 화폭 안에 표현한다. 지니고 갈 아무것도 없을 정도로 천천히 모든 것을 진주 핀으로 대신한다. 

기쁨과 슬픔까지도 한 개 한 개의 행간에 열망과 열정을 실어 머나먼 시간의 바다, 돌이 킬 수 없는 결코 머무르지 않은 빛의 물살 속으로 띄어 보낸다. 젊음의 온갖 음영까지 떠남으로서 완성되는 화폭 안에서 새롭게 창조하는 그의 생애가 다시 보인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며

작가는 “문화는 일반 시민들 안으로 파고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운영해가고 있는 ‘난쟁이’는 더불어 살아가려하는 예술가들의 천국이다.

▲ 김재성 作 「절대적 공감」
그림이 지금까지는 화려한 제스추어에 불과했다면 그가 꿈꾸는 세상과 예술가는 이야기하고 싶은 것만을 최대한 단순화한 입장으로 표명하는 것이며 그것은 바로 절제의 미학이다.

‘난쟁이’는 따뜻한 마음을 나타내는 속성을 지닌 사람을 뜻한다. 그가 화폭 안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가장 중요한 사회의 기본은 질서를 구성하고 확보해가는 것으로 아름다움의 근원이다. 생명의 본질인 아름다움이 반복되는 규칙 안에서 ‘난쟁이’들은 모여 우주를 약속하는 것이다.

퍼포먼스, 도예, 서양화, POP, 디자인, 조소 등 모든 장르가 모여 이마를 맞대고 따뜻한 세상의 구현을 위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까지 해 온 일 도 많다. 독거노인이나, 결손가정 아이들, 장애인들을 위해 중장기 적인 사회사업을 놓지 않고 행하고 있으며 희망을 노래한다. 그가 생각하는 예술은 궁극적으로 사랑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말한다. “예술가가 살아가는 방법은 하나다. 작업은 이미 삶의 일환이다. 이제는 더 나은 가치창조를 위해 세상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

문의 : 011-9619-7579
▲ 김재성 작가

조선대졸업. 성신여대 조형대학원 환경미술학과졸업
개인전 / 기하학적 공간(서울 종로갤러리), 면-가치와 분할(서울종로갤러리), 절제와 연속(한서갤러리), 절제와 연속(양평 아지오갤러리), 질서에 관한 어법(광주 지산갤러리)
단체전 / 2006 국제친선교류전, 네비케이트 기획초대전, 국제친선교류전, 그들의 이야기전, 텐트 속 풍경전, 담양 예술인 동행전, 추억의 7080 충장로 축제기념전
현재 / 한국 조형학회, 민미협, 창작공간 ‘난쟁이’ 광주시립미술관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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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 2009-11-07 11:01:15
우리나라의 미니멀리즘을 어디서 찾는다구요? 벌써 조선 고조선때부터 우리나라의 미술품의 대부분은 미니멀리즘의 수준을 입각했던 작품들이었죠. 백자를 한번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