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또 봐도 뜻 모를 광주천 다리”
“보고 또 봐도 뜻 모를 광주천 다리”
  • 오윤미 기자
  • 승인 2008.08.19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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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억 들여 광주천 5개교 조형물 설치
공공디자인 기능 상실· 시각적 부담감

▲ (왼쪽부터)학강교, 양림교, 서석교.

“공사한답시고 허구헌 날 시끄럽게 하길래 난 또 굉장한 걸 만드는 줄 알았지. 저게 뭐시란감?” 남광교 근처 남광주 시장 상인들의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요새 광주천이 떠들썩하다. 새단장을 끝낸 광주천 다리를 두고 ‘무엇을’, ‘왜’ 만들었는지 도통 모르겠단 반응이다.
  
광주시는 지난해 광주천 교량개선사업 일환으로 국민 혈세 36억원을 들여 남광교, 학강교, 양림교, 금교, 서석교 등 5개 교량을 정비했다.
  
각각의 다리 조형물들은 전국 현상공모를 통해 뽑힌 ‘흩날리는 생명의 빛(남광교)’, ‘학의 날개 짓으로 환하게 피어오르는 자연의 빛(학강교)’, ‘고싸움으로 화합과 풍년, 평안을 기원하는 솟구치는 빛(양림교)’, ‘광주천의 옛 이름 금계(錦溪)인 비단의 물결(금교)’, ‘새로운 광주천으로 초대하는 광주읍성의 빛(서석교)’를 선정했다. 지난해 10월 공사에 착수해 올 7월 시민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그러나 광주천 다리를 보는 시민들 반응은 대체로 ‘냉담’했다.

천변에서 운동을 즐기는 최민형(24)씨는 “적은 비용도 아니고 수십억원이 들어간 사업이라면 적어도 시민들의 의견을 물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다리들이 대체적으로 멋스러움이 없다. 양림교만 보더라도 무거운 것을 이고 있는 듯 시각적 피로감이 든다”고 말했다.
  
출근길 광주천을 매일 지나다닌다는 조영희(30)씨는 “다리 조형물들이 전체적으로 통일감이 없어 ‘따로 국밥’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며 “다리 조형물의 상징성이 광주천과 과연 적합한지도 의문”이라며 고개를 내 젓는다.
  
양동시장 주변 상인 김정현(53)씨는 “비싼 돈 들여 조형물과 가로등을  설치했지만 이게 꼭 필요했는지 모르겠다”며 “수십억씩 쏟아 부을 돈 있으면 썩은 내 풀풀 나는 하천 정화사업부터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멋스러운 경관 꾸미기에 열중하느라 정작 광주천의 핵심인 하천정화사업엔 소홀했다는 것이다.  
  
▲ (왼쪽부터) 남광교, 금교.

박미경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차장은 “강의 폭에 비해 터무니없이 큰 조형물이 도리어 거추장스러운 느낌마저 든다”며 “광주천을 생태천으로 가꾸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수질개선사업을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함에도 불구 광주시는 배정된 예산이 다르단 이유를 들먹이며 광주천을 인공시설로 채우는 작업에 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동범 전남대 조경학부 교수는 “다리나 가로 등은 공공디자인이므로 기능에 충실해야 하고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광주천 다리 조형물은 공공디자인으로서는 빵점”이라고 평했다.
  
현상 공모를 했더라도 다리 조형물로서 기능을 갖추기 위한 시민여론수렴과 전문가 의견 청취 등 최소한의 노력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디자인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해 발생된 문제”라며 “무엇이 잘못됐는지 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남은 교량들에 대해서는 좀 더 체계적으로 절차를 밟아 개선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시가 가진 상징성과 역사성에 기반한 교량의 명칭이 통일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동의할 수 없다”며 “그렇게 따진다면 통일감을 주기 위해 교량 전체에 광주천이라는 명칭을 줘야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에너지 절약 사업 일환으로 가로등 불을 켜지 않는 것을 두고 예산낭비라고 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발상”이라며 “교량개선사업을 통해 광주천이 새롭게 거듭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 등과 연계한 ‘역사와 빛과 예술이 살아 숨쉬는 도시’를 표현하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광주천 교량개선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5개 교량 정비는 광주시 동구 원지교에서 서구 광암교 구간까지 이어지는 20개 교량 개선 사업 중 1단계 사업에 해당되며 나머지 15개 교량에 대해선 연차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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